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멈추지 않는 심장' 양동근(34 · 181cm) 얘기다. 사상 첫 3년 연속 우승을 일궜던 지난 3시즌보다 더 많이 뛰고 있다.
양동근은 26일까지 '2015-2016 KCC 프로농구'에서 평균 출전 시간 1위를 달리고 있다. 15경기 평균 36분12초를 뛰었다. 경기당 3분48초만 쉬는 셈이다.
▲용병도 감탄 "양동근은 슈퍼맨"
2주 전만 해도 양동근은 그나마 출전 시간이 3위였다. 당시도 35분19초를 뛰었는데 2주 사이에 1분 가량이 더 는 것이다. 당시 1위였던 부산 케이티 이재도는 3위(35분17초), 고양 오리온 이승현은 여전히 2위(35분30초)다.
최근 6경기에서 38분 이상 뛴 경기가 4경기나 됐다. 12일 인천 전자랜드전은 40분을 풀로 뛰었고, 19일 전주 KCC전도 38분55초나 코트에 나섰다. 2주 사이에 출전 시간 1위로 오른 이유였다.
양동근은 현재 10개 구단 전체 선수 중 유일하게 경기당 36분 이상을 코트에 서고 있다. 올 시즌으로 꼭 프로 10번째 시즌(상무 2시즌 제외)인데 갓 입단한 신인처럼 많이 뛰는 양동근이다.
지난 시즌도 양동근은 출전 시간 1위였다. 전체 54경기에 모두 나와 평균 34분56초를 뛰어 원주 동부 윤호영(33분36초), 이승현(33분34초)을 넘었다. 유일한 34분대 선수였다. 5년 전인 2010-11시즌도 양동근은 35분31초를 뛰어 1위였다. (2011-12시즌에도 무려 37분2초를 뛰었으나 무려 38분56초라는 엄청난 플레잉 타임의 크리스 윌리엄스(당시 오리온)이 있었다.)
특히 가장 힘든 4쿼터 승부처에만 9점을 몰아넣었다. 질풍같은 돌파에 올해 신인 이동엽, 지난해 신인 박재현, 김준일 등 젊은 선수들이 따라가지 못했다. 경기 후 팀 동료 아이라 클라크는 양동근을 "슈퍼맨"이라고 불렀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꾸준한 몸 관리에 왕성한 체력을 보이는 클라크의 눈에도 양동근의 활동량은 대단한 것이다.
▲"시즌이 차라리 더 편해요"
모비스는 심장 양동근의 펄떡대는 활약에 올 시즌도 선두권이다. 17승7패로 1위 오리온(19승4패)에 2.5경기 차 2위다. 그러나 최근 7연승의 안양 KGC인삼공사(15승8패)가 1.5경기 차 3위로 안심할 수 없다.
양동근을 좀 쉬게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이유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26일 삼성전 뒤 "1, 3쿼터 때 김재훈 코치가 잠깐 휴식을 주자고 했지만 경기 흐름상 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동근이를 좀 쉬게 하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면서 "이길 수 있을 때 최대한 승수를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감독도 "동근이는 오히려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더 체력이 좋아진다"면서 "플레이오프에 더 많이 뛴다"며 큰 걱정은 하지 않는 표정이다. 통산 정규리그 평균 34분7초를 뛴 양동근은 플레이오프는 37분42초, 챔피언결정전은 37분20초를 소화했다.
다만 이런 강철로 된 몸도 인간의 것이다. 시즌이 쌓일수록 힘이 든다. 양동근도 "요즘은 경기 때도 힘들고 마친 후에도 몸이 원 상태로 회복되는 시간도 많이 걸리더라"면서 "대표팀 선배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몸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조언하던데 그래서 몸 푸는 시간도 더 많이 걸린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양동근은 격전이 치러지는 시즌이 더 낫다고 말한다. 왜일까. 모진 훈련보다 경기가 더 낫다는 것. 양동근은 "비시즌에는 훈련이 워낙 힘든데 그래도 시즌 동안은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버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동근에 대한 팀의 배려도 있다. 유 감독은 "동근이는 워낙 열심히 뛰어서 시즌 중 훈련에서는 거의 열외를 시킨다"고 귀띔했다. 양동근은 "그래서 플레이오프 때 더 많이 뛸 수 있는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래도 그 체력은 놀랍기 그지 없다.(정말 인간이냐, 양동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