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고검장은 최근 대검과 법무부에 사표를 내고 다음 달 1일 오후에 서울고검 청사에서 퇴임식을 연다.
이 고검장은 지난 27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리고 "명예롭게 검사직을 마치게 돼 참으로 기쁘고 자랑스럽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임 원장도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서 쌓은 업적만큼이나 조직 내에서 신망이 높은 이 고검장과 임 원장은 연수원 동기가 차기 총장으로 내정되면서 후임자에게 길을 터 주기 위해 퇴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 원장은 김 후보자가 총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검찰을 떠나기보다는 후속 인사가 단행될 때에 맞춰 사표를 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과 서울북부지검 차장, 서울북부지검장, 부산고검장 등을 지냈고 지난 7월 서울고검장으로 전보발령됐다. 온화한 성품으로, 업무 전반에 걸쳐 창의적 대책을 마련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 원장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울산지검 차장, 대검 공안부장, 서울고검장 등을 지냈고 올해 2월부터 법무연수원장으로 재임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대표적 공안통으로, 자상한 성품을 지녔다는 평을 듣는다.
두 고검장급 인사가 용퇴를 결정하면서 후속 검찰 고위급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진태 현 검찰총장이 임기 2년을 모두 채우고 내달 1일 퇴임하면 김 후보자가 이튿날 검찰의 새 수장으로 부임한다.
'김수남 총장 체제'의 첫 검찰 고위 인사는 이르면 다음 달 초순, 늦어도 중순에는 단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검 차장과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고검장, 법무부 차관과 법무연수원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9명에 이르는 고검장급 인사들이 바뀌고 기존 검사장급 인사들의 전보와 새로 검사장 반열에 오를 검찰 간부의 면면도 함께 결정된다.
이번 인사는 현 정부의 집권 후반기 사정의 방향성이나 강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끈다.
현재 고검장 직위 9자리 중 4자리는 사실상 공석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월 서울고검장에서 장관으로 선임되면서 당시 이득홍 부산고검장이 후임 없이 서울고검장으로 전보됐고, 김수남 후보자는 대검 차장에서 차기 총장이 된다. 여기에 이 고검장과 임 원장이 퇴임하면 공석 4자리가 생긴다.
현재 고검장 직위에 포진한 사법연수원 17기 4명 중에 추가로 검찰을 떠나는 인사가 나올지가 검찰 고위직의 인사 폭을 결정할 중요 변수로 여겨진다.
연수원 18기 중 고검장급 간부는 현재 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유일하다. 김 차관을 제외한 18기 검사장급 인사 11명 중 몇 명이 고검장 자리를 채우느냐에 따라 고검장 승진 탈락자 규모도 정해진다.
아울러 고검장 승진에서 고배를 마신 인사들은 검사장 직위를 끝으로 용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수원 18기의 용퇴 규모에 따라 연수원 21∼22기에서 배출될 신임 검사장 승진 규모도 달라진다.
검찰 내에서는 조직 연소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경륜을 갖춘 고위직 검사들이 너무 일찍 떠난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점에서 김 총장 후보자가 부임 후에도 연수원 17기 인사들에게 함께 조직에 남아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점치는 시각도 나온다.
만약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김경수 대구고검장, 조성욱 대전고검장, 김희관 광주고검장 등 17기 4명이 모두 검찰에 남는다면 고검장 공석은 현재처럼 4석에 그친다. 이 자리를 18기 4명이 채울 경우 7명의 승진 탈락자가 나온다.
이들이 모두 용퇴를 결심하면 7명의 검사장 자리가, 1∼2명만 남고 나머지가 떠나면 5∼6명의 검사장 자리가 생긴다.
현직 검사장급 인사 중 변호사 개업을 결심하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 등을 따져봐도 최소 5∼6명 이상의 검사장이 새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17∼18기 중 퇴임을 결정하는 인사들이 예상보다 커지면 검사장 임명 규모도 그만큼 늘어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연수원 16기인 김수남 후보자를 총장으로 지명했을 때부터 조직 연소화 우려를 고려했다는 관측이 있었다"며 "조심스럽지만 검사장 승진폭은 예년과 다르지 않게 10명을 약간 밑도는 선에서 정해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