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지 6시간만에 비닐봉지에 담긴채…
-현재는 건강, 부모 못찾으면 입양 불가
-베이비박스도 입양 불가, 범죄 행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정호 (강릉경찰서 여청수사팀장),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월요일 아침 강릉의 한 식당가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갓 태어난 아기가 발견됐습니다. 이 아기는 당시 까만 비닐봉투에 싸인 채였다는데요. 다행히도 빨리 발견이 돼서 목숨은 건졌습니다. 어떻게 목숨이 붙은 생명을, 그것도 사람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을까요? 해도 너무한 이번 강릉 갓난아기 유기사건, 오늘 들여다 보겠습니다. 먼저 처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곳이 강릉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인데요. 박정호 경감 연결을 해 보죠. 박 경감님,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언제 신고를 정확히 받으신 겁니까?
◆ 박정호> 최초에 신고가 들어온 것은 12월 7일 밤 9시 55분 정도 됐습니다.
◇ 김현정> 뭐라고 설명을 하면서 신고를 했습니까?
◆ 박정호> 신고자 분이 음식물 쓰레기통 옆에 인도를 지나가는데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서 아기의 울음소리인지, 고양이 울음소리인지 이렇게 애매하게 소리가 나서 의심이 간다’ 이렇게 해서 신고가 처음 들어온 겁니다.
◇ 김현정> 이분이 그러니까 뚜껑을 열어보지 않고, 좀 이상하다고 해서…
◆ 박정호> 네, 열어보지 않고요.
◇ 김현정> 이상하다 해서 신고부터 한거고, 그래서 바로 달려가셨겠네요. 가보니까 상황이 어떻던가요?
◆ 박정호> 음식물 쓰레기통을 열어보니까 검정 비닐봉지가 있었습니다. 봉지 위가 묶인 채로 있어서 그걸 풀어봤을 때 아기가 흰색 수건 안에 감싸져 있었고요. 그 안에 탯줄로 보이는 것이 일회용 비닐 팩에 따로 담아져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탯줄이 일회용 비닐팩에 담겨져 있고, 아기는 까만 비닐봉투에 싸여져 있었고요. 아기가 맨 처음에 어떤 상태던가요?
◆ 박정호> 처음 봉지를 풀었을 때 풀기가 어려울 정도로 묶여져 있었는데. 그걸 풀으니까 그 안에 아기가 웅크리고 울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봉지가 풀기 어려울 정도로 꽁꽁 묶여져 있었어요?
◆ 박정호> 입구 부분을 묶었으니까 밤에 쉽게 풀 수가 없었죠.
◇ 김현정> 꽁꽁 묶은 걸 풀어보니까 아기가 웅크리고 있었고요.
◆ 박정호> 네. 아기 맨 밑에 바닥에는 일회용 비닐 장갑하고 거기에 탯줄로 보이는 게 같이 들어 있었고요. 아기를 싼 것은 수건이 있는데 거기에 혈흔이 조금 묻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지금 이 차가운 날씨에 아이가 쓰레기통 안에 계속 있었다는 거잖아요.
◆ 박정호> 1시간 가량 있었던 걸로 추정이 됩니다.
◇ 김현정> 1시간 가량이요. 아이고… 참 이렇게 추운데, 우리 어른들이 옷을 벗고 서 있다고 해도 어떤 날씨인데. 그 밤중에 아기가 헐벗은 채로 1시간을 그렇게 있었던 거네요. 그러면 처음에는 얼음덩이 같았겠어요.
◆ 박정호> 네, 몸이 찼습니다.
◇ 김현정> 저체온증인 상태로 병원으로 호송됐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 박정호>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얼마나 놀라셨어요? 처음 발견하시고 나서.
◆ 박정호> 글쎄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착잡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경찰 생활 오래 하셨겠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시죠?
◆ 박정호> 네, 저도 20년 넘게 경찰 생활을 했는데 지금 이런 건 처음입니다.
◇ 김현정> 지금 상태는 어떤가요, 그 아기?
◆ 박정호> 지금 아기는 신생아실에 입원한 상태고요.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저체온증으로 약간 걱정됐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초동조치를 잘 했고, 지금 현재로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건강도 양호한 상태입니다.
◇ 김현정> 정말 다행입니다. 지금 경찰이 추정할 때 버린 지 몇 시간이나 됐을 거라고 추정하세요?
