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개 독립영화관에서 상영…신청하면 찾아가는 공동체 상영도 가능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가 안전한 대한민국
-유족들 건강 못 돌보며 계속 활동…치아가 다 빠진 어머니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어른들, 진실앞에 부끄럽지는 않아야
■진행 : 김효영 기자 (경남CBS 보도팀장)
■대담 : 김진열 감독 (영화 '나쁜나라' 감독)
◆김진열 : 네. 안녕하세요. 김진열 입니다.
◇김효영 : 나쁜나라. 개봉한지 며칠 지났죠?
◆김진열 : 네. 저희 12월 3일에 개봉했어요.
◆김진열 : 저희도 시민들이 가까이에 있는 극장에서 상영하면 좋을텐데요. 이것이 극장을 잡는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것 같아요. 워낙에 극장에서 세월호라고 하면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번에 극장을 잡는 것이 녹록치는 않은 것 같아요.
◇김효영 : 영화관측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김진열 : 우선 상영관을 잡아주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왔었고요. 저희가 대관이라는 방식이 있어요. 극장의 시간을 할애하는 방식인데 현금을 먼저 지불하고 극장의 상영시간을 확보를 하는 방식인데요. 그렇게 대관을 신청하는 것도 대형멀티플렉스에서는 쉬운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현재는 독립영화예술전용관이라고 할 수 있는 극장에서 상영을 하고 있습니다.
◇김효영 : CGV, 롯데시네마 다 거부하던가요?
◆김진열 : 네.
◇김효영 : 어느 한 곳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곳이 없었군요?
◆김진열 : 네. 대관을 하는 것도 너무 부담스러워 하시니까. 그것이 외압이 있다기 보다는 눈에 보이는 외압이 아니라 시민들 혹은 극장주 분들 입장에서는 세월호를 소재로 얘기를 하는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그 분들 스스로가 갖는 부담감이 있으신 것 같아요.
◆김진열 : 나쁜나라는 지난해 4월 16일 이후에 유가족분들. 그리고 유가족 안에는 단원고 희생학생 부모님들도 계시고요. 일반인 분들도 계시고 생존학생들과 함께 가족협의회가 꾸려졌는데 그 가족협의회에서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 피해자 분들이 활동을 하셨던 기록을 담은 영화입니다.
◇김효영 : 나쁜나라 제목은 어디에서 따오신 겁니까?
◆김진열 : 저희가 제목을 가지고 제작진에 연출이 저 포함해서 3명이 있어요. 작가, 편집감독님 계시고 여러 스텝들이 있는데 저희가 제목을 어떻게 할 것인지 회의를 했을 때 이 가족분들이 마주했던 1년의 모습을 타이틀로 하면 좋겠다라는 이야기가 나왔고요. 그러면서 나쁜나라라고 타이틀을 정하게 됐습니다.
◆김진열 : 저희가 영화에서 보면 가족분들이 '이게 무슨 나라냐.', '이것도 나라냐.'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그래서 가족들 스스로가 국가라고 하는 모습에 대해서 많이 절망스러워 하셨고 그런 측면에서 가족 분들도 나쁜 나라다는 생각을 하고 계셨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가족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들을 엿볼 수가 있을 것 같아요.
◇김효영 : 그래요. 저는 이 나쁜나라의 예고편도 끝까지 못 봤어요. 학생 한명이 텅빈교실에 혼자 앉아서 울먹이는 모습. 끝까지 보기 힘들더라고요.
◆김진열 : 네. 마음이 다들 아프셨을 것 같아요. 저희도 마찬가지 였었고요.
◇김효영 : 이 영화를 솔직히 볼 용기가 안난다는 분도 계십니다.
◆김진열 : 그래도 보시면 지난해 가족과 시민들이 어떻게 지난 한 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 어떻게 활동을 했는지 느끼실 수 있을거고, 지금도 가족분들 말씀하실 때는 아무것도 이룬게 없다는 말씀들 하시거든요. 그래서 그 가족분들하고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어떤 작은 단초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서 보시고 꼭 함께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김효영 : 알겠습니다. 유족분들은 영화를 봤습니까?
◆김진열 : 네. 저희가 몇차례 가편집본부터 같이 진행을 같이 했었고요. 보시고서는 본인들이 겪으신 것에 비해서 아직 많은 것이 담겨지지 않았다는 말씀하시고요. 또 본인들이 1년동안 열심히 싸워왔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까 아직 갈길이 멀고,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 절감을 하게된다, 우리가 좀 더 열심히 싸워야겠다라는 말씀을 하세요.
