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와 함께 새정치연합의 투톱인 이종걸 원내대표는 문 대표와의 심야전화 통화와 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역대 원내대표 회동 등을 거치면서 최고위를 보이콧 하는 방식으로 문 대표를 압박했다.
이 원내대표는 "최고위원 2명이 사퇴해 많은 흠결이 있고, 기능이 많이 저하된 최고위원회에 참석해서 기능과 흠결을 보완하는 것이 저에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최고위 불참이유를 밝혔다.
이에대해 문재인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까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어려움이 있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총선체제를 정비하고 당 혁신도 하나하나 실천하면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며 대표직을 지키면서 내홍을 수습하겠다는 작심성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최근 당무거부 사태는 대단히 유감스럽다. 특히 원내대표가 전체 의원을 아울러야 하는데 특정 계파에 서서 당무를 거부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이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표가 이번 주말까지 거취를 정하지 않으면 안철수 전 대표가 다음주 쯤 탈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탈당시점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이렇게 당이 곧 쪼개질 듯한 분위기로 흐르자 오영식 의원과 윤관석 의원 등 새정치연합의 수도권 출신 의원들은 이날 만나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문재인-안철수 공동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구성하는 중재안을 마련했다.
전날 조국 교수가 제안한 것과 문-안 비대위 체제라는 형식은 같지만 차이는 조 교수의 안은 문 대표가 당대표직을 유지한채 안철수 전 대표와 공동비대위를 꾸리는 것인 반면 수도권 의원들의 안은 당대표 사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전체 수도권 의원 64명 가운데 비주류 색채가 너무 강해 문재인 대표측에서 기피할 수 있는 '구당모임'이나 최고위원단과 핵심참모, 골수 친노 등 주류그룹을 제외한 40여명이 이미 중재안에 서명했다.
이들은 이르면 10일 중에라도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측을 직접 만나 자신들의 중재안을 제시하고 당이 파국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노력을 벌이기로 했다.
이런 중재안에 대해 당대표 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문재인 대표측은 대표 사퇴를 전제로 한 안에 대해 처음에는 불쾌해 했지만 받아들이는 쪽으로 선회하고 안철수 전 대표측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측 입장은 이 보다는 조금 더 복잡해 보인다.
일부에서는 문 대표의 당대표 사퇴를 전제로 한다면 고려해 볼만 하다는 입장이지만 문 대표가 이미 제안했던 '문-안-박 공동지도부 구성'의 조금 다른 버전일 뿐이어서 회의적이라는 입장도 있다.
전남 여수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던 안철수 전 대표는 이미 9일쯤 부터 서울에 올라와 모처에서 머물면서 향후 대응을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제안한 혁신전당대회는 아니지만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라는 카드를 얻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올 경우 안 전 대표의 공동 비대위 참여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표 역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대표직 고수'라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현실적으로 자리를 내놓지 않고서는 분당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공동비대위 체제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표의 한 측근인사는 "문 대표의 혁신안, 즉 김상곤 혁신위원회 안을 실행이 담보되고 의원총회 등을 통해 확인이 된다면 (대표사퇴를)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