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30일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친 골든글러브 후보 44명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출장 경기수와 투구, 공격, 수비 성적 등을 반영해 각 포지션 별 기준에 따라 선정했고, 정규시즌 투수-타자 부문별 1위 선수는 자동으로 후보에 포함됐다.
역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1루수 부문이다. KBO 리그 최고 홈런왕 박병호(넥센)와 '전지전능' 에릭 테임즈(NC), 두 29살 동갑내기 거포의 대결이다.
▲MVP는 테임즈, 골든글러브는 박병호?
그만큼 올 시즌 둘의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테임즈는 KBO 사상 첫 40홈런-40도루를 달성했다. 47홈런 40도루 외에 역대 최고 장타율(7할9푼)을 기록했고, 타율(3할8푼1리) 출루율(4할9푼7리) 득점(130개)까지 4관왕에 올랐다.
박병호는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도 하지 못한 사상 첫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때려냈다. 지난해 52홈런에 이어 올해 53개를 때렸고, 역대 최다 타점 기록(146개)도 세웠다. 4년 연속 홈런, 타점왕도 박병호가 유일하다. 누가 최고 1루수라 해도 걸맞는 활약이었다.
테임즈는 야구 기자단 투표에서 총 유효표 99표 중 50표를 얻어 44표의 박병호를 제치고 최우수 선수의 영예를 안았다. 물론 아쉬운 차점자 박병호도 기꺼이 테임즈의 MVP 등극을 축하했고, 테임즈도 위대한 경쟁자를 경모하는 등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박병호가 1루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한다면 다소 묘한 상황이 벌어진다. 정규리그 MVP가 해당 포지션 최고 선수가 아니게 되는 역설이다. 전국 1등이 전교 1등이 아닌 우스갯소리가 나올 수 있다.
▲1998년 MVP 우즈, 골든글러브는 GG
이런 상황은 17년 전 이미 발생했다. 1998년 당시 정규리그 MVP에 오른 타이론 우즈(당시 OB)가 그랬다. 우즈는 그해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42개)과 103타점으로 MVP에 등극했다. 그러나 골든글러브는 이승엽에게 내줘야 했다.
당시 우즈는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99표로 132표의 이승엽에 뒤졌다. 이승엽은 그해 38홈런 102타점으로 나름 활약을 펼쳤지만 엄밀히 따져 우즈만큼은 아니었다. 이승엽은 MVP 투표에서 1표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우즈가 MVP를 받은 가운데 골든글러브에서는 이승엽에게 표가 몰렸다.(물론 이후 이승엽은 1999년 역대 최다 54홈런을 때려내며 실력으로 MVP와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일단 올해 역시 1루수 부문 수상자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1998년과 달리 박병호 역시 MVP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쳤다. 사실 외국인 차별에 대한 비난이 워낙 심해 박병호가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만큼 박병호 역시 충분한 실력과 성적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도 박병호는 MVP를 팀 후배 2루수 서건창에게 내줬지만 골든글러브는 사수했다. 2012년 이후 3년 연속 수상했다.
과연 올해 1루수 부문 황금장갑을 누가 끼게 될까. 오는 12월 8일 열릴 시상식의 백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