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차벽 사라진 도심서 평화의 꽃 든 종교인들

"작은 기적 이미 시작…집회 자유 보장해야"

"평화여 피어나라!"

종파도, 소속도 다른 종교인들이 평화를 위해 함께 꽃을 들었다.

개신교와 성공회, 천도교, 원불교, 불교 등 5개 종교 소속 단체로 구성된 종교인평화연대는 5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위헌적 차벽 설치 반대와 안전한 집회 행진 보장을 위한 평화의 꽃길 기도회를 열었다.

꽃 한 송이씩을 들고 기도회에 참석한 500여명의 종교인들은 "오늘 경찰 차벽이 사라지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며 "평화 시위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종교인들이 먼저 평화의 도구가 되겠다"고 외쳤다.


이들은 먼저 경찰에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종교인들은 "가능성만으로 차벽이 설치돼서는 안 된다"며 "위헌적 차벽 설치를 중단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안전한 집회와 행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는 시민의 보호자이지 조정자가 아니다"며 "폭력 상황이 유도되지 않도록 인권에 바탕한 법 집행을 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에는 폭력 진압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종교인들은 "경찰의 물대포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씨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는 정부에 깊은 유감"이라며 "진상을 규명하고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약속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호소문 낭독에는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과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총무 한세욱 목사, 원불교 사회개벽교무단 박명은 공동대표, 천도교 한울연대 김용휘 공동대표, 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 최준기 신부가 참여했다.

이들은 호소문을 낭독한 뒤 종단별로 평화의 집회를 기원하는 기도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당초 평화연대측은 호소문 발표 후 경찰의 차벽으로 이동해 들고 있던 꽃을 놓기로 했으나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지 않으면서 대신 침묵으로 서울 시청을 한 바퀴 도는 의식을 치렀다.

종교인들의 평화 집회 호소에 시민들도 함께 꽃을 들었다.

"표현의 자유를 얻기 위해 집회에 동참했다"는 시민 임모(58,여)씨는 "서로의 목소리가 다르다고 억압할 게 아니라 충분히 평화로운 방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미숙(23,여)씨도 "대학생들은 스펙 쌓느라 이런 일에 관심이 많이 없는데 종교인들과 함께 평화 시위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 나왔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파이낸스 빌딩 맞은편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수성향의 대한민국재향경우회가 '내 나이가 어때서' 등 가요를 크게 들어놓고 '불법 폭력시위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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