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예현은 2년 전인 고교 1학년 때 종합격투기에 입문, 지난 3월 로드FC의 아마추어 리그인 '로드FC 센트럴리그'에서 길민정에 1라운드 암바승을 거둔 게 경력의 전부다. 반면 시아오난은 7전6승1패의 종합격투기 전적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중국 무에타이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실력과 경험 면에서 밀리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서 더 이를 악문다. 남예현은 "상대선수 경기 동영상을 봤는데 타격이 엄청 셌다. 처음에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럴수록 더 지기 싫더라. 제가 준비한 건 케이지 위에서 모두 보여주고 싶다. 화끈한 시합을 기대해도 좋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달 18일 중국 북경에서 있었던 '로드FC 27 인 차이나' 대회 기자회견 당시 일화도 들려줬다. 남예현은 "시아오난과 마주 서서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 인사하려는 찰나, 상대가 고개를 홱 돌려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그래서 더 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믿을 건 오직 훈련 뿐이다. 남예현은 요즘 아버지 남기석 씨가 관장으로 있는 인천 천무관에서 매일 강훈련을 소화한다. 체육관에 여자선수가 없는 탓에 로드FC 밴텀급 파이터 최무송(20) 등 힘이 센 남자선수들과 스파링을 한다. 낮 12시 30분에 시작한 훈련은 밤 11시 30분에야 끝난다. 귀가 후 밴드운동과 스트레칭까지 하고 나면 새벽 1시가 훌쩍 넘는다. 남예현은 "몸은 피곤하지만 배려해주는 주변사람들 덕분에 견딜 만하다"고 웃었다.
다만 체중 감량은 고역이다. "제가 먹는 걸 엄청 좋아해서요. 시합 끝나면 고기랑 면이랑 과자랑 빵이랑 실컷 먹을 거예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팬이라는 17세 소녀는 수줍게 웃었다.
중국에서 프로 데뷔전을 갖게 된 만큼 마인드 컨트롤에도 신경을 쓴다. 남예현은 두 가지 생각을 머릿속으로 되뇐다고 했다. "제가 긴장하면 상대도 똑같이 긴장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긴장이 조금 풀려요. '원정경기이니까 져도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하면 긴장이 덜 되는 것도 있고요."
닮고 싶은 선수로는 여성 파이터 함서희와 김지연을 꼽았다. 남예현은 "함서희가 지난해 UFC 데뷔전에서 자신보다 10cm 큰 조앤 캘더우드와 싸울 때 '강한 상대와 붙는 게 더 좋다'고 말한 적 있다. 그런 배짱이 멋있다. 김지연은 복싱 동양챔피언 출신이라 쭉쭉 뻗는 타격이 일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시아오난(166cm)보다 9cm 작은데, 지난 기자회견 때 굽있는 구두를 신어서 사진으로 봤을 땐 꿀리지 않았다"고 웃었다.
◈ 가족은 나의 힘
남예현은 6살 때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실전격술도 체육관에 드나들면서 어깨 너머로 운동을 배웠다. 중학교 1학년 때는 교내 태권도부에 들어갔다. 중3 때 발목인대 부상으로 태권도를 그만두고 심적으로 힘들 때 그에게 종합격투기를 권유한 사람이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하셨어요. '부상에 대한 공포심을 극복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제 마음을 잘 잡아주셨어요. 덕분에 종합격투기 선수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죠."
남예현은 아버지를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고 했다. "훈련할 때는 엄청 무서워요. 딸이라고 봐주는 건 없어요. 오히려 더 엄격해요. 채찍질이 있어서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도 한계를 극복하고 나아가는 것 같아요. 평소 '자만하지 마라', '시합에만 집중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그런 가르침이 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고 생각해요."
어머니 김현주 씨 역시 최고 후원자 중 한 명이다. 남예현은 "(저희 엄마는) 다른 엄마들이랑 다르다. 상처 난 얼굴로 집에 가면 안쓰러워 하면서도 '네가 맞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신다"고 웃었다.
김현주 씨는 "얼굴에 상처가 안 나기 위해서라도 훈련을 더 열심히 하면 좋겠다"면서도 "대회 당일 떨려서 생중계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승패보다는 부상 없이 후회없는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1분 늦게 태어난 쌍둥이 동생 수현이도 응원을 많이 해준다. 남예현은 "이번에 시합 나간다니까 '너 지면 안 된다'고 반 협박조로 말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수현이가 제 걱정을 제일 많이 해준다"고 고마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