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사이다…"피고인 거짓말해" VS "검찰 증거 짜깁기"

국민참여재판 첫째날... 9시간 날선 공방전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 피고인 박모(82)씨가 7일 대구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상주 농약 사이다 살해 사건의 진상을 가릴 국민참여재판 1차 공판에서 검사와 변호인은 증거물의 신빙성을 둘러싸고 공방전을 펼쳤다.

7일 오전 9시 30분 배심원 선정 절차로 시작돼 오후 8시 반까지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 검사 5명을 투입한 검찰은 "직, 간접적인 증거가 박모(82) 할머니를 범인으로 지목한다"고 피고인을 몰아붙였다.

5명으로 변호인단을 꾸린 피고인측은 "검찰이 짜깁기한 증거로 애먼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 있다"며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 ‘피고인 주거지에서 범행도구 발견?‘

검찰은 피고인 박 할머니의 주거지에서 범행에 쓴 살충제(메소밀) 병과 박카스 병이 나란히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검사는 "박씨 집 창고 뒤편 대나무 수풀에서 검은 비닐봉지에 담겨있는 농약 병이 나왔는데 피고인 주장과 달리 제 3자가 고의로 내다 버렸다고 보기 매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메소밀을 옮겨 담은 것으로 보이는 박카스 병도 집 마당 감나무 주변에서 발견했는데 피고인 집안에서 나온 다른 박카스 병과 제조번호가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

이에 변호인은 "문제의 박카스 병은 라벨이 심하게 훼손되는 등 집안에 있는 박카스 병과 형상이 크게 다르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대로라면 사건 당일 박카스를 꺼내서 범행에 이용했을 텐데 하루 만에 병이 이렇게 변할 수 있냐"며 "같은 제조변호로 공급된 박카스가 상주시 공성면 지역에만 3천병에 달한다"고 말했다.

◇ 피해자 입 거품 닦느라 메소밀 묻었다?

검찰은 메소밀이 유독 피고인 소지품에서만 검출되는 점 역시 박씨의 범행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검사는 “메소밀이 피고인의 바지에서만 10군데나 검출됐지만 피해자 DNA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피해자들 입에서 나온 거품을 닦다 묻은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은 거짓이다”고 했다.

또 “박씨는 두루마리 휴지와 걸레로 피해자들이 쏟아낸 거품을 닦아줬다고 하는데 역시 걸레에서도 DNA는 없이 메소밀만 나왔다”며 “박씨가 걸레로 닦은 건 피해자 타액이 아니라 메소밀 원액인 것으로 보인다”고 몰아세웠다.

변호인은 “박씨가 메소밀을 냉장고 안에 있던 사이다병에 옮겨 넣었다는게 검찰 주장인데 그렇다면 냉장고 손잡이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이어 “두루마리 휴지에선 한 피해자의 DNA가 나왔다는데 이는 박씨가 입을 닦아 줬다는 진술이 사실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고 덧붙였다.

7일 대구지방법원 11호 법정.
◇ 범행 동기는 화투놀이 다툼?

검사는 “프로파일러 분석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피고인은 분노조절을 어려워하는 성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사건 하루 전날 화투 놀이를 하다 피해자 A씨(84)와 심하게 싸웠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피고인측은 수사기관이 내세우는 범행동기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변호인은 “경찰 프로파일러는 박씨가 농지 임대 문제로 다툰 B씨(65)를 살해하려고 범행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검찰은 화투 싸움이 범행 동기라 주장한다”며 “수사기관 내부에서조차 혼선이 있을 정도로 신빙성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재판부와 배심원단은 8일 2차 공판에서 검찰측 증인을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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