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는 2일(한국 시간) "미네소타가 1루수 겸 지명 타자 박병호가 4년 계약을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4년 보장 연봉은 1200만 달러지만 2020년 옵션까지 5년 최대 1800만 달러(약 208억 원) 규모다.
당초 예상 금액에는 적잖게 못 미친다. 미네소타는 박병호와 독점 협상권을 얻기 위한 비공개 경쟁입찰에서 1285만 달러(약 147억 원)를 베팅했다. 1100만 달러 이상을 적어낸 다른 구단과 경쟁에서 승리했다. 때문에 연봉도 4년 2000만 달러 정도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계약액은 적었다. 4년 평균 300만 달러, 5년까지 기간을 늘리면 360만 달러다. 지난해 강정호의 4년 1100만 달러보다는 많지만 2012시즌 뒤 LA 다저스와 계약한 류현진의 6년 3600만 달러보다는 적다.
이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는 어떨까. 송재우 MLB 전문 해설위원은 "1차적으로 박병호의 계약 규모가 일반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친 게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강정호 계약도 있고 국내 프로야구 위상을 봤을 때 포스팅 비용이 강정호(500만2015 달러)의 두 배 반 정도 높은 액수 나와서 기대가 컸지만 액수가 작다"고 평가했다.
미네소타가 스몰 마켓 구단이라 그렇다. 송 위원은 "미네소타는 철저하게 자기 계산으로 움직이는 팀"이라면서 "많은 연봉을 보장하는 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팅 금액까지 합쳐서 생각하면 강정호보다 50% 이상 큰 계약 규모가 나온다"면서 "미네소타 입장에서는 포스팅 비용도 박병호에게 투자된, 전체적인 규모로 합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병호가 국내에 남는다 해도 FA라면 이 정도 금액은 받을 수 있다. 올해 박병호는 53홈런에 146타점을 올렸다. 1살 더 많은 박석민은 26홈런 116타점을 올렸다. 홈런은 박병호의 절반이 채 되지 않고, 타점도 30개 부족하다. 2년 뒤 FA 자격을 얻는 박병호라면 150억 원도 가능하다.
그만큼 국내 FA 시장이 과열됐다는 뜻이다. 불펜 투수인 정우람이 한화로 가면서 4년 84억 원을 받았다. 지난해 선발 투수인 장원준이 두산과 맺은 FA 금액과 같다. 때문에 박병호는 너무 착한 계약을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송 위원은 "전체적인 계약 상황을 떠나서 전반적으로 아쉬운 것은 포스팅 시스템"이라면서 "이 제도에 대해 향후 곱씹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포스팅 비용=연봉이라는 공식은 깨졌다"면서 "계악을 하지 않으면 선수는 1년을 더 기다려야 하기에 칼자루를 구단이 쥐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지적했다.
메이저리그 포스팅 제도와 국내 FA 폭등 상황이 묘한 대비를 이뤘던 박병호의 계약이다. 일단 박병호는 돈보다는 꿈을 위해 계약서에 사인했지만 국내 리그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분명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