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부자인 사람은 돈을 많이 벌었거나 집안 대대로 전해지는 유산을 물려받았기 때문이에요. 부동산이나 증권 시장에서 기회를 틈타 큰돈을 버는 '투기' 행위를 해서 부자가 된 사람들도 있지요. 반대로 가난한 사람은 직업이 없어 돈을 벌지 못하거나, 어려운 처지에도 의지할 데가 없기 때문이에요. 돈을 흥청망청 낭비했을 수도 있고요. 또 다른 이유는 나라나 국민들 사이에 부가 불평등하게 분배되기 때문이에요. 인류 역사를 돌아봐도 자원의 분배가 완전히 공평하게 이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어요.
Q: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나요?
A: 정치인은 농업, 보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각기 어느 정도의 세금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일을 해요. 관련된 법안을 만들어 표결에 부치고 시행하도록 만들죠. 하지만 실제로는 투표권을 가진 국민들의 비위를 맞춰서 다음 선거에 당선되는 데에만 주력할 때가 많아요. 정치인이 언제나 모든 사람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니랍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철학 신간 '나는 불평등이 싫어!'(지은이 카트린 르뷔펠 외·펴낸곳 톡)에 실린 문답의 일부다. 이 책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불평등 문제에 관해 가진 여러 궁금증에 대해 프랑스에서 구호·인권 문제를 취재해 온 기자인 지은이가 답하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무엇보다 세상의 부조리와 그 원인들을 솔직담백하게, 차근차근 이야기해 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흥미로운 문답을 하나 더 살펴보자.
A: 네. 그렇게 만들어야 해요. 세계의 모습이 지금 이대로 계속되도록 내버려 두면 안 돼요. 이건 우리 모두의 일이에요. 모든 일이 마술처럼 단번에 해결되지는 않겠죠. 하지만 불평등이 줄어들고 세상이 좀 더 공평해지도록 각자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해요. 보건, 교육,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답니다. 이 엄청난 일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여러분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 봐요.
아이들은 알아야 한다. 어른임에도 모르는 이들이 있다면 알아야 한다.
부와 빈곤의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는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며 어릴 때부터 돈을 벌기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을, 전쟁이나 내전에 시달리는 나라에서는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홀로 살아남기 위해 소년병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선진국의 번화한 도시에도 여전히 어느 한구석에 빈민가가 형성돼 있고,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노숙인이 거리를 헤매며, 차별에 시달리는 장애인들이 있다는 것도 말이다.
이 책은 수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사는 것은 개인을 넘어선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은 우리 사회와 국가, 전 세계에 있다는 점 또한 강조한다. 그 연장선에서 지은이는 들어가는 말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전한다.
'어린이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살기 좋은 세상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왜냐하면 어린이는 태어날 가정이나 나라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단지 가난한 나라에 혹은 가난한 가정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잘살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정말 억울하고 우울할 것입니다.'
다음 세대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모든 어른들과 그 자녀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