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민중총궐기, 차벽도 밧줄도 없었던 이유는?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차 민중총궐기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물대포와 고성이 오가던 집회 현장이 꽃으로 채워졌다. 시위대를 막아선 경찰 차벽도 보이지 않았다.


5일 2차 민중총궐기의 주최측인 '백남기 범국민대책위원회'는 평화 집회를 약속하며 지난 집회에서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는 의미의 카네이션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주최측 추산 5만, 경찰 추산 1만 4천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시청 광장에서 집회를 마치고 백씨가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까지 행진한 뒤 밤 8시 25분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집회가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된 데는 집회를 평화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주최측의 의지와, 차벽 대신 폴리스 라인으로 시위대에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경찰의 협조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폭력 시위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집회 금지를 통고했던 경찰은 차벽을 폴리스 라인으로 대신하며 시위대와 충돌을 최소화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225개 중대 2만여명과 살수차, 차벽을 준비했지만 현장에 투입시키지는 않았다.

종교계의 적극적인 중재도 평화 시위를 이끄는 데 한 몫을 했다.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조계사로 피신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중재 요청을 받아들여 이날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타 종교와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불교와 개신교, 천주교 등 5개 종교 단체에 소속된 500여명의 종교인과 신도들은 이날 집회에 앞서 평화의 꽃길 기도회를 열고 평화로운 집회 시위 문화 정착과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했다.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차 민중총궐기대회’ 참가자들이 대학로 서울대 병원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시민들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집회 현장의 분위기를 띄웠다. 정부의 복면금지법에 반대하는 뜻을 전하기 위해 닭 모양의 가면이나 탈 등을 쓰고 시위에 나온 시민들도 있었다.

대학생들은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탈춤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를 얻기 위해 오늘 집회에 동참했다"는 임모(58,여)씨는 "서로의 목소리가 다르다고 억압할 게 아니라 충분히 평화로운 방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2차 집회가 평화롭게 마무리됨에 따라 오는 19일 지역별 3차 민중총궐기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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