◆ 박정호> 버린 지는 한 1시간 정도된 것으로 추정이 되고요. 그날 당일에 아기를 낳은 것 같고, 한 6시간 정도 전에 낳았을 것이라고 병원에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태어난 지 6시간 된 아기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다행히 행인이 1시간 만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신고까지 했으니까 이 아기가 목숨을 구한 거지. 쓰레기통도 뚜껑 달린 쓰레기통일 거 아니에요?
◆ 박정호> 그렇죠.
◇ 김현정> 금방 질식하는 거 아닙니까? 도대체 누가 이렇게 끔찍한 인륜 범죄를 저질렀을까요? 수사를 하고 계시죠?
◆ 박정호> 네. 현재 수사 중에 있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진행 중이세요?
◆ 박정호> 그쪽에 딱히 CCTV가 앞에 있다든가 하는 게 확인이 안 돼서요. 주변에 다니는 버스, 그 당시에 통행했던 차량, 이런 것을 인근에 있는 CCTV를 가지고 지금 수색을 하고 있는 중이고요. 그 주변에서 걸어와서 그렇게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 마을 주변 탐문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CCTV 주변을 샅샅이 지금 뒤지고 계시는 거예요. 그럼 어느 정도는 특정이 됐습니까, 몇 명 정도는?
◆ 박정호> 아니요. 지금 확인된 게 없습니다. 계속 수사 중에 있고요.
◇ 김현정> ‘단독범죄냐, 아니냐’, ‘미성년자냐 아니냐’ 이런 부분에서 윤곽이 드러난 게 없습니까?
◆ 박정호> 워낙 외곽진 곳이었고요. 근거리에 있는 CCTV로 통행 차량을 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확히 특정이 된다든지 지금 현재로는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지만 CCTV가 주변에 곳곳에 있으니까 범인이 잡히기는 잡힐 걸로 보세요, 느낌상?
◆ 박정호> 잡아야죠, 어떻게든.
◇ 김현정> 잡아야죠. 잡아야 되는데. 저는 아이가 걱정입니다. 이런 경우에 이 아이는 어떻게 되나요?
◆ 박정호> 아이 같은 경우는 지금 현재 병원 신생아실에 입원 치료 중에 있어요. 그래서 보통 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아이 건강상태를 지켜보고 치료를 해서 건강상태가 양호하고 퇴원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강릉에 있는 아동복지센터가 있습니다. 아동복지센터로 아이를 인계를 합니다. 그러면 아동복지센터에서 아이를 돌보다가 그 뒤에는 입양 조치가 되든지 그런 식으로 진행이 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참 경감님, 아무쪼록 수사도 수사지만, 이 아기가 좋은 곳에서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끝까지 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박정호> 네, 알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박정호> 감사합니다.
◇ 김현정> 강릉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의 박정호 경감을 먼저 연결해 봤습니다.
◆ 정익중>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이 소식 처음 듣고 어떠셨어요?
◆ 정익중> 너무 흔한 일이라요. 영아 유기가 자주 있었기 때문에요, 그런데 음식물 쓰레기통에 유기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거의 대부분 영아가 살기를 바라면서 집 앞에 두거나 아니면 찾을 수 있는 곳에 두거나 그런 경우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기하는 경우는 좀 드문 경우라서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 김현정> 충격적이죠. 비닐봉지에, 그것도 그냥 싼 게 아니라 꽁꽁 묶어서 음식물 쓰레기통에 뚜껑을 탁 덮어서 밤중에 놨다는 겁니다. 이건 정말 죽기를 바라고 놨다는 건데요. 도대체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요?
◆ 정익중> 미혼모 같은 경우에는 남들에게 알려지는 걸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에요. 어떻게 보면 꼭 이 사람만의 책임이냐? 저는 사회가 공범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우리 사회도 공범이다?
◆ 정익중> 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요. 손가락질 당하는 게 싫어서, 그리고 생계에 위협을 당하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충동적인 범죄를 범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아직 미혼모인지는 범인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마는 어쨌든 우리 사회 시스템도 뭔가 불충분하다는 건 사실이고요. 그렇다고 해서 이 아기를 이런 식으로 유기한 것이 인륜적으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 정익중> 맞습니다.
◇ 김현정> 아무리 키우기 어렵고, 아무리 두려워도 지금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그건 아닌 것 같고요. 영아 유기 통계 혹시 잡힌 게 있습니까?
◆ 정익중> 지금 거의 매년 비슷한데요. 한 200명에서 300명 정도의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정도 아이들이 계속 버려지고 있고요. 이 아이들 중에서 사망자도 있고 그렇습니다.
