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조사위원회 안전진단 결과 끊어진 케이블 손상 정도가 심해서 교체작업이 끝날 때까지 통행을 차단하기로 결정했다"며 "불편하더라도 안전을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3일 저녁에 발생한 서해대교 케이블 화재 사고 원인에 대해 한국도로공사측은 '낙뢰'가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화재 당시 서해대교에는 주목할 만한 낙뢰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될 뿐만 아니라 설사 '낙뢰'가 있었다 해도 주탑에 '피뢰침'이 설치돼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도로공사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낙뢰로 인한 케이블 훼손 가능성 외에도 부실 관리에 따른 케이블 내부 강선 마찰로 인한 화재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장교인 서해대교에는 케이블이 총 144개가 설치돼 있다. 2개의 주탑이 있고 8개 방향으로 케이블이 각각 18개씩 설치돼 있다.
서해대교에 설치된 케이블은 '멀티스트랜드(multi-strand) 타입'이다. 멀티스트랜드 타입의 케이블 내부에는 직경 15.7밀리미터짜리 작은 강선이 72가닥 들어 있다.
◇ 기상청은 낙뢰가 없었다는데… 도로공사는 "낙뢰 가능성 무게"
무엇보다 이번 서해대교 케이블 화재 사고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한국 도로공사측은 사고 당시인 3일 저녁 6시 10분쯤 주탑 꼭대기 근처인 65미터 높이 지점(도로 상판으로부터)의 케이블에 낙뢰가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기상청은 해당 지역에서 해당 시각에 낙뢰가 없었다고 CBS노컷뉴스에 재차 확인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3일 오후 4시 30분~6시 30분 서해대교 근처에 낙뢰 없었다"며 "서해대교 남단쪽 신평이라는 곳의 관측에 따르면, 6시 12분 기준으로 바람이 서북서풍으로 6.2미터(약간 강한정도) 정도로 불었다. 눈과 비도 없었다. 다만, 신평은 내륙이고 서해대교는 바다쪽이어서 서해대교에서의 바람의 세기가 조금 더 강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낙뢰가 없었는데 낙뢰 가능성으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낙뢰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한강교량 자문위원인 이철수 삼보기술단 부회장은 "사장교 케이블에는 안에 있는 강선이 녹슬지 않도록 '그리스(윤활유)'가 꽉 채워져 있지만 마찰열 등 열이 나도 불이 날 지경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벼락 외에는 발화원인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다만 "벼락에 대비해 피뢰침이 주탑에 설치돼 있을텐데, 왜 낙뢰를 흡수하지 못했는 지는 의문이다. 피뢰침이 제기능을 못한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모 건설업체 관계자는 "사장교에 대한 피뢰침 설치는 의무로 알고 있고 케이블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주탑 상단에 피뢰침이 설치돼 있을 것"이라며 낙뢰로 인한 화재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이 관계자는 "높은 빌딩에 항공기 사고 방지를 위해 설치하는 '점멸등'처럼 사장교에도 점멸등이 설치돼 있는데 이것이 사고원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케이블이 강풍으로 인해 흔들리면서 내부 마찰로 인한 변이가 생겨 열이 나거나 터져버릴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낙뢰 외에 마찰열에 의한 화재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화재가 난 케이블에 가연성 물질은 딱하나 윤활유 밖에 없다"며 "윤활유가 탄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케이블 관리 제대로 됐나?
실제로 국토교통부 안팎에서는 이번 화재 사고가 낙뢰로 인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케이블내의 윤활유 등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사고발생 당시 강풍이 불었기 때문에 케이블의 텐션(긴장)상태가 심했던 상황으로, 케이블 안에 있는 강선 사이에서 마찰열이 커져 오래된 윤활유가 탔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서해대교 안전은 이상 없나?
서해대교 안전과 관련해 이철수 삼보기술단 부회장은 "케이블 한 개가 끊어진다고 교량이 기능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 대비해서 건설했을 것이다. 다만 충격에 따라 대형차량 통행 중지는 있을 수 있지만 소형차량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업체 관계자도 "사장교는 케이블 한 개가 끊어져도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다"며 "이번 처럼 한 개가 끊어져도 교량 안전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케이블 두 개도 일부 손상됐는데, 강선을 감싸고 있는 플라스틱만 손상됐을 경우 큰 문제가 없겠지만, 강선까지 손상됐다면 교량에 심각한 피해가 있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6시 12분쯤 경기도 평택시 서해대교 하행선 2번 주탑에 연결된 교량 케이블에서 불이 나 3시간 반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이 불로 길이 약 50m, 지름 280mm의 교량케이블이 끊어져 떨어지면서 현장에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이던 중 2명이 부상을 입고, 이병곤(54·소방경) 포승안전센터 센터장이 케이블에 맞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