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세계에서 누군가의 부상은 누군가에게 기회다. KB손해보험은 주전 센터 하현용이 부상으로 빠졌다. 강성형 감독은 라이트 이강원을 센터로 돌릴 계획까지 세웠다. 198cm 장신이기 때문. 하지만 고민 끝에 이강원이 아닌 V-리그 2년 차 김민규(195cm)에게 기회를 줬다.
일단 성공적인 선택이 됐다. 김민규는 첫 연승을 기록한 1일 한국전력전에서 10점을 올리면서 맹활약했다.
속공으로만 7점을 올렸고, 블로킹으로도 3점을 더했다.
강성형 감독은 "민규가 100% 제 역할을 해줬다"면서 "높이 쪽에서 많이 부족해 기회를 못 줬었다. 원래 대학 때도 작은 키로 센터를 잘 했던 선수다. 간절함인 것 같다. 기회가 왔을 때 100% 최선을 다 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칭찬했다.
김민규는 "현용이 형이 다쳤을 때 기회라고 생각은 했는데 부담이 많이 됐다"면서 "욕심을 내기보다는 팀에 보탬이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간절함도 있었고, 무엇보다 부담을 안 갖고 한 게 가장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1~2세트에 속공으로만 6점을 뽑았다. KB손해보험이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비시즌부터 세터 권영민과 호흡을 맞췄던 속공이 이제야 빛을 발했다.
김민규는 "경기에 들어가기 전 연습 공격때부터 영민이 형과 잘 맞았다. 그러다보니 경기 내내 잘 맞았다"면서 "비시즌부터 영민이 형과 많이 맞췄다. 감독님도 그만큼 자신 있게 하라고 말하셨다"고 설명했다.
김민규의 롤모델은 아이러니하게도 부상으로 기회를 선물한 하현용이다.
김민규는 "팀에 들어오기 전부터 현용이 형이 롤모델이었더"면서 "키와 신체조건에 비해 빠르고, 딱 보기에도 잘 해보였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