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에는 '여자 양동근' 2명이 뛴다

'체력왕 듀오?' 우리은행 베테랑 임영희(왼쪽)와 팀 중심 박혜진은 올 시즌 왕성한 활동량으로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사진은 3일 삼성생명과 홈 경기 모습.(춘천=WKBL)
남녀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춘천 우리은행은 공통점이 적지 않다. 최근 3시즌 연속 챔피언에 오른 표면적인 부분 외에도 혹독한 훈련과 단단한 조직력, 치밀한 전술 등 내부적으로도 흡사한 점이 많다.

사령탑도 비슷하다. 유재학 모비스(52),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44)은 예전 모비스에서 사제지간이었다. 위 감독의 사령탑 롤모델이 유 감독이니 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부분은 청출어람도 있어 유 감독은 지난해 남녀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 위 감독을 보고 "남자 대표팀 훈련을 빼놓지 않고 보며 연구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둘은 프로 무대뿐 아니라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나란히 동반 우승을 이끌었다.

그래선지 선수들도 비슷한가 보다. 강철 같은 체력과 성실한 플레이, 그러면서도 노련한 승부사 기질이 빛난다. 특히 에이스들이 쉬지 않고 뛴다.

모비스는 양동근(34 · 181cm)이 올 시즌도 팀을 단단하게 이끌고 있다. 지난 2일 원주 동부 원정에서 막판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지만 누구도 양동근을 비난하지 못했다. 워낙 그동안 팀에 끼친 공헌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양동근은 가드면서도 국내 선수 득점 4위(13.9점), 도움 2위(5.7개)로 팀의 2위 질주(18승8패)를 이끈다.

무엇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출전 시간 1위를 달린다. 평균 36분17초로 10개 구단 선수 중 가장 많이 뛴다. 고양 오리온 이승현(23 · 35분55초), 부산 케이티 이재도(24 · 35분6초), 서울 SK 김선형(27 · 186cm) 등 20대 초중반 선수들보다 많다. '모비스의 멈추지 않는 심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용병도 두 손 드는 체력' 모비스 양동근(왼쪽)이 최근 삼성과 경기에서 상대 론 하워드를 돌파하는 모습.(자료사진=KBL)
우리은행은 그런 선수가 1명 더 있다. 한 마디로 '여자 양동근' 2명이 뛴다. 한 팀에서 양동근 같은 선수 2명이 동시에 뛴다고 생각해보라. 성적이 나지 않을 수 있을까.

현재, 즉 완숙기에 접어든 양동근과 과거 한창 때 팔팔했던 젊은 양동근이 뛴다고 보면 된다. 맏언니 임영희(35 · 178cm)와 에이스 박혜진(25 · 178cm)이다.

▲박혜진 39분-임영희 33분 '강철 여인'

먼저 박혜진은 출전 시간이 전체 선수 중 1위다. 무려 39분 28초를 뛴다. 거의 풀타임을 뛰는 것이나 다름 없다. 득점 전체 15위(9.2점), 리바운드 5위(7.7개), 도움 5위(3개)에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산정한 팀 공헌도는 전체 4위다. 그야말로 용병급이다.

3일 삼성생명과 춘천 홈 경기에서도 40분을 모두 뛰며 14점 9리바운드 7도움을 올렸다. 특히 62-64로 뒤진 막판 천금의 동점 레이업슛을 넣었고, 이후 과감한 슛을 시도하며 동료 쉐키나 스트릭렌의 종료 3.6초 전 극적 결승골을 이끌었다.

양동근보다 1살 많은 임영희도 못지 않다. 평균 33분24초를 뛴다. 출전 시간 전체 9위다. 10위 안에 포진한 선수 중 최고령이다. 팀 공헌도도 전체 13위다. 평균 득점 12위(10.1점)에 도움 4위(3.3개)다.

이제는 전면에 나서지는 않으나 소리없이 뒤에서 강한 플레이로 후배들을 받친다. 클러치 능력은 여전하다. 3일 경기에서도 60-62로 뒤진 종료 3분50초 전 왼쪽 사이드에서 정확한 미들슛을 꽂으며 값진 동점을 만들었다. 11점 3리바운드 2도움으로 66-64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후 위 감독은 임영희에 대해 "한 마디로 여자 양동근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훈련을 쉰 적이 단 한번도 없고 아무리 많아도 다 소화하고 부족하면 따로도 한다"면서 위 감독은 "경기에서 4~5분 빼주는 것도 내가 욕 먹을까 봐서"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나이가 있지만 제일 열심히 해서 믿고 내보낸다"면서 "모비스의 양동근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고 강조했다.

임영희는 "아프다면 쉬겠지만 특별하게 아픈 데가 없다 보니까"라고 담담하게 노익장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운동을 안 쉬고 팀 훈련량이 많지만 다 따라 하다 보니 힘들거나 그런 부분이 없다"면서 "그래도 (감독님이) 출전 시간을 조절해주시려고 하는 게 많이 느껴진다"고 미소를 지었다.

▲"1, 2분 쉬는 것보다 다 뛰는 게 편해"

전성기 양동근의 활동량을 연상케 하는 박혜진은 어떨까. 위 감독은 "체력이 짱"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1, 2분을 빼줄 수 있지만 '한번 이겨내봐라' 하는 생각으로 한번 최고로 많이 뛰는 시즌을 만들어보려고 한다"면서 "나이가 들면 많이 뛰고 싶어도 못 뛰는 나이가 온다"고 강조했다.

본인은 더하다. 박혜진은 "1, 2분 쉰다고 해서 체력이 다 세이브되는 건 아니다"면서 "계속 (풀타임을) 뛰어도 감각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괜찮다"고 말했다.

'우리도 있어요' 우리은행 센터 양지희(왼쪽)와 모비스 빅맨 함지훈.(자료사진=WKBL, KBL)
실제 양동근도 마찬가지다. 양동근도 "몇 분 쉬고 나오는 것보다 뛰는 게 낫다"고 말한다.
유 감독은 "동근이는 오히려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더 체력이 좋아진다"면서 "플레이오프에 더 많이 뛰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고 맞장구다.

양동근도 최근 풀타임 가까운 출전 시간에 대해 "힘들지만 오히려 비시즌보다는 낫다"고 웃을 정도다. 비시즌 훈련이 워낙 고된 데다 최근 유 감독이 양동근을 시즌 중 훈련에서는 열외시키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비스와 우리은행에는 31살 정상급 센터도 있다. 모비스는 함지훈(198cm)이, 우리은행에는 양지희(185cm)이 버티고 있다. 함지훈은 전체 출전 시간 5위(33분52초), 양지희는 7위(34분20초)다. 그나마 양지희는 허리가 완전치 않아 1쿼터는 쉬고 나온다.

두 팀 사령탑은 선두권이면서도 매 경기 총력전을 펼치는 것도 같다. 유 감독은 "승수를 쌓아놓을 수 있을 때 쌓아놔야 한다"고 했고, 위 감독도 "1승에 목을 매야 한다"면서 "나중에 순위 싸움을 할 때 1경기가 아쉬울 수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잘 하는 팀들은 이유가 있고, 또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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