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사법시험 유예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과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변호사시험을 앞두고 있던 3학년(로스쿨5기)들의 고심은 더 깊어지고 있다.
특히 법무부는 로스쿨 교수들의 변호사시험 출제 거부 결의에도 불구하고 내년 1월 4일부터 예정된 변호사시험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검사가 되기 위한 필수 과목인 검찰실무1수업의 기말고사도 강행하는 등 압박에 나서고 있다.
로스쿨 3학년들은 대표자회의를 통해 이번 변호사시험 거부를 결의한 상태이지만,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수도권의 한 로스쿨 학생은 "1,2학년들은 아직 시간이 더 있지만 3학년들의 마음고생이 심하다. 이런 상태에서 시험이 강행된다면 시험 거부 사태가 현실화될 것이고 그 피해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입게된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3학년 학생은 "로스쿨 교수님들도 출제 결의 거부를 해주셨기 때문에 저희 입장에서는 많이 힘이 되고 있다"면서도 "혼란은 법무부가 가중시켰는데 학생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시험을 연기하던지 해서 책임있게 수습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변호사시험에 응시해 합격하는 것을 전제로 검사 임용 절차를 밟고 있는 학생들이나 일부 로펌에 취업 예정이었던 학생들은 더욱 속앓이를 하고 있다.
로스쿨 교수들이 변호사 시험 출제를 거부하고 3학년들이 시험을 대거 거부하는 일이 현실화될 경우 후폭풍도 걷잡을 수 없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12월 하반기에는 출제위원들이 합숙에 들어가서 출제에 매진해야하는데 아무런 준비없이 시험을 강행하겠다는 법무부의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판사나 검사로 출제위원을 대체한다는 말이 들리던데, 연말 업무가 산적해 있는데 법무부가 어디서 인력을 끌어오겠냐"고 말했다.
특히 시험 출제 및 시험 응시 거부 사태가 발생하면 내년 변호사시험 공정성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 3학년들이 재수해 내후년도 경쟁률이 치솟으면 적체현상으로 로스쿨 학생들 전체가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한 로스쿨 학생은 "올해 시험이 파행돼 내후년도에 응시생이 몰린다고 가정했을 때 최악의 경우 합격률이 30%밖에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적체가 극심해질 것이다"며 "합격률이 떨어질 경우 '고시낭인'이 아니라 '변시낭인'이 생길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법무부는 "변호사시험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기본 입장만 밝힐 뿐 시험 일시나 출제방식 등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법무부 김광수 대변인은 "변호사시험은 예정대로 차질없이 치르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며 시험 파행의 대비책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법무부와 로스쿨간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사태가 변질되는 상황에서, 촉박한 변호사시험 일정을 다소 연기하고 법무부가 학생들과의 협상을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원과 국회 등의 적극적인 중재도 필요하다.
현재 로스쿨 학생들의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법학협)이 법무부에 면담을 제안했지만 법무부가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의 한 현직 판사는 "법무부가 지금처럼 수수방관하지말고 로스쿨 학생 대표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강대강으로 흐를 경우에 학생들의 피해가 너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