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대구 육군 50사단 신병교육대대 훈련장에서 수류탄 폭발 사고로 손목을 잃은 손모(20) 훈련병.
27일 경북대병원에서 만난 손 이병의 오른쪽 손목엔 미관용 의수가 끼워져 있었다.
손 이병은 현재 칠곡경북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본원을 오가며 심리 치료와 임플란트 치료 등을 받고 있다. 또 수류탄 파편이 박힌 안면 피부 치료도 최근 받기 시작했다.
피해 장병과 군 당국이 의수 비용과 민간병원 치료 지원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사고 이후 2달이 지나서다.
사고 직후 군 당국은 피해 장병 측에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피해 장병 어머니는 "'알아서 잘 처리할테니 언론과의 접촉은 말아달라'는 당부까지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 약속대로 의수 비용과 병원 치료비는 물론 아들의 장래도 국가가 책임져 줄 줄 알았다. 그러나 군 당국은 2천만원이 넘는 의수 비용 중 절반도 안 되는 800만원을 지원했다.
또 심리 치료와 임플란트 치료를 위해 민간병원 진료가 필요한 손 이병에게 군 당국은 국군병원이 아니면 병원비를 대줄 수 없다고 했다. 관련 규정이 없어 지원할 방법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자 국방부는 의수비용과 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비용 마련 방법과 지원 금액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아직 협의된 것이 없다.
27일 피해 장병 측을 만난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단장은 "현재 군인연금법 규정으로는 국방부가 치료비를 어떻게 마련해 지원할 지는 안갯속이다"며 "국가가 자기부담을 지지 않는 쪽으로 보상 방법을 찾으려 온갖 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관련 규정이 없다면 법을 바꿔 국가 예산으로 정식 지원을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장래 인생에 대한 보상을 이야기할 시점에 겨우 치료비 문제로 다투니 한심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또 군인연금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북한 목함지뢰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가 민간병원 치료 지원 기간을 늘리도록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이는 '전상자'에만 해당될 뿐, 훈련이나 임무 수행 중에 부상한 '공상자'는 대상에 빠져있다는 것.
이에 김종대 단장은 "손 이병 사례의 경우 이러한 시행령 개정으로는 아무 희망을 걸 수가 없다"며 "공상자, 전상자를 모두 포함해 치료지원 기간을 늘리는 소급 개정 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같은날 국방부는 "50사단 사고 수류탄 1만 5천발에 대한 시험결과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피해 장병 어머니는 "사고 원인이 안 밝혀지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막막하고 힘이 든다"며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