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강공 모드 "경내 진입 불사하겠다"
8일 경찰 수뇌부가 잇달아 한 위원장의 체포에 대해 단호한 방침을 내놓으면서 영장 집행은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한상균 위원장의 도피 행위를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24시간 이내에 경찰 체포영장 집행에 순순히 응할 것을 마지막으로 통보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조계사를 방문해 "빠른 시일 내에 자진퇴거 하도록 요청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불가피하게 법적 절차에 따라 영장 집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종교시설 공권력 행사에 대한 부담으로 무려 22일 동안 체포영장 집행을 끌어오던 경찰이 이제는 경내 무력 진입까지 시사한 것.
경찰이 제시한 24시간 종료 시점은 9일 오후 4시까지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에 있는 기동대 대부분은 이날 비상근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강 청장은 마감시한 내에 한 위원장이 진정성 있는 입장 변화를 보이면 조계사 경내 강제 진입을 유보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 맞불 놓은 민주노총 "체포하면 즉각 총파업"
하지만 민주노총은 일각에서 제기된 한 위원장의 자진퇴거설을 일축하며 경찰의 이같은 방침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단 체포가 실제로 집행되면 총파업을 포함해 총력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8일 오후 성명서를 내고 "즉시 파업을 할 수 있는 조직은 파업에 돌입하며, (그렇지 않은 조직은) 지역별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찰이 제시한 마감시한을 전후해 수도권 조합원들을 조계사 인근으로 결집시킬 예정이다.
이후에도 9시부터는 '공안탄압 규탄' 촛불집회를 연 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다음 날까지 투쟁 비상대기 상태를 유지한다.
민주노총 박성식 대변인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건 위원장 개인에 대한 침탈이 아니라 민주노총 전체, 그리고 노동자들의 운명을 저해하기 위한 공안탄압 시도"라며 "그런 의미에서 총파업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 위원장을 체포하려는 경찰과, 이를 막으려는 민주노총 조합원 간의 긴장은 9일 오후 조계사를 둘러싸고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 조계종 화쟁위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8일 긴급 성명을 발표한 화쟁위는 "지난 5일 집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듯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도 화쟁 사상에 입각해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시민단체와 학계 등에서도 기자회견 및 성명서 발표를 예고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9일 오전 경찰의 마감시한을 앞두고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민변은 이 자리에서 한 위원장의 강압적 경찰 출석은 온당치 않다며 조계종단과 조계사가 노동자를 포용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할 예정이다.
오후에는 문화예술계와 학계에서도 조계사 앞에 나와 입장을 발표한다.
한국작가회의 염무웅·정희성·윤정모 고문, 신학철 전 한국민예총 이사장 등 문화예술계 원로들은 이날 경찰의 진압 방침을 규탄하는 성명을 낼 계획이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에서는 송주명 상임의장, 이도흠·최갑수·조돈문 전 상임의장 등이 이날 한 위원장의 신변 보호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계사 조현 주지스님 등을 면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