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씨는 검찰이 피고인 박모(83)씨의 범행동기로 지목하는 화투 싸움의 상대방으로 살충제 사이다 음독 피해자가 공개석상에 나온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씨는 8일 밤 10시 45분쯤 국민참여재판 2일차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전날인) 7월 13일 오후 마을회관에서 닭죽으로 점심을 나눠 먹고 할머니들과 화투를 치다 박씨와 말다툼을 했다"고 증언했다.
민씨는 "나도 박씨도 10원씩 땄는데 자기는 돈을 잃었다며 10원짜리 두개를 다 가져갔다"면서 "화가 나 화투패를 확 밀면서 "더 이상 치지 않겠다"고 해 결국 이날 화투판이 깨졌다"고 했다.
화투놀이를 하면서 싸운 적이 없다는 피고인 박씨의 항변을 정면으로 뒤엎는 주장이다.
민씨는 다만 '서로 고함치고 욕설하는 수준으로 다툰 건 아니지 않느냐'는 변호인의 물음에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민 할머니는 "할머니들끼리 간혹 싸움이 붙었지만 화투 놀이가 아예 끊기는 일은 없었다"며 "박씨가 나와 다른 할머니보다 속임수를 많이 쓴 거는 사실이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박씨는 "마을회관 냉장고에서 민씨가 사이다를 꺼냈고 그릇까지 챙기는 걸 분명히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씨는 "(사건 당일은) 마을회관 거실에 들어선 이후부터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며 "(혼수상태에서) 깨어보니 병원이었고 딸이 울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민씨의 아들 김모씨는 "어머니가 기억력이 비상한 분이라 의식만 회복하면 사건 진상을 풀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며 "하지만 의식이 돌아온 뒤에도 당일의 일은 거의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선 민씨를 비롯해 금계리 마을이장, 새마을지도자, 피해자 며느리 등 7명의 증인이 출석한 가운데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14시간 가량 이어지는 양보없는 공방전이 펼쳐졌다.
재판부는 3일차 공판이 열리는 9일 사건 피해자 신모(65·여)씨, 최초 119 신고자 박모(65·여)씨, 상주경찰서 수사과장 등 6명을 소환해 증인 신문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