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그룹 최태원 회장, 등기이사 복귀…책임 경영 무게

SK그룹, 변화보다 '안정' 사장단 지난해 모두 교체…소폭 인사 속 '신상필벌' 유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자료사진/박종민 기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등기이사로 돌아온다. 지난 8월 광복절 사면·복권 이후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의 기업 경영에 책임과 무게감이 더욱 실릴 전망이다.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16일 인사를 단행한다. 지난해 12월 9일 정기 임원인사를 시행한 것보다 다소 늦은 일정이다.

재계의 가장 큰 화두는 최태원 회장의 '등기 이사 복귀 여부'다. 등기이사 이사가 된다는 것은 회사 경영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등기이사는 주주총회소집과 대표 이사 선임권, 투자 채용 임원 인사 등 회사 경영전반에 걸쳐 중요사항을 의결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책임경영 차원에서 최 회장이 등기이사에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SK그룹 및 재계 안팎으로 높았다.

다만, 등기이사 복귀는 결국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되는 만큼 이번 인사에서 최 회장의 위치에는 변함이 없고 내년 2월 주주총회가 열린 뒤 등기이사로 복귀한다.

최근 기업 오너 대부분이 '등기임원은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으면 이를 분·반기 및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공개해야'하는 자본시장법상, 이를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등기임원에서 이름을 뺀 채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최 회장은 복귀 수순을 밟는다. SK이사회에서도 최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사실상 결정했다.

최 회장은 수감 전까지 SK·SK C&C·SK이노베이션·SK하이닉스 등 4개사 등기이사직을 유지해오다,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된 뒤 모든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최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한다면 기존 3사(SK와 SK C&C 합병) 이사회에 우선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SK㈜는 지주회사인데다,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이 직접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기도 했다.

사장단 인사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주력 계열사 CEO 대부분이 유임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애초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면·복권 이후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최 회장이 수장 공백 기간에 그룹을 이끈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이룬 성과에 대해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상보다 인사 폭이 줄어들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0월 말 제주에서 열린 'CEO 합숙 세미나'에서 김창근 의장에게 "회장의 부재에도 기업을 잘 이끌어나가줬다"며 두터운 신뢰를 나타내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SK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사장에 정철길 SK C&C 사장을, SK텔레콤 사장에는 장동현 SK플래닛 사업운영 총괄책임자, SK네트웍스에는 문종훈 수펙스추구협의회통합사무국장, SK C&C 사장에는 같은 회사의 박정호 부사장으로 교체한 만큼 올해는 유임될 예정이다.

특히,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 SK브로드밴드 합병 등 굵직한 이슈도 지속되고 있어 수장의 교체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SK해운 백석현 사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돼, 최 회장의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다만 SK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안정'을 키워드로 하되, '신상필벌'의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적 성과를 창출, 위기 돌파에 큰 기여를 한 소수에게는 '발탁 인사'를 과감히 진행하고 실적 부진 계열사를 비롯, 비주력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인사는 불가피하다는 게 SK그룹 안팎에서의 공통된 전망이다.

한편, SK그룹은 지난해 성과주의 임원 인사 기조를 반영해 승진 30명, 신규선임 87명 등 총 117명의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SK 관계자는 "올해 승진 규모는 비슷하겠지만 작년과 같은 편중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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