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S, 삼성에버랜드 사건 가장 기억나
- ‘사시 존치론, 상고법원 신설’ 문제의 본질에 충실해야
- 김영란법, 실효성 있으려면 국민적 지지 있어야
- 민감한 주제일수록 토론의 장 많아 져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5년 11월 26일 (목)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영란 (전 대법관)
◇ 정관용> 오늘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시죠. 그리고 국민권익위원장도 지내셨고 또 국민권익위원장 지내시면서 법을 만들어서 일명 ‘김영란 법’으로 지금 관심의 초점을 모으고 계신 분이죠. 이번에 책을 내셨어요.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6년 동안 대법관으로서 일하며 참여했던 판결 가운데 아주 사회를 뜨겁게 했던 10개의 쟁점들을 골라서 책으로 묶어내셨는데요. 그래서 오늘 모셨습니다. 김영란 전 대법관 어서 오십시오.
◆ 김영란> 네, 안녕하세요. 김영란입니다.
◇ 정관용> 2004년부터 6년 동안 대법관 하셨죠?
◆ 김영란>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때가 최초예요? 여성대법관이?
◆ 김영란> 여성대법관으로 최초입니다.
◇ 정관용> 그 후로도 계속 이어지고 있죠?
◆ 김영란> 이어지고 있기는 합니다.
◇ 정관용> 판사 전체가 몇 명이나 돼요?
◆ 김영란> 이제 숫자를 잘 모르겠네요. (웃음)
◇ 정관용> 한참 지나셔서. 그런데 여자 판사의 비율이 어느 정도 됩니까?
◆ 김영란> 지금은 뭐, 20%는 넘고 30%도 넘지 않았을까? 30% 정도 되지 않을까.
◇ 정관용> 김영란 대법관께서 처음 판사하실 때 어땠습니까?
◆ 김영란> 저는 제가 역사적으로 아마 일곱번째인가 여덟번째인가 그럴 겁니다, 아마.
◇ 정관용> 판사로 된? 국내에서?
◆ 김영란> 네. 돌아가신 황윤석 판사님이나 그 강기원, 황산성 변호사님. 이렇게 다 따져보면 여덟번째인가봐요.
◇ 정관용> 그 전임 판사분들 대법관까지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셨고.
◆ 김영란> 저도 사실 꿈도 안 꿨었습니다. 왜냐하면.
◇ 정관용> 될 리가 없다?
◆ 김영란> 네. 롤모델도 없고 그러던 시절이니까요.
◇ 정관용> 고등법원 부장판사 다음이 대법관이죠?
◆ 김영란> 대개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하시고 나면 전국의 법원의 법원장으로 많이 나가십니다. 그런데 제 경우는 법원장을 안 거치고.
◇ 정관용> 부장판사 하다가 바로?
◆ 김영란> 네. 그런 분들도 있기는 합니다.
◇ 정관용> 전에 여덟번째라고 친 건 앞에 판사하셨던 일곱 분들은 그런 고등법원 부장판사나 지방법원장까지 올라가신 분이라도 있나요?
◆ 김영란> 네. 지방법원장 하신 분도 계시고요. 고등법원 부장판사님도 몇 분 계시고요.
◇ 정관용> 그런데 거기서 다 스톱을 하셨군요.
◆ 김영란> 그중에 나중에 전수환 대법관님은 제 다음에 대법관으로 되셨고요.
◇ 정관용> 뒤에. 선배이시지만.
◆ 김영란> 그리고 전효숙 재판관님은 헌법재판관을 하셨고요.
◇ 정관용> 앞으로 세월이 지나면 이제 대법원, 대법관 한 절반은 여성, 이렇게 될까요?
◆ 김영란> 그렇게 될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신규 법관 중의 절반이 여성인 것이 여러 해 됐거든요. 그러니까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6년 대법관 시절에 판결에 참여하신 재판이 엄청 많죠?
◆ 김영란> 네. 제가 책에 서문에 썼지만 계산을 안 해 봤어요. 너무 많아서 계산을 할 수가 없었어요.
◇ 정관용> 그렇죠? 요즘 대법관들 업무량이 너무 많다고.
◆ 김영란> 네. 그건 사실입니다.
◇ 정관용> 상고법원을 신설해야 되느냐 마느냐. 이것도 쟁점이지 않습니까?
◆ 김영란>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상고법원 신설은 의견이 어떠세요?
◆ 김영란>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어요. 제가 딱 옳다 그르다 이렇게 말하기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 정관용> 의견은 있으시죠?
◆ 김영란> 있지만...
◇ 정관용> 말을 못 하시는 거죠?
◆ 김영란> 지금 대법원에서는 상고법원을 추진하고 있고요. 또 우리는 헌법재판소라는 것도 있고요. 그리고 제도의 선택의 문제인데. 독일 같은 데는 상고법원의 개수가 엄청 많고 상고법원에 소속된 판사 수가 엄청나게 많고요. 미국 같은 데는 연방대법관은 아홉 분밖에 없고요. 일본도 열다섯 분인가 그렇고요. 그러니까 제도의 선택의 문제인데 우리처럼 또 헌법재판소와 법원 시스템이 따로 있고 그래서 이게 그냥 어느 게 옳다 그르다 배경과 이런 걸 충분히 설명하고 선택을 하게 해야 되는 문제이긴 한데.
◇ 정관용> 물론이죠.
◆ 김영란> 제가 그렇게 말하기가 좀 어려운 문제입니다. (웃음)
◇ 정관용> 그러니까 그런 배경 등등을 다 종합했을 때 김영란 전 대법관님도 의견이 있으시잖아요.
◆ 김영란> 의견이 있는데.
◇ 정관용> 말하기 곤란한 겁니까?
