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송유근을 누가 좌절시켰는가?

송유근 군 (사진=최정문 SNS 캡처)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 재학 중인 송유근(17) 군이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에 실었던 논문이 '저작권 위반(표절)'을 이유로 결국 철회됐습니다. 때문에 송 군은 SCI급 국제학술지 게재라는 UST의 박사학위 졸업자격을 상실했고, 내년 2월 만 18세 3개월의 최연소 박사학위 취득도 불가능해졌습니다.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은 송 군이 투고한 논문에 대해서 공식 심사를 거쳐 논문 게재를 최종 승인하고 지난 달 5일(미국 현지시간) 정식 게재했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이 송 군의 지도교수인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이 이전에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발제문, 즉 프로시딩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재심의를 진행했고, 2002년 프로시딩과 중복된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 인용표시를 정확히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게재를 취소한 것입니다.

박 연구위원은 문제가 불거지자 저널 편집장인 이선 비슈니액 존스홉킨스대학 교수의 비공식 이메일을 근거로 "천체물리학저널은 학회 '프로시딩'을 논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했지만, 세계적으로 '자기 표절'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워진 상황을 그는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무리 자기 논문이고 연구의 과정 중에 발표한 '프로시딩'이라고 해도 인용 표시를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인데, 연구위원은 관행에 기대어 기본을 소홀히 한 것입니다. 박 연구위원이 25일 대전 UST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잘못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고 말한 것은 그 이유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저널 측에서 관행적으로 인정하던 사항들조차 표절 의혹으로 과도하게 관심이 집중되자 게재를 철회함으로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며 저널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연구 자체의 성과와 가치를 대중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기보다 손쉬운 방법을 선택함으로 저널의 권위를 지키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것입니다. 송 군의 스승과 학교에 대해서도 '최연소 학위'에 너무 매몰되어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닌지 반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런 일종의 '실수'와 '책임회피' 사이에서 송 군의 연구와 그 가치조차 의심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전 세계적으로 20명 정도의 분야 최고의 학자들만이 판단할 수 있다는 논문 가치에 대해서 쉽게 폄하하면서 또 다른 희생양을 만들려 합니다. 5살에 미적분을 풀고 8살 때 고졸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9살이 되던 이듬해 최연소로 인하대 자연과학대학에 입학했던 '천재소년'을 기어코 음모론 안에 가두어 범죄자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런 정신 승리가 없이는 정말 버텨내기 힘든 사회이기에 더욱 그 칼날은 집요합니다. 그런 비이성적인 공격은 우리 자신을 훼손하고 자학적 세계관을 심어 놓지만, 이를 통해 이득을 얻는 자들도 있기에 공격이 스스로 사라지길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이런 가운데 송 군은 연구자는 연구 결과로 말할 뿐이라며 다시 새로운 논문의 마무리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사실 그것 이외에 송 군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연구자의 실력을 논문 숫자로만 평가하고, 연구보다 정치를 잘 해야 하며,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낙하산을 잘 타야만 하는 사회에서 송유근 군이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힘은 실력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회와 언론의 과도한 관심이 끊임없이 송 군을 좌절시킬 것이지만 교양있는 시민들은 그가 이번 사건을 잘 견뎌내고 훌륭한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또 그만큼 성장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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