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감독 심해지자 출판으로 눈돌려
-금지법안 국회 계류중, 혁신은 말만?
-오얏나무 밑에선 갓끈도 고치지 말아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의 도서강매 의혹. 일파만파입니다. 자신이 쓴 시집을 피감기관 사람들에게 수백만원어치씩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데요. 심지어 국회의원 사무실에 카드단말기까지 설치해 놓고 책을 팔았다는 겁니다. 이번 노영민 의원의 시집강매 논란이 불거지면서 선거철이면 봇물 이루는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 문제도 도마 위에 다시 올랐는데요. 왜 이렇게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출판과 출판기념회에 집착하는 건지, 정치권 내부의 시선으로 들어보겠습니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노 전 대표님, 안녕하세요.
◆ 노회찬>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총선 앞두고 요즘도 출판기념회가 많이 열리나요?
◆ 노회찬> 네. 사실 평소에도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정치인이 책 광고를 신문에 내게 되면 그분이 80~90% 출마한다고 봐도 되겠어요.
◇ 김현정> 책 광고 보면 출마한다?
◆ 노회찬> 네.
◇ 김현정> 선거 앞두고 왜 앞 다퉈서 책을 냅니까?
◆ 노회찬> 사실은 이게 홍보 목적이죠. 책이라는 건 하나의 수단일 뿐이고 책 출판을 통해서 자신을 홍보하거나, 또는 출판기념회 혹은 북콘서트를 통해 선거를 앞두고 홍보를 집중적으로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 돈 문제, 그걸 통해서 나름대로 정치자금을 확보하는 편법으로 활용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현장에서 책을 팔면 다들 정가 주고 사는 거죠? 할인 같은 거 없이요.
◆ 노회찬> 할인한 적도 사실 있었는데 요즘에는 선관위에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하고 있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니까 홍보 목적에다가 책을 판매하면서 나온 대금, 그러니까 정치자금, 선거자금도 모금할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인 출판기념회. 제가 얘기 듣기로는 날짜를 먼저 잡고 날짜에 맞춰서 출판하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출판기념회 날부터 잡고요.
◆ 노회찬> 그러니까 사실 책이라는 건 일반적으로 책을 출간하는 목적이나 방식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홍보도 책 내용을 가지고 이렇게 훌륭한 책을 써내거나 연구를 오래한 사람을 우리가 인정해 줘야 되지 않느냐, 이런 측면보다도 책은 들춰보지도 않는 거고요. 출판기념회를 빌미 삼아서 사람들을 모아서 동원력을 과시하고, 조직력을 과시하고, 또 누구누구 참석했느냐, 몇 명 참석했냐, 이런 걸 따지는 그런 상황이죠.
◇ 김현정> 조직력도 한번 과시해 보고. 광고도 신문에 한번 내면서 얼굴도 알리는 기회가 되고요. 동시에 책을 판매해서 돈까지 들어오는. 노회찬 전 대표도 책 많이 내셨죠?
◆ 노회찬> 네, 저는 셀 수 없이 냈죠.
◇ 김현정> 셀 수 없이. 그러니까 여느 정치인과 다른 점이라면 베스트셀러가 많이 있을 정도로.
◆ 노회찬> 그렇습니다 (웃음)
◇ 김현정> 책의 내용이 굉장히 좋다는 건데.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오로지 후원금 모금, 오로지 출판기념회만을 위해서 책을 내는 경우에는 책 내용이 굉장히 부실해요.
◆ 노회찬> 아무래도 그렇게 되겠죠.
◇ 김현정> 그렇죠.
◇ 김현정> 뭔가 있는 자료들을 모아서 짜깁기해 놓은 책도 많고요. 제 주변의 어떤 분은 그러더라고요. ‘두 페이지 이상을 못 넘기겠다.’ 이런 얘기를 할 정도로요. 알겠습니다. 출판기념회가 됐든 북콘서트가 됐든 주목적은 홍보, 동시에 선거자금 모금인데. 어디까지가 합법입니까?
