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13일 탈당을 선언한 기자회견문의 제목은 이렇게 비장함이 묻어 있다. 그만큼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앞날은 험난한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안 전 대표가 탈당 상황에 대해 스스로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절벽 앞",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길"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 전 대표는 탈당 이후 행보에 대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면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새정치'를 다시 한번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 안철수가 남긴 '분열의 상처' 치유될까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야권 분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치명적 내상을 안고 '허허벌판'으로 나간 셈이어서 앞날은 더욱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됐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안 의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향후 앞날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정치적으로 명분을 찾지 못하고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주류 수도권 재선 의원도 "안 의원은 대권주자로서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문 대표의 지지자가 있고 분열을 원치 않는 지지자가 상당수 있는데 이렇게 떠나버리면 그들에게 준 상처를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탈당을 결심하기까지 당 내부에서 '공동 비대위원장' 등 여러 제안이 나왔고, 전날 의원총회에서는 문재인 대표에게 '무한책임'을 지우는 호소문까지 채택하며 만류했지만 이를 모두 거부했다는 점에서 탈당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5선의 이석현 의원은 "나를 포함해 우리 당이 더 진정어린 노력을 했어야 했다"면서도 "그러나 탈당은 지나친 것이고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과연 새로운 '정치세력'을 다시 규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안 전 대표의 탈당 명분이 약하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혁신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혁신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안 전 대표와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스스로 정치 기득권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안 전 대표는 새정치연합에서 탈당하는 의원들을 모두 껴안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안 의원은 천정배 의원보다 파괴력이 있을 걸로 보이지만, 기존 정치인과 함께 하면 안 의원이 말하는 혁신이나 새로운 정치와 거리가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탈당 1순위로 꼽히는 호남 의원들 역시 '현역의원 하위 20% 컷오프'라는 공천 룰에 반발한 터라 혁신 이미지와 상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얼마나 대중적 지지를 받은 의원이 합류하느냐가 세력화의 가장 큰 변수다.
독자 신당이 여의치 않으면 당분간 무소속 연대 형식으로 세력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신당 창당도 쉽지 않을뿐더러 신당을 만들면 총선에서 성과를 내놔야 하는 부담이 있다.
안 전 대표는 독자세력화를 추진했다가 지난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통합하면서 실패한 경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합치거나 연대할 가능성이 크다. 천정배 신당도 현실적으로 호남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의 세력화도 호남에 머무는 '찻잔속의 태풍'이 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