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앞에 무릎꿇은 경찰…'2차 민중총궐기' 탄력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5일 열리는 2차 민중총궐기에 경찰이 집회 금지 통고를 했지만 법원이 이를 무효로 돌려놓았다.

경찰이 무리하게 집회시위를 가로막았다는 비판 속에 현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 법원 "집회 금지는 최종적 수단"…"헌법이 보장한 권리가 억압된 것 증명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김정숙 부장판사)는 '백남기 농민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집회 금지는 집회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즉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 수단"이라고 판시하면서 경찰의 무리한 집회 금지통고 결정에 제동을 걸렸다.

이에 대해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쾌유와 국가폭력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백남기 대책위)는 "이번 판결로 경찰이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부당하게 억압하고 과도한 민주주의 제한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고 일갈했다.

민주노총도 "경찰이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멋대로 제한하고 억압해왔음이 증명됐다"면서 "오늘 판결을 존중해 공안탄압의 명분이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연대회의) 염형철 운영위원장도 "시민의 상식과 법원의 판결에 경찰이 일격을 받은 것"이라고 꼬집었고,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이종혁 정책부장은 "당연한 일에 박수를 쳐야 하는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고 씁쓸해했다.

경찰은 "법원 결정에 대해 이견은 있지만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본안 소송에서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고려한 경찰의 입장이 최대한 인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면 원칙적으로 금지통고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 2차 민중총궐기 탄력…"평화롭게 치러낼 것"

금지됐던 집회가 법원의 보호 아래 진행될 수 있게 되면서 집회 주최 측은 고무된 모습이다.

경찰의 강경 방침으로 참석자들이 위축됐던 게 사실이지만, 그에 따른 불만이 이번의 법원 결정으로 오히려 궐기의 원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남기 대책위 조병옥 대변인은 "일반 시민들이나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집회 신고가 나는 것과 나지 않는 것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며 "많은 시민들이 더 동참해 집회·시위가 탄력을 받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집회 참가를 예고한 민주노총도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빌고 국가폭력을 규탄하며, 노동개악 중단을 촉구하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폭력시위에 따른 불필요한 논란을 끊자는 내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백남기 대책위 측은 "민주주의 회복과 집회시위의 자유를 요구하는 더 많은 국민들과 더 넓게, 더 크게, 더 평화롭게 12월 5일 대회를 치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금지통고로 집회 개최를 사실상 포기했던 연대회의도 집회에 적극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는 가운데, 염 위원장은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한 역할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개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를 계기로 한 여론의 향방은 당일 집회 참가자들의 움직임과 대응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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