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기후변화 총회장에 설치된 대한민국관 앞에 다다르면 맨 처음 보게되는 문구다. 하지만 한국 홍보관은 비좁고 조악했다. 벽면에는 우리나라의 기후 정책을 알리는 영문 안내문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지만, 제대로 시선이 가지 않았다.
한국관에서 사실 ‘스마트’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규모도 규모지만, 성의가 없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스마트로 치면 오히려 입구에 안내 로봇을 배치해 방문객들을 맞은 중국관이 더 ‘스마트’해 보였다.
전통적인 인테리어로 치장한 인도네시아관의 발랄함이나, 첨단 디스플레이와 미항공우주국(NASA)의 과학력을 앞세운 미국관의 참신함에 비할 바는 더더욱 아니었다. 개도국의 새로운 리더로 등장한 인도가 개방적인 인테리어와 벽면을 가득채운 디스플레이로 자국의 메시지를 과감히 전달하는 모습과도 비교됐다.
한국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홍보관을 설치하는데 들인 비용은 3억5천만원이었다고 한다. 그나마도 환경부와 산하기관들이 십시일반으로 설치비용의 절반을 대고, 나머지는 외교부와 미래부 등에서 보탰다고 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 등에 관여하는 주요 부처 중 하나인 산업부는 한 푼의 예산도 지원하지 않았다는 말도 들렸다.
게다가 총회 중반에 또 하나의 해프닝이 더 있었다. 바로 기후변화 총회 고위급 세션 연설에 윤성규 환경부 장관도, 최재철 유엔 기후변화대사도 아닌 나경원 의원이 나선 일이다. 국회 통일외교위원회 위원장이라 완전히 상관이 없지는 않다고 하지만, 대다수 나라에서 환경부 장관이 나선 자리에 국회의원이 대리 연설을 하는 모습은 생뚱맞고 어색했다.
전지구적 기후변화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인이고, 기후변화 협상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수장도 한국인이건만, 우리 정부는 정작 기후변화에 대해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기후변화 문제는 우리가 이정도로 무관심해도 되는 주제일까. 그렇지 않다. 이번에 채택된 파리 협정문에 따라 등장하게 될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는 앞으로 전세계 경제구조 를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탄소배출에는 '거래제', ‘탄소세’와 같은 비용이 매겨질 것이고, 화석연료는 더 이상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남지 못할 것이다. 결국 화석연료를 이용한 생산방식과 교통수단은 쇠퇴하게 되고,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이용해 개인이나 마을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에너지 분권이 이뤄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일군 기존의 성장 방정식도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공업 일변도였던 우리 산업구조를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탈바꿈 시켜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당시 산업구조를 그대로 가져가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산업구조를 전환했다. 1세대 기업가들도 기존 산업에만 안주하지 않았다. 기업가 정신이 빛나던 시기였다.
그렇게 박정희 전 대통령이 토대를 놓은 경제는 이제 정점에 이르렀다. 우리경제는 이제 질적 변화로 2차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3년의 혁신 30년의 성장”,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경제혁신 3개년계획’의 캐치프레이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그 에너지를 저장하는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탄소 집약적 산업구조를 전환할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데는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누구보다 과감한 전환을 이뤄내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에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내용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 오히려 산업계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일련의 정책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이미 법까지 만들어진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등 정부 경제정책이 재계에 끌려가는 모습마저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재벌 대기업들도 미래를 보고 투자했던 1세대들의 기업가 정신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현재 이뤄놓은 것, 그동안의 성장방식에 안주한다면 대기업들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의 미래가 어두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