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7월 2일. 취업 준비를 위해 서울로 올라온 서진희(가명) 씨는 친구 김민영(가명) 씨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만났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돌아가기 위해 두 사람이 택시를 탄 시간은 새벽 1시 경. 그런데 갑자기 진희 씨가 한강에서 바람을 쐬고 싶다며 당산역에서 하차했다. 친구 민영 씨가 쫓아가려고 따라나섰으나 진희 씨는 이미 토끼굴 방향의 골목으로 뛰어가는 뒷모습만을 남긴 채 사라지고 없었다.
"좁고 컴컴해서 토끼굴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거예요. (그 근처에서) 사건도 많이 나고 날치기 사건도 나고. 낮에는 사람이 많은데 새벽에는 사람이 없죠." - 동네 주민 인터뷰 중에서
사라진 진희 씨의 부모는 평소에도 외박 한 번 한 적 없던 딸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실종신고를 했지만 여전히 그녀의 행방은 묘연했다.
진희 씨가 사라진 다음 날 새벽 2시, 용변을 해결하기 위해 급히 노들길 옆에 차를 세운 택시기사는 배수로에 다다라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의 20대 여성이 배수로에 기괴한 자세로 사망한 채 유기돼 있었던 것이다.
택시기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가장 먼저 피해자의 신원파악에 나섰다. 신원확인 결과 유기된 시신의 정체는 전날 사라졌던 진희 씨였다.
그런데 수사 도중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유기과정에서 뭘 했던 건지 시신이 깨끗했었어요. 특정 부위에는 뭐 휴지 같은 걸 이용해서 막혀 있었고…." - 사건 당시 담당 형사 인터뷰 중에서
시신의 상태는 알몸으로 배수로에 버려졌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했다. 심지어 피해자의 몸속에 휴지가 넣어져 있었다. 경찰은 범인이 성폭행, 혹은 성추행을 한 뒤 자신의 흔적을 없애려고 일부러 씻긴 것으로 추정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진희 씨의 죽음은 9년이 흐른 지금에도 풀지 못하는 미제로 남겨지는 듯했다.
◇ 노들길에서 5㎞ 떨어진 신정동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

두 여인 모두 범인에게 납치된 뒤 목이 졸려 사망했고 쌀포대, 비닐 등으로 싸여 주택가에 유기됐다. 하지만 목격자도, 범행에 대한 증거도 남겨진 것이 없어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그리고 얼마 뒤, 노들길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신정동 사건의 범인이 저지른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 됐다. 하지만 동일범이라고 보기에는 두 사건의 피해자들이 유기된 방식과 범행수법에서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다.
결국 각각 개별 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됐지만 여전히 범인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두 사건 사이에는 뜻밖의 인물이 존재했다.
"신정동 사건과 노들길 사건 사이에는 상당히 중요한, 핵심적인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충격적인 이벤트가 있습니다. 바로 신정동 사건의 세 번째 피해자 박 씨(가명)의 생환이죠." - 범죄심리전문가 표창원 소장 인터뷰 중에서
신정동 사건과 노들길 사건 사이에 납치됐다가 살아남은 여성이 있었던 것이다. 지난 10월 '그것이 알고 싶다 - 엽기토끼와 신발장' 편에서 생존자 박 씨는 사건 당시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해냈다.
그리고 그녀의 오래된 기억 속에는 두 사건의 연결고리가 될 지도 모를 중요한 단서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