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등은 7일 청와대에서 만나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 경제활성화 관련 2개 법안 등의 국회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청와대 측에선 이병기 비서실장과 현기환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김 대표는 회동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50분 간 이어졌던 이날 회동 기류에 대해 "절박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한 분위기였다"고 요약했다.
이는 주로 박 대통령이 피력한 심기(心氣)에 기대어 전달된 기류다. 중간에 원유철 원내대표가 회의 분위기에 대해 "화기애애했다"고 묘사했지만, 김 대표는 "화기애애했다는데, 식구끼리 만났으니 (당연히) 화기애애"라고 일축한 뒤 무거웠던 분위기를 주로 전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법안 처리) 협조가 안 되는 데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 서비스산업발전법,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 등 경제활성화 관련 3개 법안, 대(對)테러방지법 등이 '지연 법안'으로 거론됐다.
박 대통령으로선 여야가 경제활성화법 등에 대해 정기국회 회기 내 '합의 후 처리'를, 노동개혁에 대해선 '임시국회 처리' 등을 합의한 것을 지목해 "연내 처리 약속을 지키라"고 국회를 재차 압박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선 국회를 겨냥해 "자기 할 일은 않고 '립서비스'만 하는 위선"이라고 꼬집었고, 같은달 10일엔 "총선에서 진실한 사람만 선택되게 해달라"는 '뼈' 있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었다.
이날 회동에서도 "19대 정기국회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고 이제 꼭 해야 될 것은 반드시 하고 넘어가야 되겠다"며 "그렇지 않으면 참 두고두고 가슴을 칠 일이고 내년에 선거를 치러야 되는데 정말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고 법안과 총선이 결부됐다.
박 대통령은 야권과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 '기간제법', '파견법' 등에 대해 "이름이 잘못 붙여졌다"고 하는 등 세부적인 사안까지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도 박 대통령의 우려에 대해 "테러방지법이 늦게 처리돼 국민이 피해를 입으면 야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법안 처리의 시급성에 호응안 것으로 전해진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의 틀 속에서 여야가 합의를 해야 법안 처리가 되는 만큼 법안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함께 대국민 홍보전, 국민에게 알리는데 총력 힘을 모으자고 했다"며 당청(與靑)이 합심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원 원대대표는 이날, 정기국회 회기 바로 다음날인 오는 10일 '12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다. 회기는 내년 1월 8일까지 30일간으로 이 기간 동안 내년 총선 선거구획정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朴 대통령-김무성 독대…"전략공천 등 민감한 '공천 룰' 논의됐나?"
한편 이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구성이 결정된 당내 '공천 룰' 특별기구 등 정치현안 문제는 공식석상에서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대표는 회동에서 공천 관련 얘기는 없었다고 했고, 새정치민주연합과의 내년 총선 선거구획정 협상에 대한 보고에서도 "대통령이 듣기만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의 이병기 실장과 현기환 정무수석, 당측의 원유철 원내대표 등을 자리에서 물린 뒤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따로 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독대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 원내대표는 "당 대표가 (대통령과) 별도의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지만, 독대 시간·내용 등에 대해선 불문에 부쳤다.
독대와 관련 당 안팎에선 "노동개혁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에 대해선 반공개적으로 의견을 나눈 뒤 독대 자리에서는 정치 현안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로선 공전을 거듭해 당내 갈등설이 불거졌던 공천 문제에 있어 친박계(親朴·친박근혜)의 요구사항인 결선투표제를 수용한 직후 시점에서 박 대통령과 '일 대 일'로 만난 것이다.
당내에서는 청와대와 친박계가 결선투표에 더해, 전략공천과 현역의원 '컷오프(cut off·예비심사)' 등을 추가로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