◇ 김현정> 당장 시급하게 마련할 수 있는 대책이랄까요. 우리가 당장 좀 시급하게 조금이라도 뭔가 대안을 마련해야 되지 않을까요? 뭐가 있을까요?
◆ 정익중> 어떻게 보면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은 아마 사회적 편견도 있을 거고, 경제적 지원이나 여러 가지 양육에 대한 부담감들 때문일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이런 유기가 근본적으로 근절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정익중> 먼저 이렇게 출생신고하는 방식으로는 제가 보기에는 영아 유기가 근절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정익중> 지금 이 경우는 아니지만 병원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거의 99.99%거든요. 그래서 병원에서 바로 출생 등록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한 달 이내에 출생신고만 하면 가능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요.
◇ 김현정> 부모가요.
◆ 정익중> 네, 부모가 신고하도록 되어 있고요. 그리고 또 한 달이 지나도 5만원 정도의 과태료밖에 안 물기 때문에 한 달 정도 고민할 시기가 있는 거예요. 그런 고민할 시기를 만드는 것 자체도 문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 시기를 줄이는 게 필요할 것 같고요. 그리고 경제적 지원이 굉장히 필요할 것 같습니다. 뭔가 용기를 내서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사람 같은 경우에는 경제적 지원이 아주 절실한데 지금 현재는 최대 한 15만원 정도의 양육비밖에 지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 그 정도밖에 안 돼요? 아이 낳는데도?
◆ 정익중> 네. 그래서 이건 기저귀같이 자녀 양육에 필요한 물품구입비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기 때문에 실제로 아이를 기르기가 굉장히 어렵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교수님, 여기서 한 가지 확인할 것이 확실히 경기가 어려워지면, 우리 경제가 어려워지면 이런 영아 유기 사건도 늘어나는 거 맞죠?
◆ 정익중> 불행인지 다행인지 영아 유기가 막 급증하거나 이러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영아 유기라든지 범죄까지 저지르는 경우는 급증하지는 않았고요. 제가 아까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200건에서 300건 사이에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도 우리가 인간이니까요. 아무리 내가 어려워도, 내 입에 풀칠 못해도 아기를 갖다버리니 정말 이건 경제가 어려워도 쉬운 일이 아니죠?
◆ 정익중> 그런데 방법이 다 있거든요. 본인이 키우기 어려우면 아동 양육시설이라는 곳이 있고요. 그리고 가정위탁이라는 제도도 있고요. 힘든 기간 동안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제도가 국가적으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완전 입양이 아니어도 잠깐 위탁도 가능한 거예요?
◆ 정익중> 네, 가능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런 것들도 있지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하루아침에 편견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편견의 문제 때문에 아마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국가적 지원이나 사회 편견 이런 것들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 김현정> 그나저나 교수님, 지금 청취자 분들이 문자도 주셨습니다마는 이번에 강릉에서 발견된 그 음식물 쓰레기통의 아기가요. 경찰분 말씀에 의하면 ‘보호센터를 일단 돌다가 입양이 잘되면 그게 최선이다, 그 아이한테.’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보통 이런 경우에 입양이 잘 되나요?
◆ 정익중> 입양이 불가능합니다. 입양이 되려면 부모, 친부모의 동의가 필요하거든요. 이 아이 같은 경우에는 친부모의 동의가 없기 때문에, 친권포기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이 아이는 평생 양육시설에 살 수밖에 없는 이런 처지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버린 부모를 체포하지 못하면, 친권포기 도장을 받지 못하니까 입양이 불가능한 상황인가요?
◆ 정익중> 맞습니다.
◇ 김현정> 지금 우리 법이 그런가요?
◆ 정익중>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베이비박스 같은 데 버리고 가는 아이들, 집 앞에 놓고 가는 아이들 다요?
◆ 정익중> 베이비박스에 놓고 가면 아이들이 좋은 곳에 입양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는데 실제로 불가능합니다. 출생신고 없이 바로 입양되는, 그러니까 친권포기절차 없이 입양되는 경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범죄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 김현정> 이 법이 언제 이렇게 바뀌었죠?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요.
◆ 정익중> 입양특례법이 바뀌면서 이렇게 됐는데요. 이건 입양뿐만 아니라 입양아가 18세가 돼서 부모를 찾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부모하고 입양아가 동의한 상태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반드시 출생신고나 출생등록 같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 김현정> 이 아기 사건 어떻게 되는지 제발 좀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늘었네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정익중>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까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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