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작가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사바나 초원부터 일본 홋카이도의 구름 위를 걷는 운카이 테라스까지 세계 구석구석 방방곡곡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녀온 기록이다. 낯선 이국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감성과 개인적 추억, 작가의 문학적 고민이나 성찰과 같은 편린을 엿볼 수 있다.
함정임의 산문은 로맹 가리의 단편소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서 묘사된 해변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공중도시 마추픽추의 폐허 안에서 끝나는 이 산문은 작가가 현실의 풍경을 언어로 어떻게 포획하는지 잘 보여준다. "소설의 공간은 전적으로 인물의 공간이다. 소설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그 공간에 어떤 인간이 어떤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런 시선이야말로 언어와 문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작가의 글이 독자에게 가 닿을 수 있게끔 하는 힘일지 모른다.
함정임 외/ 열림원/ 208쪽/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