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4일에 이어 7일에도 악영향이 이어진 탓에 2거래일 만에 무려 8% 넘게 빠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원유 가격이 상승으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WTI, 1년 반 만에 107달러→37달러
2011년 이후 지난해 초까지 큰 변화가 없었던 국제 유가는 지난해 6월 이후에 공급 과잉 우려가 불거져 나오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유럽과 중국 등의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있어 글로벌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 등에 따라 공급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6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07달러대까지 올랐다. 브렌트유도 114달러까지 치솟아 고유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는 빠지기 시작해 작년 11월에는 40%가량 떨어져 배럴당 70달러선까지 밀렸다.
당시 유가 하락에 따라 재정 압박을 받게 된 일부 OPEC 회원국이 감산을 통해 유가를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11월 회의에서 OPEC은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합의했다.
OPEC 회의 이후 실망감이 반영돼 유가는 50달러대까지 하락해 안정을 유지하다가 8월 이후에는 다시 소폭 떨어져 40달러선에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지난 4일 회의에서도 OPEC이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한 것은 국제 유가를 30달러대로 끌어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침체됐던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 공급과잉 현상 지속으로 추가 하락 불가피할 듯
OPEC이 가격 하락에도 과거의 생산량 감축 카드를 빼지 않은 것은 공급과잉의 원인인 미국 셰일원유생산업체들을 고사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셰일 원유 생산비는 기존 원유 생산비보다 비싸기 때문에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채산성이 나빠진 셰일원유생산업체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런 판단에 따라 자체 설정한 할당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을 유지할 방침이다.
현재 12개 OPEC 회원국의 1일 생산량은 3천만 배럴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150만 배럴가량을 더 생산하고 있다.
OPEC 회의가 끝난 뒤 OPEC 의장인 엠마뉴엘 이베 카치큐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은 "내년 6월까지는 지금의 생산량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해 할당량에 개의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라크 석유장관인 아델 압둘 마흐디와 이란 석유장관인 비잔 남다르 장가네도 생산 할당량을 지키는 데 불만을 표출했다.
이 같은 OPEC 회원국의 입장으로 미뤄볼 때 OPEC의 1일 생산량은 3천150만 배럴을 유지하거나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란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생산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공급 과잉이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기대대로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업체들이 도산해 준다면 가격이 반전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의 최고경영자인 아민 나세르는 내년 초에 셰일 원유 생산업체의 도산과 함께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오히려 추가 하락에 대비하고 있다.
원유시장 컨설팅업체인 캡록 리스크 매니지먼트(Caprock Risk Management)의 크리스 자르비스는 "공급과잉에다가 미국의 달러 강세까지 더해져 약세가 지속할 것"이라면서 "WTI는 조만간 배럴당 32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CNBC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