◆김진열 : 가족분들이 피해자잖아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잃은 슬픔, 가족을 잃은 슬픔을 뛰어넘어서 특별법이라고 하는 법을 만들어서 진상규명을 하고 이 나라가 안전한 나라로 컸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담아서 지난 한 해 그리고 지금 현재까지도 거리에 서 계신 것이라 생각을 하고요.
그런 모습을 통해서 이 가족분들이 평범한 시민이었지만 참사를 겪으시면서 좀 더 자신을 성찰하고, 국가에 살고있는 자신의 위치를 탐색을 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가족분들이 해놓으신 성과들이 저는 참사가 일어난 그 해에 특별법을 제정을 한게 처음인 것 같더라고요.
그 특별법 만들고 나서도 지금도 계속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서 의견을 내시고 본인들의 생각을 주장하고 사람들한테 알려내는 작업을 하고 계신 것이 저한테는 이 분들을 통해서 시민의 힘을 발견했던 것 같아요.
◇김효영 : 유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 단식농성도 하고 있을 때, 일부 보수단체 같은 곳에서 나와서 폭식을 하기도 하고, 보상금이나 노리는 것처럼 매도하고, 시위꾼 취급도 당하시고 그러셨는데. 그런 과정을 참 이겨내기 힘드셨을 것 같아요. 자식을 잃은 부모들인데.
◆김진열 : 처음에 가족들은 당황하셨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분들은 그냥 안산에서 평범하게 40~50년을 살아오셨던 분들이기 때문에 국가라고 하는 것, 정부를 워낙에 많이 믿으셨던 분들이거든요.
그리고 기존에 나왔던 언론에서 하는 얘기를 과감없이 다 믿으면서 그동안 살아오셨던 분들인데. 막상 본인들이 거리에 서게되고 매체에서 본인들이 얘기하는 것, 정부에서 가족하고 했던 얘기들을 번복하는 상황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초기에는 당혹스러워하셨던 것 같고요.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서는 '아, 이것이 우리가 모르고 모르고 살았던 대한민국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그런 말씀도 많이 하셨어요. 어떻게보면 참 슬픈일을 겪으셨지만 또 개인으로 보면 이 세상을 알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해야할까요.
◇김효영 : 네.
◆김진열 : 또 어떤 어머니께서 저희 영화에 보면 그런 말씀을 하세요. '내 아들이 이 세상을 알게 해줄려고 나한테 공부를 시켜준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거든요.
본인들이 그동안 살아왔던 세상과는 너무다른 모습을 발견을 하셨고, 본인들의 상황에 대해서 폭력적으로 대하는 폭식투쟁이나 일베들의 행태거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지만 그것도 이제 우리사회의 한 부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신 것 같아요.
◇김효영 : 네... 자연스럽게 받아드리시는 척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김진열 : 그러실 수 있죠. 상처도 많이 받으셨고요. 많이 우시기도 하고 지난해 참사가 일어난 직후에 보여줬던 시민들의 태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보여줬던 시민들, 정부의 태도들에 대해서 많이 상처 받으셨죠. 아직도 힘들어 하시고요.
◇김효영 : 알겠습니다. 그런데 독립영화관이 근처에 없는 곳이 많아요.
◆김진열 : 아주 많아요.
◇김효영 : 독립영화관까지 못가시는 분들은 어떻게 이 영화를 볼 수 있을까요?
◆김진열 : 네. 저희가 개봉관 확보가 쉽지가 않아서 저희가 개봉관과 동시 다발적으로 공동체 상영을 함께 진행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극장이 없는 지역같은 경우는 저희 배급사로 따로 연락을 주시면 저희가 영화를 보내드리고 그 지역에서 20~30명, 100명, 200명 모여서 보실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가족분들도, 유가족분들도 함께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해주시면 가족분들이 함께 나가서 관객과의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현재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효영 : 그 공동체 상영으로 영화를 보려면, 극장 가서 영화보는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됩니까?
◆김진열 : 네. 조금 더 저렴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진열 : 페이스북에서 '나쁜나라' 검색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거기에 상영관 정보, 현재 가족분들과의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그 정보들, 그 다음에 다른 리더역할을 하고 계신 분들하고 만나는 자리를 하는 상황들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효영 : 저도 영화를 보겠습니다.
◆김진열 : 네. 가족분들한테 힘주시고, 결국은 가족분들이 하실려고 하는 자체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안전한 나라 건설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좀 다같이 함께 하시면 좀더 저희가 빨리 좋은나라에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김효영 : 알겠습니다. 기왕 연결된 김에요. 유족분들 요즘 뉴스에서도 잘 다루지 않으니까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 많이 있을겁니다. 감독님은 잘 아실테니까요. 말씀 좀 해주시죠.
