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현재 삼성은 '2015-2016 KCC 프로농구' 공동 5위(11승12패)에 올라 있다. 부산 케이티, 원주 동부 등과 경쟁 중이다. 지난 시즌 전체 승수를 벌써 채웠다.
새 얼굴들의 활약이 크다. 삼성은 최고 외인 리카르도 라틀리프(199cm)와 국내 선수 최고의 득점원 문태영(194cm)을 영입했다. 이들은 지난 3시즌 동안 울산 모비스의 사상 첫 3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삼성은 또 다른 변화를 줬다. 간판 가드 이정석(183cm)과 빅맨 이동준(200cm)을 서울 SK로 보내고 베테랑 가드 주희정(38 · 181cm)과 신재호(181cm)를 데려온 것. 당시는 라틀리프-문태영 영입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움직임으로 보였다. 그러나 막상 시즌에 들어가면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 트레이드로 재평가될 만하다.
▲주희정, 경기장 안팎에서 모범
주희정은 올 시즌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23경기 평균 23분21초를 뛰며 4.7점 3.5도움 2.3리바운드 0.9가로채기를 기록 중이다. 출전 시간이 전체 40분의 절반 정도라 기록도 높지 않다. 그러나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삼성의 선전을 조율하고 있다.
최고 가드 출신 이상민 삼성 감독은 "사실상 주전 가드로 뛰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구단 관계자도 "정말 잘 데려왔다"면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본인도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친정팀에서 할 수 있어 의미가 더할 것"이라고 반색했다.
하지만 주희정은 유무형의 기여를 해주고 있다. 라틀리프, 문태영에 부상으로 두 시즌 만에 복귀한 임동섭 등 자칫 삐걱댈 수 있는 새 조합에 풍부한 경험으로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SK에서 뛰던 지난 시즌보다 출전 시간이 2배 이상 늘었다.
비단 코트에서뿐만이 아니다. 물론 평소 성실과 솔선수범의 자세로 선수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삼성 STC센터에서 밤 늦게까지 어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지도하는 주희정의 모습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희정 존재감에 계륵이 된 하워드
하지만 주희정의 예상을 넘는 존재감은 삼성에 예기치 못한 결과도 가져왔다. 전체 시즌 구상에도 영향을 미칠 만한 것이었다.
삼성은 지난 7월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라틀리프를 고민 없이 뽑았다. 이후 2라운드에서 10순위로 론 하워드(188.5cm)를 선발했다. 파워 포워드까지 소화할 수 있는 언더 사이즈 빅맨이 아닌 가드 자원이었다.
더 큰 고민은 다른 팀들의 제 2 외인들과 경쟁이 어렵다는 점이다. 하워드는 외인 단신의 마지노선인 193cm에 근접한 다른 용병들을 막기에는 힘에 부친다. 거의 용병급인 혼혈 선수 문태영이 있지만 수비가 빼어난 선수는 아니다. 때문에 삼성은 외인이 2명 뛰는 3쿼터를 힘겹게 보내야 했다.
삼성이 하워드를 뽑은 것은 가드진 보강이 목적이었다. 주희정이 왔지만 이정석이 빠져나간 자리가 더 크다고 본 것이다. 이 감독은 "사실 언더 사이즈 빅맨으로 갈까도 고민을 했다"면서 "그러나 아무래도 가드진이 약할 것 같아서 하워드를 뽑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주희정이 제몫을 해주면서 오히려 빅맨이 아쉬워졌다. 이 감독은 "주희정이 이 정도까지 해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삼성으로서는 달콤쌉싸름한 '주희정 딜레마'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