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느낀 제주 감귤 맛을 전하고 싶어요"

카카오파머 이상근 매니저 2030 세대 과일소비시장 도전

카카오파머 이상근 매니저. 그는 6년째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살고 있다. 감귤의 건강한 맛을 사랑한다. <사진=김대휘 기자>
스마트폰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타임커머스 앱 시장이 뜨겁다. 그런데 타임커머스로 제주감귤을 팔겠다는 카카오의 뜬금없는 발상과 실행이 최근 감귤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카카오파머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BX(Brand Experience)디자이너인 이상근(39)씨다.

이 매니저는 제주에서 가족과 함께 산지 6년째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 나오고 IT회사를 다닌 서울 토박이. 지금은 감귤 주산지인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살고 있다.

그가 최근에 새로운 기획을 통해 제주 감귤 시장을 확장하고 한다. 바로 농산물을 거래하는 타임커머스다.

카카오를 통해 실시간으로 감귤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감귤을 판매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가 중요하다. 바로 O2O 서비스의 최근 대세인 타임커머스. 그것도 농산물을.

“카카오파머는 2030세대 모바일 쇼핑에 익숙한 고객들을 타깃으로 합니다. 그래서 박스도 5kg 소포장으로 준비했고 박스 안에 나눔용 소포장 박스와 감귤 위에 재미있게 붙일 수 있는 스티커와 감귤 맛있게 먹는 법을 담은 설명서도 넣었죠."

이미 많은 감귤 농가들이 인터넷을 통해 거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파머 이상민 매니저가 주목하는 것은 모바일에 익숙한 2030세대다.

문제는 규격화가 어려운 상품인 농산물을 어떻게 타임커머스에 포함시키느냐는 것이다.

이 매니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한 양과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 농가를 찾아 계약했다.

“서귀포 일대 농가를 방문했는데 하나 같이 농부들이 개인적으로 직거래를 할 때 주문을 받는 것부터 포장, 배송 그리고 소비자 응대까지 애로가 많다. 자식처럼 키운 귤 인데 우리의 진심을 제대로 전하기 쉽지 않다. 카카오파머에서 농부들의 진심을 잘 전달해주고 여러 가지 지원을 해준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말씀들을 하시더라고요. 그때 이건 꼭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감귤선과장도 계약을 통해 직접 운영한다. 현재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농가들이 처음에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부터 낯설어 했죠,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할 때 황당한 표정이었다. 구두거래에 익숙한 분들에게 계약서를 들이미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죠” 하지만 계약서는 신뢰를 쌓는 기초가 됐다.

감귤은 품질과 유통량에 따라 대도시 도매시장 경매가격이 매일 변하는데 카카오파머는 계약된 가격에 꾸준히 구매를 하고 있다.

이상근 매니저는 모바일을 통한 2030세대 과일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김대휘 기자>
최근 잦은 비날씨로 하락하는 감귤가격을 고려하면 ‘바보’같은 계약이 될 수 있지만 신뢰는 결국 카카오파머의 장사 밑천이 되고 있다.

지난달 10일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됐다. 이달 말까지 3개월 동안 판매할 감귤은 750톤. 5kg 박스로 144,000개 정도다. 서비스 오픈 첫날에만 2천 박스 정도 팔렸다.

카카오 선물하기에서 감귤 선물 받을 사람을 지정하면 끝. 주소는 받는 사람이 작성한다.

카카오파머는 감귤의 타임커머스 판매를 통해 데이터를 쌓고 있다.

감귤 판매를 통해 축적된 소비자의 구매 이력, 구매 추천 등의 빅데이터로 2030세대 감귤 소비자 분석 등의 지표도 만들 계획이다. 관련 정보는 제주도 감귤 정책에 도움이 되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이 매니저는 “빅데이터를 통해 감귤농가는 차별화된 브랜딩과 유통채널의 다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차별화된 브랜드 패키지 디자인과 제주감귤과 관련된 정보를 담은 리플릿, 이웃과의 나눔을 위한 소형 나눔 패키지, 감귤을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는 꾸밈 스티커도 제주감귤 브랜딩을 위한 카카오파머 제주만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이 매니저의 이런 아이디어와 자신감은 그가 살고 있는 위미리 주민들과 살가운 접촉의 결과다.

지역에서도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성격 탓에 인사 잘하는 서울 촌놈으로 인정을 받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동네 감귤을 블로그에서 판매했다.

그러던 어느 겨울, 이 밭 저 밭을 다니면서 감귤의 맛을 보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서울에서 맛본 감귤과는 차원이 달랐다.

밭에서 방금 수확한 감귤은 약간 신맛이 살아있어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이 매니저는 이 맛을 알게 됐고 카카오를 통한 타임커머스 필요성을 보게 됐다. 카카오파머가 파는 감귤은 실시간 구매요청에 따라 판매가 진행된다. 주소 입력 후 2~3일 이내에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감귤 맛의 싱싱함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감귤을 판매하는 카카오파머에 대한 다른 시각도 있다. 온라인 시장에서 카카오라는 막강한 망을 통해 감귤 시장을 점령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 씨는 이에 대해 “우리는 모바일 판매를 통해 2030세대의 새로운 농산물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기존 시장 잠식이 아니라 전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파머가 팔고 있는 감귤의 포장 상자.<카카오파머 제공>
목표는 1년 내내 감귤을 판매하는 것이다. 노지감귤에서 만감류 까지 확대할 생각이다. 아마도 감귤 판매가 성공하면 다른 농산물 판매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년 1월에 회사 내 평가를 받아야 한다. 카카오파머 팀원 14명을 이끌고 있는 이상근 매니저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이 매니저는 아내와 두 딸 그리고 한명의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셋째 딸을 가진 계기로 제주 여행을 왔다가 그대로 주저앉아 살고 있다. 제주 정착은 아내가 주도했다)

동네에서 작은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위미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카페 위미는 위할 위, 아름다울 미 자를 써서 아름다움을 위한다는 뜻이다. 자신 있는 메뉴는 무늬 오징어빙수. 밀크 빙수에 특별한 토핑으로 무늬오징어가 들어갔다. 카페는 관광객이 많이 찾았지만 이제는 동네 사랑방 공간이 됐다.

타임커머스도 최초 생산지의 건강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제공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카카오파머가 증명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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