그러나 각 구단들은 몸은 쉬어도 머리는 내년 구상에 여념이 없다. 올 시즌은 막판 굵직한 변수들이 발생해 벌써부터 격동의 2016년을 예고하고 있다. 2010년대 최강팀 삼성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생기면서, 또 NC가 또 하나의 공룡을 영입하면서 내년 패권 싸움은 오리무중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KBO 리그 판도를 좌우할 변수 하나가 남아 있다. 바로 리그 최고 좌타자로 꼽히는 김현수(27)의 거취다. 그가 미국으로 가느냐, 마느냐에 따라 내년 우승팀의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강 삼성의 약화, NC의 급부상
올 겨울 가장 큰 전력 변화를 보인 팀은 삼성이다. 플러스보다는 엄청난 마이너스였다. 지난해까지 통합 우승 4연패, 올해까지 정규리그 5연패를 이룬 삼성이었지만 내년 정상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대주주까지 삼성 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었다.
삼성은 예상치 못한 도박 스캔들로 리그 최고 마무리를 잃은 데다 17승 투수와 홀드왕도 내년 시즌이 불투명하다.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구원왕 임창용을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삼성은 선발 윤성환과 필승 불펜 안지만은 남겼다. 다만 이들도 의혹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들의 못 뛰는 삼성 마운드는 헐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미 두산과 한국시리즈(KS)도 그래서 졌다.
삼성이 마이너스라면 NC는 확실한 플러스였다. 박석민을 영입하면서 타선의 무게감이 묵직하게 더해졌다. 올해 MVP 에릭 테임즈에 팀 간판으로 성장 중인 나성범, 회춘한 베테랑 이호준에 박석민이 가세한 중심 타선은 가히 리그 최강이다.
NC는 다승왕 에릭 해커에 10승 이상이 가능한 재크 스튜어트 등 정상급 외인들을 모두 잔류시켰다. 155km 강속구를 뿌리는 원종현이 암에서 완치돼 복귀하면 불펜도 보강된다. 김경문 감독의 믿음 속에 NC는 삼성을 대체할 강자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김현수만 잔류하면 두산, KS 2연패 '맑음'
이런 가운데 KS 2연패 도전에 나서는 두산도 우승 후보 중 하나다. 18승 투수 유희관에 포스트시즌 우승 주역 장원준과 최고 외인 더스틴 니퍼트를 보유한 두산 선발진은 리그 최강이다.
다만 2연패를 이루기 위해서는 김현수의 잔류가 선행돼야 한다. 올해 팀 최고 타자인 김현수가 빠진다면 두산은 정상에 어울리는 타선은 아니게 된다. 올 시즌 김현수는 타율 3할2푼6리(10위) 28홈런(7위) 121타점(6위)의 성적을 거뒀다. 모두 팀 최고 성적이다.
현재 김현수는 현재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협상 중이다. 다만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저스틴 업튼, 덱스터 파울러 등 FA(자유계약선수)들의 행선지가 결정되지 않아 김현수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8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김현수는 "에이전트가 열흘 정도 기다려 달라고 하더라"고 했다. 그 시간이 3일 정도 남았다.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김현수는 두산에 잔류할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 김현수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자신을 신고선수로 받아준 두산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한국에 남는다면 두산"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렇다면 FA 역대 최고인 100억 원을 넘길 게 분명하다.
김현수가 남는다면 두산은 내년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색이 없다. 여전히 이름만으로도 두려운 삼성을 비롯해 신흥 강팀으로 거듭난 NC, 정우람과 심수창으로 불펜을 보강한 한화, 역시 손승락과 윤길현으로 마운드를 강화한 롯데 등과 충분히 자웅을 겨룰 만하다. 후반기 불안했던 뒷문을 잠갔던 이현승이 건재한 두산은 타선만 올해 정도라면 대권 2연패도 노릴 만하다.
과연 김현수는 메이저리그로 갈 것인가, KBO 리그에 잔류할 것인가. 두산은 물론 내년 패권을 노리는 강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