◆ 노회찬> 형식적으로 보면 출판기념회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다만 선거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선거 90일 전부터는 출판기념회를 못하도록 법제화되어 있고요. 그리고 출판기념회에서 선관위도 계도를 하면서 정가에 책을 판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상적인 거래행위라고도 봐야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거죠.
◇ 김현정> 그런데 선관위가 영수증 없이 받는 후원금은 단돈 5만원 이상만 받아도 아주 엄격하게 통제를 하는데, 어떻게 출판기념회에 대해서는 이렇게 관대한가요?
◆ 노회찬> 이것은 사실 선관위 직무유기, 제가 볼 때는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측면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출판기념회가 수십년 전부터 한국 정치에서 정치인들이 활발하게 사용하는 방식은 아니었거든요. 정치자금에 대한 선관위의 감독이 엄격해지면서 지금 상황하고 맞물려 있습니다.
합법적인 정치자금이라 하더라도 소액제로서의 정치자금을 강제하는 법이 통과가 됐고요. 그 다음에 합법적인 선거자금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하나하나 실제로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낸 건지를 따지는 선관위의 감시와 감독이 강화됐어요. 그래서 뭉칫돈을 여러 사람의 직원 명의로 특정 국회의원에게 후원하는 것들이 적발이 많이 됐거든요. 그 상황은 갑자기 출판기념회가 많아진 상황하고 바로 연결이 됩니다.
◇ 김현정> 그렇게 되는 거군요.
◆ 노회찬> 그래서 출판회라는 어떤 편법을 통해서 과거 방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을 했는데, 문제는 제가 볼 때는 선관위가 알았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에 가보면 낱권씩 파는 코너와 뭉치로 파는 코너가 따로 있어요.
◇ 김현정> 뭉치로 파는 코너가요?
◆ 노회찬> 책을 뭉치로 사는 사람은 책방 하는 사람이 아니면 잘 없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책 한 권이 1만 5000원 정도 하잖아요. 말하자면 책을 1권 사는데 두둑한 돈 봉투가 오간다든지, 아니면 그냥 필요없는 책인데도 수백권씩 싸가는 이런 경우가 있다는 말씀이세요?
◆ 노회찬> 처음에는 책 한 권씩 사고 100만원 내고 그렇게 된 거죠.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되니까 돈을 100만원, 150만원씩 내고 책을 100권씩 가져가는 거예요. 억지로 가져가는 건데...
◇ 김현정> 이게 어떻게 보면 예전에 돈봉투 주고 받던 때보다 더 나쁜 걸 수도 있어요, 이게.
◆ 노회찬> 똑같은 거예요, 사실. 똑같은 건데 어찌보면 감추고 하는 게 더 나쁘다고도 볼 수 있는 건데요. 이걸 선관위가 다 알고 있으면서, 대개 이런 행사를 하면 선관위에서 감독하러 나오거든요.
◇ 김현정> 나오는군요.
◆ 노회찬> 그런데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언론에서 크게 문제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넘어갔던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영민 의원이 의원회관 사무실에다가 카드단말기까지 설치해놓고 자신의 시집을 팔았다, 특히 피감기관에서 그걸 단체구매했다, 이런 사실이 지금 드러난 겁니다. 어떻게 보세요?
◆ 노회찬> 보도를 보면 노영민 의원측에서는 나름대로는 조심을 한 것 같아요. 직접 의원실에서 책을 거래하는 게 아니라 출판사가 출장 나와서 출판사와 책 구매자 사이의 거래로 이루어지도록 나름대로는 신경도 쓰고요. 제가 듣기로는 초청장도 안 돌리고 여러 가지로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노력을 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카드단말기가 등장한 대목에 있어서는 많은 분들이 의혹을 갖는 것 같습니다.
◆ 노회찬> 그러니까 1권씩 사는 사람들이 1만원짜리를 시집을 사면서 카드를 긁는 일은 잘 없잖아요.
