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문 감독이 선배답게 여유가 있었다면 '초보 사령탑' 이 감독은 다급했다. 그러나 한 시즌 만에 문 감독은 속이 타고, 이 감독은 상대적으로 안정을 찾고 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딱 맞는다. 도대체 1년 만에 어떻게 두 사령탑의 상황이 이처럼 바뀌게 된 것일까.
▲'5승1패→3전 전승' 뒤바뀐 천적 관계
삼성은 29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SK와 홈 경기에서 95-77 대승을 거뒀다. 올 시즌 3번의 SK와 대결에서 모두 웃었다.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이 감독의 사령탑 데뷔 시즌 삼성은 SK의 밥이나 마찬가지였다. 개막 뒤 5연패를 안았다. 마지막 대결인 지난 2월 18일에야 간신히 시즌 6전 전패를 면했다. 김준일이 무려 37점 13리바운드를 올리는 '그분이 오신'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이 감독이 후배의 매운 맛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시즌 문 감독의 선전포고에 대해 "전력이 열세지만 쉽게 지지 않을 것"이라던 이 감독의 다짐은 올 시즌 유효하다.
성적도 비슷한 양상이다. 최근 2연승을 달린 삼성은 13승12패, 5위를 달리며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SK는 최근 4연패, 승률 2할대(7승17패)로 9위에 처져 있다. 삼성은 지난 시즌 11승43패로 최하위였고, SK는 3위(37승17패)의 강팀이었다.
▲비시즌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무엇보다 비시즌 팀 전력 보강 과정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은 알찬 영입을 이룬 반면 SK는 의욕적으로 팀 개편을 추진했으나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삼성은 지난 시즌 뒤 절치부심, 명가 재건을 위해 야심찬 영입을 이뤘다. 국내 선수 최고의 스코어러 문태영(194cm)을 역대 최고액인 8억3000만 원에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운까지 따라 외국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를 뽑아 최고 용병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찍었다. 둘은 모두 울산 모비스의 사상 첫 3연패를 이끌었던 주축들이었다.
무엇보다 SK와 트레이드가 '신의 한 수'가 됐다. 삼성은 간판 가드 이정석(183cm)과 빅맨 이동준(200cm)을 보내고 SK에서 베테랑 가드 주희정(181cm)과 신재호를 받았다. 격이 맞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문태영 영입 총탄을 마련할 샐러리캡 확보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게 전화위복이 됐다. 주희정은 안정되고 노련한 경기 운영을 펼치며 새 멤버들의 대거 영입으로 자칫 삐걱거릴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 20분 남짓으로 경기 시간은 많지 않지만 4쿼터 등 후반 승부처 투입돼 중심을 잡아준다. 이 감독은 "주희정이 이 정도로 해줄 줄은 몰랐다"고 흐뭇한 표정이다.
반면 SK는 우승을 위한 개편 작업이 일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는 최근 3년 동안 정규리그 우승과 3위를 이끈 리그 최고의 득점원 애런 헤인즈(고양 오리온)를 과감하게 포기했다. 헤인즈로는 우승의 비원을 이루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대신 데이비드 사이먼(203cm)을 영입한 SK는 이동준의 친형 이승준(205cm)까지 영입, 높이의 팀으로 변신을 꾀했다. 기존 김민수(200cm), 박승리(198cm)까지 KBL의 지붕이 될 만한 백코트 라인을 갖췄다.
최근에는 김민수, 박승리 등 주축들이 부상으로 이탈해 신음하고 있다. 한번 뒤틀린 엇박자가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김선형이 돌아와 4경기 연속 20점 이상을 올리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반전을 이끌어내기가 버겁다.
올 시즌 정규리그는 이제 3라운드, 반환점을 향하고 있다. 과연 왕년 90년대 연세대 신드롬을 일으켰던 문경은과 이상민, 두 감독의 뒤바뀐 처지가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시 새옹지마의 계기가 마련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