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방송은 이날 세계에서 기후변화 관련 2천 건 이상의 각종 행사가 열렸으며 파리에서는 폭력 시위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13일 파리 테러 이후 이달 말까지 시위 금지령이 내려진 파리에서는 이날 시내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복면 등을 쓴 수백 여명의 과격 시위대는 프랑스 정부가 이달 말까지 시위를 금지하자 "국가비상사태, 경찰국가"라는 구호를 위치면서 경찰에 술병 등을 던졌다.
이들은 특히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고자 파리 시민이 광장에 놓아둔 초와 꽃 등도 훼손하고 던져 시민의 큰 비난을 받았다.
경찰은 불법 시위를 벌이는 이들에게 최루 가스를 쏘면서 진압하고 200여 명을 체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질서를 교란하는 이들의 행동에 분노한다"면서 "테러범의 총알에 쓰러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초와 꽃이 있던 광장에서 이 일이 벌어져 더욱 유감이다"라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지 르피가로가 보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 충돌은 환경을 보호하는 이들과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에서도 과격 시위대를 비난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이 시위를 제외하고는 파리 시내 행사는 대부분 조용하게 진행됐다.
앞서 환경운동가들은 이날 오전 레퓌블리크 광장에 수천 켤레의 신발을 늘어놓고는 시위와 행진을 금지한 프랑스 정부에 항의를 표시하면서 협약 타결을 촉구했다.
운동화, 구두, 부츠 등 각양각색의 신발이 광장에 나란히 전시됐다.
행사 주최 측은 "신발 무게만도 4t이 넘는다"면서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신해 신발 한 켤레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 신발은 교황이 신던 신발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총회를 주최하는 유엔의 반기문 사무총장도 운동화를 한 켤레 내놓았다.
환경운동가와 시민은 애초 이날 파리에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세계 지도자들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대규모 행진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지난 13일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파리 연쇄 테러로 130명이 숨진 이후 테러가 우려된다면서 기후변화 행진을 취소했다.
또 행진을 대신해 이날 4천여 명의 시민은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나시옹 광장까지 약 3㎞에 걸쳐 인간띠를 이으면서 지구 온난화에 대한 각국의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이들은 테러로 90명의 사망자가 난 바타클랑 극장 앞 일부 구간에서는 일부러 공간을 비워뒀다.
프랑스뿐 아니라 시드니, 베를린, 런던, 뉴욕, 상파울루, 서울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기후변화협약 타결 촉구를 위한 행사가 열렸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이날 클로버 무어 시드니 시장을 포함해 4만5천 명의 시민이 시내 중심가에서 오페라 하우스로 행진했다.
런던 시내에서도 5만 명이 행진에 나섰으며 베를린에 1만명, 마드리드에서도 5천 명의 시민이 모여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을 촉구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전날 유엔 기후변화협약 조직위원회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세계 시민 180만 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전달했다.
프랑스 경찰은 테러 이후 상황을 고려해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의 집회와 시위 금지 기간을 이달 말까지 연장한다고 밝혀 당사국 총회 공식 개막일인 30일에도 집회와 시위가 불허된다.
프랑스 정부는 테러에 대비해 내년 2월까지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했으며 총회 경호를 위해 경찰 1만1천 명을 동원하고 국경도 통제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 회의를 앞두고 24명의 환경운동가를 가택 연금했다.
이 총회는 다음 달 11일까지 2주간 진행되며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약 150개국 정상과 국제기구, 산업계, 시민사회, 전문가 등 4만여 명이 모인다.
기후변화협약 196개 당사국은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2℃ 이내로 억제한다는 국제사회의 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등을 협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