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캠퍼스 커플로 유명한 저커버그 부부는 1일(현지시간) 딸 출산 소식을 알리는 공개편지를 페이스북에 띄웠다. 여느 부모들처럼 “오늘의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네가 자라기를 바란단다”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주목할 점은 천문학적인 기부액수와 기부에 담긴 정신이다. 이들은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라는 기부재단을 만들어 저커버그가 보유중인 페이스북 지분 가운데 99%를 살아 생전 기부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세계 7대 부호인 저커버그의 주식 지분은 현재 시가로 450억달러, 우리돈 약 52조원에 이를 정도로 막대하다.
저커버그 부부의 글에서 주목할 점은 건강한 기업가 정신 못지않게 기회의 평등, 정의, 소수자보호, 가난과 질병없는 세상, 평화, 포용사회를 만들고자 한 비전과 철학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특히 딸 아이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말 대신 딸 아이가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랄 뿐이었다.
앞서,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이 출범시킨 ‘더 기빙 플레지’도 재산의 사회환원 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블룸버그 뉴욕시장이나 테드 터너 CNN 창업자, 조지 루카스 영화감독 등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해외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달리 우리 재계 인사들의 기부는 창피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회지도층의 경제 정의 실천에 대한 기여를 평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항목에서 한국이 OECD 국가 중 꼴찌를 차지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는 재벌 오너 일가들이 ‘기부’ 대신 ‘상속,증여’에 더 몰두하는 탐욕적 행태와 무관치 않다. 부자들이 부를 축적하기까지 노동력과 제도 등 각종 사회적 혜택을 입은 만큼 기부를 통해 부를 사회에 되돌려주자는 게 서구 선진국의 기부정신이다.
세계적인 부호인 빌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는 모두 창업자인 반면 지금 한국 사회의 100대 기업 중 창업한 경우는 카카오를 제외하면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99%가 재벌그룹 계열사란 얘기다.
재벌이 1세대를 거쳐 2대, 3대로 오면서 계열사가 문어발식으로 확장되고, 사돈의 팔촌까지 너도 나도 방계회사를 만들어 골목상권까지 씨를 말리고 있는게 2015년 대한민국의 경제 현실이다.
지금 막지 않으면 30년 후 다음 세대엔 그야말로 재벌공화국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상속.증여에 대한 법체계 확립과 함께 건전한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 게 당면 과제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점은 청년희망펀드 등과 같이 사실상 국가가 개입하는 전시행정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에는 모금 참여로 할 일 다했다는 심리를 확산시킬 뿐, 강제모금이 일상화되면 기부문화만 왜곡시킬게 뻔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