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지난 26일 오후 12시 50분쯤 실무접촉을 벌여 두 차례 전체회의와 다섯 차례의 수석대표 회의를 거쳐 약 11시간만인 자정 직전 합의에 이르렀다.
‘무박 2일’ 마라톤회의를 기본으로 하던 남북의 여느 협상과 달리 비교적 단시간 내 결론을 냈고, 전체회의 기준으로는 한 차례만 정회하는 등 전반적으로 순항한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지난 2013년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회담대표의 급 문제 하나 때문에 신경전을 벌이다 결렬됐던 것과는 달랐다.
실제로 이번 협상에선 회담대표의 급 문제는 예상과 달리 수월하게 해결됐다.
남측은 처음부터 차관급을 제의했고 북측도 같은 급인 내각의 부상급을 요구하면서 큰 이견 없이 다음 논의로 넘어갈 수 있었다.
당초 남측은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간의 이른바 ‘통통 라인’을 요구하는 반면, 북측은 이보다 급이 낮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내세우면서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우리는 처음부터 차관급을 제시했다”면서 “이는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의 후속회담 성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일종의 기싸움인 급 문제에 매달려 2013년 실무접촉 결렬의 전철을 밟기보다는 실용적인 판단으로 8.25 합의의 모멘텀을 이어가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소 문제에 있어서도 서울이나 평양 대신에 개성공업지구로 절충하면서 큰 무리 없이 합의가 이뤄졌다.
남측은 서울을 제안한 반면 북측은 개성과 금강산, 판문점을 복수로 제안해옴에 따라 개성공업지구를 선택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제에 있어서는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남측은 포괄적으로 다루자는 입장인 반면 북측은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며 접점 마련이 어려웠다.
결국 남북은 공동보도문에서 “회담 의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 문제로 하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남측은 특히, 의제와 관련해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한 반면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가 당면한 문제라고 맞섰다.
북측이 당국회담 장소로 제의한 3곳 가운데 남측이 금강산을 배제한 배경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북측은 당국회담 의제로서 5.24 조치 해제는 요구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록 당국회담의 가장 핵심이랄 수 있는 의제 문제는 사전조율이 충분치 않지만, 회담 전망은 나쁘지 않다.
일반적 예상과 달리 큰 진통 없이 회담이 성사된 것 자체가 북측의 달라진 태도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다음달 11일 당국회담이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이산가족 상봉 등을 포함한 8.25 합의의 6개 후속조치는 모두 이행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