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등 유관기관과의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던 데다 사시 존치론자와 폐지론자 양측으로부터 거센 비판이 쏟아지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법무부는 내년 2월 마지막으로 치러지는 사시를 앞두고 법무부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불필요한 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봉욱 법무부 법무실장은 4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앞으로 여러 기관·단체들과 의견을 논의하고 수렴하고 검토할 것"이라며 "법안 심사과정에서 법무부의 최종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시 폐지를 유예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낸 지 하루 만에 아직은 최종 입장이 아니라는 법무부의 설명은 마치 '최종인 듯, 최종 아닌, 최종 같은' 애매모호한 입장이 아닐 수 없다.
법무부는 불과 2주 전만 하더라도 사시 존폐에 관한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당시 국회에서 열린 사시 존치법안 관련 공청회에서 의견을 개진하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침묵으로 일관하다 퇴정 조치를 받기도 했다.
'침묵→사시 존치→입장 유보'. 최근 2주 동안 법무부가 보여준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 한국법조인협회 김정욱 회장은 "2주 전까지는 침묵하다가 갑자기 사시 폐지 유예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결국 '졸속 결정'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사시 존치를 할지 말지 권한이 없는 법무부가 굳이 입장을 발표한 것은 의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지적했다.
찬반 대립이 뚜렷한 사시 존치 문제에 대해 입장 발표를 하기 전에 유관기관·단체와 아무런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대법원은 전날 "사법시험 존치 등 법조인 양성시스템에 관한 사항은 법무부가 단시간 내에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존 법조인 양성 체제에서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대법원은 법무부 발표 직전에야 내용을 들었다며 법무부가 이처럼 거친 방식으로 서둘러 발표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대한변호사협회의 한상훈 대변인도 "전혀 사전 조율이 없었다"며 법무부의 독단적인 결정을 비판했다.
대한변협은 전날 법무부가 사시 관련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듣고 '사시 존치 환영', '사시 폐지 비판' 등 두 가지 버전의 성명서만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지적에 대해 봉 법무실장은 "찬반 단체들과 일대일로 같이 함께 모여서 의견을 수렴해왔다"면서도 어느 부서에서 어떠한 협의를 해왔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