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 아닌 애석' 테임즈보다 박병호를 뽑은 이유

'올해는 과연 어떤 얼굴들이?' 2015 프로야구를 빛낸 황금장갑의 주인공들이 8일 결정된다. 사진은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자들의 모습.(자료사진=박종민 기자)
올해 프로야구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8일 가려진다. 오후 4시 50분부터 서울 양재동 The-K 호텔에서 열리는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10명, 각 포지션 최고 선수들이 영예를 안는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역시 1루수와 투수, 외야수, 유격수 부문 쯤이 될 것이다. 격전지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부문은 대부분 예상이 가능하다. 월등한 성적을 올렸거나 엄청난 기록의 프리미엄을 갖는 후보들이 보인다.

1루수는 '전지전능의 사나이' 에릭 테임즈(NC)와 '초인군단의 홈런왕' 박병호(넥센)이 MVP에 이어 격돌한다. 이번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다. 투수는 다승왕 에릭 해커(NC)가 이른바 '애국 투표'를 넘어설 것인지가 화두다. 외야수는 워낙 쟁쟁한 후보가 많고, 유격수는 두산의 우승을 이끈 김재호(두산)와 신인 김하성(넥센)의 2파전 양상이다.

누가 수상해도 자격이 있지만 또 누가 수상해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과연 어떤 선수들이 황금장갑을 낄까. 유권자로서 누구를 찍었는지, 또 그 이유도 밝혀본다.

▲애국은 없다, 애석만이 있을 뿐

투수 부문은 해커를 찍었다. 올해 다승왕(19승5패)에 승률왕(7할9푼2리)이다. 204이닝과 3.13의 평균자책점(ERA) 2위다. 성적과 팀 공헌도에서 가장 앞선다. 물론 포스트시즌에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나머지 후보들은 탈삼진왕(194개) 차우찬(삼성)을 제외하고는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거나 다른 이유로 나서지 못했다.

애국 투표를 하려고 해도 해커가 워낙 뛰어났다. 2012년 다승왕(17승6패) 장원삼(삼성)이 ERA(2.20), 이닝(208⅔) 1위 브랜든 나이트(당시 넥센)를 누른 논란은 없을 듯하다. (다만 당시 축구 담당인 제 3자의 입장에서 결과를 지켜보면서 장원삼도 충분히 수상 자격은 있다고 봤다.)

해커를 찍은 이유는 그 다음 투표를 위한 내 마음 속 포석일 수 있다. 1루수 부문이다. 그렇다. 박병호를 찍었다. 이건 애국보다 '애석'에 가까운 마음 때문이다. 이전 MVP 투표에서는 테임즈를 택했던 까닭이다.

'영웅은 영웅을 알아본다' 지난달 정규리그 MVP 시상식에서 영광을 안은 에릭 테임즈가 박병호와 껴안는 모습(왼쪽)과 박병호가 테임즈에게 꽃관을 씌워주는 모습.(자료사진=윤성호 기자)
당시 테임즈를 찍으면서도 박병호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둘 다 뽑혀도 MVP에는 차고도 남는 선수들이었던 까닭이다. 알려진 대로 둘은 올 시즌 용호상박이었다. 박병호가 사상 첫 2년 연속 50홈런 이상에 4년 연속 홈런(53개), 타점왕(146개) 금자탑을 세웠다. 한 시즌 최다 타점이었다.

하지만 테임즈가 살짝 더 빛나 보였다. 기록 때문이었다. 사상 최초의 40홈런(47개)-40도루 시대. 메이저리그에서도 4번뿐이며 일본에서는 전무했던 대기록의 후광이 너무 컸다. 여기에 프로 원년 백인천의 최고 장타율(7할4푼)을 넘는 신기록(7할9푼)에 타율(3할8푼1리), 출루율(4할9푼7리), 득점(130개)까지 4관왕이었다.

이는 1998년 이승엽(삼성)과 타이론 우즈(당시 OB) 논란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다. 우즈는 당시 한 시즌 신기록인 42홈런에 103타점으로 MVP에 오른 뒤 38홈런 102타점의 이승엽에 1루수 골든글러브를 내줬다. 애국 투표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올해 박병호는 1루수 골든글러브를 받아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본다. 당시 우즈는 불만을 드러냈지만 올해 만약 테임즈가 수상하지 못해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본다. MVP 시상식 때 보인 박병호와 테임즈의 우정과 호방함, 대범함을 보면 더욱 그렇다.

▲MVP와 다른 GG의 외적 변수들

영광의 황금장갑 수상자들은 투표로 결정된다. 정규리그 MVP, 신인왕 선정과 다른 점은 유권자 층이다. KBO 출입 기자단이 유권자였다. 그러나 골든글러브는 기자뿐 아니라 비롯해 방송국 PD, 해설자, 아나운서 등 폭이 더 넓다.

당초 MVP, 신인왕 투표도 골든글러브처럼 포스트시즌이 끝난 뒤 이뤄졌다. 그러나 2012년부터 정규리그 직후 가을야구 시작 시점으로 당겨졌다. 올해도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지난 10월11일 이뤄졌다. 정규리그 수상자들인 만큼 포스트시즌 활약이 영향을 미치지 않게 위해서다.

그러나 골든글러브는 지난 4일까지가 투표 기간이었다. KBO 관계자는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알게 모르게 포스트시즌의 활약, 올해는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의 잔상까지 유권자들의 뇌리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강의 외야진?' 올 시즌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 후보에 오른 두산 김현수(왼쪽부터), NC 나성범, 넥센에서 케이티로 이적하는 유한준.(자료사진=박종민 기자, 넥센)
아마 외야수 부문도 그럴 것으로 짐작한다. 프리미어12 초대 MVP 김현수(두산)를 찍은 이유다. 올해 타율 3할2푼6리(10위) 28홈런(7위) 121타점(6위) 출루율 4할3푼8리(4위)의 정규리그 활약도 활약이지만 한국시리즈와 프리미어12 우승을 이끈 후광이 크다.

최형우(삼성) 대신 나성범(NC)을 뽑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둘의 정규리그 성적은 난형난제다. 최형우가 33홈런 123타점 174안타(이상 5위)를 날렸고, 나성범이 28홈런(7위) 135타점 122득점(이상 4위) 184안타(2위)를 기록했다. 다만 최형우는 한국시리즈에서 굉장히 부진했고, 나성범은 프리미어12 우승 멤버였다.

여기에 강정호(피츠버그)의 공백을 메운 공로를 유심히 봤다. 넥센 공수에서 강정호의 아쉬움을 잊게 만든 외야수 유한준(케이티)과 유격수 김하성을 찍은 까닭이다. 유한준은 올해 최다안타왕(188개)과 타율 2위(3할6푼2리)에 올랐고, 신인임에도 주전의 중책을 맡아 김하성은 유격수 중 가장 많은 140경기 출전해 19홈런 22도루를 기록했다.

누구를 찍었는지 공개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 부담을 동반할 게 뻔하다. 특정팀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게 아니냐, 외국 선수를 차별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질 게 솔직히 두렵기도 하다. 해당 선수나 구단 관계자들의 낙인이 찍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왕 기사를 쓰기로 한 만큼 감수해야 할 부분. 또 밝힌다고 해서 이미 끝난 투표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터. 비록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나름 이런저런 환경과 조건 등을 종합해 선택한 만큼 그 과정을 알리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싶어 용기를 내봤다. 나머지 부문은 수상자가 거의 추측이 가능하지 않을까 짐작한다. 과연 누가 영예를 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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