◇ 김현정> 카드를 긁는다고 하더라도요. 국회의원실에 출판사 카드단말기가 설치됐다는 건 이것은 상식적으로, 장사하시는 것도 아니고요. 가게도 아닌데.
◆ 노회찬> 그 자체는 불법이죠. 북 콘서트 현장에서 카드단말기 설치한 것도 사실은 대량 구매에 대비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책을 대량구매한다? 정치인의 책을 책방도 아닌 사무실, 행사장까지 열어서 대량구매한다는 건 사실은 책을 사줌으로써 후원을 한다는 거거든요. 결국에는 정치후원금을 책 구매의 방식으로, 편법으로 정치후원금을 낸 셈이 되는 거죠, 사실은.
◇ 김현정> 지금 노영민 의원측에서 해명하기를 “극히 일부 피감기관에서 관행적 수준의 도서 구입을 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싶어서 그 피감기관의 책 구입대금을 모두 반환하라고 지시해서 반환조치가 완료됐다“ 이렇게 해명을 하고 있기는 해요.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노회찬> 그게 사실이라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다소 해결됐다고 보는데. 해명 내용에 들어가 있는 '관행적으로 피감기관이 책을 사줬다'는 것은 아무리 관행이라도 그건 불법적 관행이고 잘못된 관행이죠.
◇ 김현정> 그렇죠.
◆ 노회찬> 그래서 사실은 작년에 국회에서도 정치인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냈었거든요.
◇ 김현정> 맞습니다. 법안이 나왔었어요.
◆ 노회찬> 그 법안이 발의된 상태에서 통과가 안 되고 있습니까? 왜 통과 안 시키는지 잘 이해가 안 가요.
◇ 김현정> 왜 통과 안 시킬까요?
◆ 노회찬> 자신들이 재미보는 걸 막게 되니까 통과 안 시키고. 저는 어떤 당을 보면 서로 이게 혁신이다, 저게 혁신이다 혁신논쟁을 많이 하는데, 그 논쟁하지 마시고. 이런 걸 빨리 통과시키는 것이 진짜 혁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렇게 생각이 되네요. 그 출판사의 카드단말기를 의원실에 설치해 놨다는 그 부분. 그래서 출판사와 거래를 하는 식으로 했다는 그 부분. 그 부분이 저는 좀 눈에 띄는데 이거 어떻게 봐야 합니까?
◆ 노회찬> 의원실에서 카드단말기가 상시 구비되어 가지고 영업행위를 하게 되는 것은 그 자체가 불법이고요. 다만 특정행사에 한시적으로 출판사에서 현장영업에 나와서 카드단말기 쓰는 것은 그 자체는 불법은 아니죠. 아닌데 그것이 대량구매를 겨냥한 거라면, 대부분의 대량구매는 상식적으로 볼 때 불법후원의 성격이 짙다.
◇ 김현정> 그리고 그 출판사 카드단말기를 갖다 쓸 경우에는 영수증이 출판사쪽으로 다 가는, 출판사와 고객간의 거래가 되는 이 모양새잖아요.
◆ 노회찬> 그렇죠. 그러니까 정치인이 거래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아마 해명하기 위해서, 그런 명분으로 출판사와의 직거래 방식을 택한 게 아닌가 보여집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니까 뭔가 완전하게 해 보려고 하다가 오히려 이렇게 된 건가요?
◆ 노회찬> 잘해 보려고 한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카드단말기 자체가 또 피감기관에서 대량구매했다는 사실과 더불어서 이거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게 된 거죠.
◇ 김현정> 따끔하게 한마디해 주시죠, 짧게.
◆ 노회찬>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쓰지 말라고 했는데. 그런 경구가 지금 현재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해 살일을 피하는 것. 그것으로부터 깨끗한 정치가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노회찬 의원님, 고맙습니다.
◆ 노회찬>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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