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측은 27일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한 위원장의 기자회견문을 대신 발표했다.
회견문에서 한 위원장은 "중대범죄자가 되어 경찰의 표적이 돼 조계사에 몸을 의탁한 지 12일째"라며 "정부가 노동개악 지침발표를 강행하지 않는다면 기꺼이 자진출두하겠다"고 말했다.
또 "2차 민중총궐기 평화행진 보장, 정부와 대화, 노동개악 중단에 대한 화쟁위원회 중재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사 화쟁위원회가 제안한 중재 요청을 정부가 받아들이면 자진 출두해 경찰 조사를 받겠다는 것.
한 위원장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조계사에 피신해 있는 현실이 부끄럽다"면서도 "노동재앙 위기에 처한 전체 노동자들의 운명이 함께 피신해 있음을 신도와 국민들께서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민중총궐기 이후 정부가 공안탄압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한 위원장은 "정부는 민중총궐기 직후 민주노총 사무실을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하며 공안탄압 광풍을 조장하고 있다"며 "대통령까지 나서 시위대를 IS에 비유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4일 집회에 시민들이 차벽을 밧줄로 묶어 끌어당긴 점에 대해서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임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20만 리터의 물대포와 600대 이상의 경찰 차벽, 그 결과로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 등 사상 최악의 폭력적 시위진압이었다"고 맞받아쳤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살인적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에 대한 책임 규명과 그 책임자인 강신명 경찰청장을 파면조치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80만 조합원이 직접 선출해 준 위원장으로서 노동 개악을 막아내겠다는 공약을 지키고 싶다"며 "구체적인 신변과 거취 문제는 12월 5일 평화적인 국민대행진이 보장된 후 밝히겠다"고 전했다.
당초 한 위원장은 오전 11시쯤 조계사 관음전 밖으로 직접 나와 거취를 표명하려 했으나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회견문을 대독한 민주노총 김욱동 부위원장은 "한 위원장이 경찰의 체포를 우려해 나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은 한 위원장이 관음사 밖으로 나올 경우에 대비해 체포 영장 집행을 준비했으나 한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체포에는 실패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민주노총 경기본부 간부들의 폭력 시위 혐의 입증을 위해 수원시 민주노총 경기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민노총 경기본부 간부 A씨 등 2명은 지난 5월 1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진행된 '세계노동절대회' 집회 도중 밧줄과 목장갑 등을 이용해 경찰 기동대 버스를 파손한 혐의다.
화쟁위원회 중재를 사실상 거부한 경찰이 오는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 집회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 위원장의 은신도 장기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