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베 도심에 위치한 재일교포 노인 복지시설인 '고향의집'은 이렇게 종종 일본인과 한국인 할머니들이 '아리랑'을 합창한다.
일본인과 한국인 고령자들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가며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이곳은 재일교포들을 위한 일본 최초의 노인종합복지시설이다.
1989년 11월 사카이에서 시작해 지금은 오사카, 고베, 교토 등 4곳이 운영 중이며 내년 가을에는 도쿄에도 새롭게 문을 연다.
2001년 세워진 고베 고향의집은 재일 한국인과 일본인 노인들이 각각 절반씩 모두 70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최고령 103세인 이점행 할머니를 비롯해 입소자 평균연령이 87.6세로 아주 높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입소자들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일본인들은 김치를, 한국인들은 우메모시(매실 장아찌)를 먹으면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생활하고 있다.
고향의집은 입소자들이 각자 개인 공간을 가지고 있다. 또 장독대나 절구통, 한국 그림 등 한국적인 문화와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시설들이 건물 곳곳에 배치돼 있다.
고향의집 가마타니 요우스케 과장은 재일 한국인들이 어릴 적 고향의 문화를 찾아가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한국인들이 일본에 와서 생활하면서 차별을 많이 받으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이곳에서 한국말을 하시거나 한국 노래를 마음껏 부를 때,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재일교포들을 위한 노인복지시설을 설립하게 된 것은 재일 한국인들이 그리운 고향과 비슷한 환경에서 남은 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서로 다른 문화권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초창기에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박정미 원장은 "고향의집 어르신들은 대부분 8.15를 경험했고, 그분들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다. 초창기에 만세삼창을 하고 나서 보니까 일본 어르신들이 있었다"며 "이듬해부터는 일본국기와 한국국기를 양쪽에 두고 행사를 했다"고 말했다.
고향이집에서는 일본과 한국의 기념일에 모두 행사를 갖는다. 입소자들은 두 나라의 문화를 함께 즐긴다.
지난해 8월 입소한 박인순 할머니는 "친구들과 너무 즐거워서 저녁이 금방 되고 하루가 너무 짧다"며 "만족합니다. 나쁜 게 있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고향의집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마음의 가족' 윤록 이사는 "재일교포들에게는 한국 문화만 있어도 부족하다. 한국과 일본 문화가 복합된 것이 재일교포 문화"라며 "일본인들은 한국 문화 행사에 흥미롭게 참여한다. 나이가 들어도 서로를 이해하면서 살아갈 수 있구나 현장에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