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1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청년수당의 적법성을 놓고 보기 드문 설전을 벌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위헌성이 있다. 지방의 독창적인 사업을 가로막는 족쇄"라며 "교부금을 수단으로 해서 사회보장제도를 통제하고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시행령"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자, 정종섭 장관은 "지방자치단체의 과한 복지사업은 범죄로 규정될 수도 있으나, 처벌 조항이 없어 지방교부세로 컨트롤하기로 했다"고 반박했다.
박 시장과 정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행자부와 서울시 대변인실의 브리핑을 통해 기자들에게 전달됐고 '범죄'라는 단어가 포함돼 일제히 보도됐다.
정 장관과 박 시장의 공방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SNS를 통해 2라운로 접어들었다.
먼저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청년수당은 범죄?"…정종섭-박원순 국무회의서 충돌"'이라는 제목의 언론기사를 링크한 뒤 "시민 여러분의 생각도 같으신지요? 청년수당이 범죄인가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2일 반격에 나섰다. 정 장관은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청년수당이 범죄라고 언급한 바가 없다"며 반박했다.
정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있지도 않은 발언에 대해 사실 관계를 왜곡하여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사실을 잘 모르는 타인을 선동하는 것은 결코 공직자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지자체장이 국민의 세금을 실정법을 위반해 집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지자체장도 선출직 공직자로서 준법의무에 따라 이 법을 지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은 1일 국무회의 뒤 브리핑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 장관이) 범죄라고까지 표현하는 것은 너무 과한 표현인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전했다.
박 시장 스스로도 트위터에 "범죄냐?"라고 항변함으로써 불쾌감을 다시 한번 표현했다.
결국 '범죄'라는 단어를 사용했느냐가 논란의 중심이다.
행정자치부가 브리핑한 자료에 따르면, 정 장관은 분명히 '범죄'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정 장관의 이 부분 발언록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그러면 저희들이 법률가로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위반해서 집행하는 경우에 집행절차를 정지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장도 마찬가지인데, 그러면 그것을 위반해서 집행하는 경우에 심한 경우에는 처벌할 수도 있겠지요. 벌칙 조항을 두어서 아예 범죄로써 규정할 수도 있는데, 그런 조항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이것의 실효성을 높이느냐 하는 것으로 지방교부세 제도를 가지고 컨트롤하는 방법…(이하 생략)" 이상이 정확한 정 장관의 발언 내용이다.
"청년수당은 범죄"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법을 위반해 집행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고 벌칙조항을 두어 범죄로 규정할 수도 있다"라고 발언한 셈이다.
결국 '범죄'라는 단어를 어떤 맥락에서 사용했느냐의 차이가 더 중요하다. 정 장관은 '청년수당은 범죄다'라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박 시장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
정 장관이 새누리당 연찬회 자리에서 '총선승리'라고 말했지만 '여당의 승리를 염원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 장관은 결국 내년 총선에서 대구·경북 지역에 출마할 뜻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정 장관 입장에서는 이제 반드시 '총선승리'를 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정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와 협의없이 임의로 복지제도를 시행하면 정부 지원금을 삭감할 수 있게 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일정한 심사를 거쳐 일자리를 준비하는 청년 3천명에게 6개월 동안 매달 50만씩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를 두고 정부는 '포풀리즘적 복지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고 서울시는 "정부와 협의가 필요없는 청년지원 사업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제목처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Right Now, Wrong Then)'가 연상되는 공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