◆김진열 : 네. 지금은 사실은 예전보다 더 바쁘게 보내시는 것 같아요. 우선은 당장에 닥친 문제가 단원고 교실존치문제인데. 신문에 보니까 경기도교육청에서 교실존치를 하겠다라는 의사표현을 조금 하고 계신 것 같거든요. 지난 여름부터 계속해서 단원고 교실을 비워줘야한다라는 아무런 후속대처없이 비워한다는 상황때문에 가족분들이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지금 피켓시위를 하고 계셨었어요. 시민분들하고 함께. 그 교실존치문제가 있고요. 그 다음에 아직 광화문, 청운동, 홍대에서 가족분들 피켓팅 하고 계시고요.
◇김효영 : 네.
◆김진열 : 그리고 사고침몰지역하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인양과정을 가족분들이 24시간 지켜보고 계시거든요. 그리고 저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경과를 보셔야하니까 매주 월요일날은 특별조사위원회 회의가 일반시민들한테도 다 공개가 되고 있어요.
그래서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서울로 올라오셔서 특별조사위원회 회의도 참관을 하고 계시고, 지금 같은 경우에는 세월호 관련한 청문회가 12월 14, 15, 16일에 있으니까. 그것도 준비도 하고 계시고요.
아직 많은 활동을 가족분들이 해야만 되는 상황이고, 가족분들의 활동을 더 보고 싶으시다면 가족들이 운영하는 '416TV'라고 하는 방송이 있거든요. 유가족 분들이 직접 운영하는 가족들활동,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활동들을 생방송으로 올리시거나 촬영을 해서 편집본을 올리시기도 하세요.
그 416TV를 보시거나 아니면 416가족협의회 홈페이지가 있어요. 홈페이지를 보셔도 되고, 416연대 가족들 포함한 시민사회단체 연대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가족분들 활동, 입장들을 자세하게 확인하실 수 있어요.
◆김진열 : 우선 부모님들은 아직까지도 잠을 못 주무세요. 잠도 못 주무시고 식사도 잘 못하시고요. 병원도 웬만하면 잘 안가시거든요. 죽은아이한테 미안해서 건강을 챙기는 것이 죄스럽다 생각하시는데. 어떤 어머니는 치아가 다 빠지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병들을 3, 4가지. 계속 속앓이 중이시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시는 분들은 제가 알기에는 없으시고요. 그냥 그 몸으로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않은 채 이리저리 간담회다니시고 활동들을 하고 계세요.
◇김효영 :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진열 감독은 왜 이렇게 세월호를 기록하고, 유족들과 함께 하고 계신겁니까?
◆김진열 : 세월호 참사 당시에 상황을 텔레비전 모니터를 통해서 지켜봤잖아요. 제가 지켜보는 동안 배 안에 있었던 아이들, 다른 일반인들 그 분들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기록작업을 안산에서 제안을 받았어요. 기록을 했으면 좋겠고, 다큐멘터리로 시민들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주셨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니까. 그러면 기록을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작업을 하게 되었고요.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는 먼저 하늘로 간 아이들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아이들이 얼마나 억울했을까, 어쨌든 그 아이들은 살려줄 것이라고 믿었는데, 어른들을 믿고 기다렸는데 저희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거잖아요.
아이들 생각하면서 했던 것 같고요. 최근에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는 그 상황을 목격한 사람으로써 그 목격자의 역할이 있는거고, 그리고 언젠가 20년이 지나든 30년이 지나든 가족분들은 계속 진실을 위해서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혀내겠다고 하시니까.
30년 후에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가족분들만이 밝혀내는, 긴 시간을 싸워나가는게 아니라 그 시대를 함께했던 한 시민으로써 나중에 진실을 밝혀줄 때 부끄럽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하지 않을까 요즘에는 많이 들게 되는 것 같아요.
◇김효영 : 알겠습니다. 이런 기록은 언론이 해야 하는 일인데 말이죠.
◆김진열 : 언론도 다들 언론의 제 기능들을 하셨는데요. 물론 제대로 안한 언론들도 있지만 계속 CBS처럼 가족분들 옆에서 진실을 밝히는데 함께해 주셔서 저희가 감사하죠.
◇김효영 : 아닙니다. 부끄럽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들어야겠습니다.
영화 많이들 보러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진열 : 네. 함께 많이 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김효영 : 네. 고맙습니다.
◆김진열 : 네. 고맙습니다.
◇김효영 : 지금까지 영화 나쁜나라의 김진열 감독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