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뢰가 부정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로부터 공정하지 못하고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로 인식되는 순간 국가의 리더십은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국가정보원과 사이버사령부가 가동한 댓글부대는 여론을 조작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런 댓글공작의 의혹이 3년이 지난 올해 강남구청 버전으로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소속 공무원들이 업무시간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서울시.강남구와 관련된 현안 기사에 댓글 폭탄을 퍼부어 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네이버에 달린 수십개의 댓글에는 야당 소속인 박원순 시장을 ‘비열한 정치꾼’으로 매도하고 ‘깡패 같은 행정’이라며 막말을 동원해 시정을 비하한 내용이 다수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옛 한국전력 부지의 개발을 둘러싼 공공기여금 사용문제를 포함해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터라 두 기관의 앙금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공작적 냄새가 짙은 댓글 폭탄이라면 핀트를 완전히 벗어난 해법이다. 강남구청 직원들은 신연희 구청장이 지난 10월 15일 구의회에 출석하기 하루 전에 댓글을 쏟아냈고, 동일인이 비슷한 시간에 여러 기사에 댓글을 달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를 비방하고 신연희 구청장을 두둔하는 내용이 주로 등장했고, 신 구청장의 강남구 독립 발언을 해명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국정원이나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사건 때도 개인의 일탈로 치부했으나 결국 조직적 개입으로 드러난 바 있다.
서울시는 강남구청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댓글을 달았는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직무감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사실확인을 먼저 한 뒤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9일 밝혔다.
야당 시장-여당 구청장이 사사건건 벌이는 기싸움은 국민들이 볼 때 볼썽사나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렇더라도 엄정중립을 유지해야 할 공직자들이 여론조작 의혹에 연루됐다면 어떤 이유로도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지난 10월 15일 강남구 의회에서 "기사의 댓글을 보라"며 구청 공무원들이 올린 이른바 셀프 댓글을 배포하겠다고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이 댓글을 달고 구청장이 댓글을 활용하려한 일련의 과정. 6급, 7급 공무원 몇 명의 개인적 행위로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하나 둘이 아니다. 구의회 차원이든, 서울시 차원이든, 나아가 감사원이 나서서라도 제2의 댓글사태에 윗선의 개입 여부는 철저히 가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