◆ 김영란> 말하기가 좀 어렵네요. 어떤 측면에서 어떤 게 옳고...
◇ 정관용> 누구 편 들어주는 식이 돼서 그런 거죠? 지금 쟁점이 되다 보니까?
◆ 김영란> 현재 대법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문제이니까 제가 옳다 그르다, 어느 게 옳다 이런 얘기를 책임 있게 말할 입장은 어차피 아닌데.
◇ 정관용> 그럼 대법원이 추진 안 하는 법조 관련 쟁점 몇 가지 여쭤볼까요? 사시 존치론. 로스쿨 만들어지면서 사법시험 이제 없어지기로 했는데. 아니, 이것도 그대로 둬야 된다. 부분적이라도. 그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영란> 그 문제의 배경에 있는 거는 요새 말하는 금수저, 흙수저론이라든지.
◇ 정관용> 금수저, 흙수저?
◆ 김영란> 네, 원래 그런 논쟁. 또는 사법시험이 그나마 희망의 사다리인데 그거를 없애버리는 건 곤란하다든지 이런 논쟁 있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습니다.
◆ 김영란> 그것을 과연 사법시험 존치든 사법시험 폐지로 그 문제가 해결이 되냐. 덮여지냐. 쟁점이 희석이라도 되냐. 또 그런 문제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 논점을 어떻게든 좀 완화시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어떤 방식이냐. 사시를 존치하든 폐지하든. 그런 방식과 같이 가지 않는다면 제가 그 답을 하든 말든 의미가 없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제가 지금까지 여쭤본 상고법원 쟁점도 그렇고 그 쟁점에 대한 말씀은 이런 식이었어요. 지금 우리 대법원의 업무량이 과도한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이건 어떻게든 대안이 필요하다. 그런데 나라마다 특성이 있고 우리 제도의 특성이 있다. 헌법재판소도 있고 이러한. 그 특성 속에서 그걸 잘 고려해서 원래 목적에 맞게끔 어떤 적정한 제도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답변하신 거잖아요. 맞죠?
◆ 김영란> 네.
◇ 정관용> 그다음에 사시 존치론에 대해서는 그 논쟁이 시작된 출발점은 금수저 흙수저론처럼 돈 많이 있는 사람들만 로스쿨 보내더라. 부자들만 가더라. 개천에서 용 나는 식의 옛날의 사법시험제도 완전히 없앨 수 없다, 이런 얘기더라. 그런데 그건 사법시험 놔둔다고 해서 개천에서 다 용 나는 시대가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 그렇죠?
◆ 김영란> 네.
◇ 정관용> 그러니까 목적인 개천에서 용 나는 그런 시대에 맞는 어떤 것을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말씀이시잖아요.
◆ 김영란> 네, 그렇습니다. 정답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 정관용> 문제의 초점, 핵심은 지적하신 거잖아요.
◆ 김영란> 네.
◇ 정관용> 이 책에 보면 한국사회를 움직인 대법원 10대 논쟁. 그랬거든요. 우리 청취자분들께 잠깐 소개를 해 드리면 제가 이 책의 내용을 하나하나 여쭤볼 수가 없어요. 워낙 범위가 넓기 때문입니다. 보면 김 할머니 사건, 존엄사 인정할 거냐 말 거냐 그런 것.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된 사건, 그다음 학생이 종교의 자유 요구하면서 시위했던 그런 사건. 삼성 이른바 편법증여, 상속 그 사건. 성전환자 성별 정정 사건. 대충 들으셔도 청취자분들이 ‘어이구 이거 한 방향의 사건들이 아니네’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그중에 아주 뜨거운 거 한 10가지만 잡으셨는데 결국 판결은 결론을 내야 되잖아요.
◆ 김영란> 네. 물론 그 판결들은 다 결론이 난 사건들이죠. 그런데 제가 굳이 이걸 쓴 이유는 우리가 결론은 다 알지만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과 그 결론 속에서 어떤 사람, 몇 퍼센트는 반대를 했다든지 어떤 논리로 반대를 했다든지 또 어떤 논리로 결론이 나왔다든지 이런 것을 다 담아 보자. 이런 걸 다 알려드리자. 일반인들도 알 수 있게. 그래서 일반인들 스스로 ‘아, 그때 이 판결은 잘된 거네’라든지 ‘아, 이건 이렇게 앞으로 바뀌어야 되겠네’ 이런 생각을 해보시게 하자. 이것이 굉장히 목적이었거든요. 제가 이 정답을 알려드리는 것은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 정관용> 사실은 정답도 없는 사건들 아닙니까?
◆ 김영란> 그렇습니다. 바로 그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 정관용> 바로 그래서 제가 사시 존치론이나 상고법원에 대해서 문제의 본질을 좀 보자라고 만 답변하시지, 의견은 있지만 내가 말은 못 하겠다, 이렇게 하시는데. 지금 다루고 있는 사건들도 문제의 본질로 들어가면 사실 이런 의견을 낼 수 있고 저런 의견 낼 수 있습니다.
◆ 김영란>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거기에서 판사는 결정을 해야 돼요. 선택을 하고.
◆ 김영란> 네. 선택의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사실.
◇ 정관용> 힘들지 않으셨어요?
◆ 김영란> 그렇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답을 내야 되는 게 판사는 어쨌든 사건이 오면 답을 내줘야 되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영란> 그것이 너무 자기는 힘이 들어서 판사를 못하겠다. 이러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저도 굉장히 힘들었죠.
◇ 정관용> 지금 이 10개의 사건들 중에서도 어떤 경우는 다수 의견 편에 서셨던.
◆ 김영란> 그렇습니다.
◇ 정관용> 어떤 건 소수의 편에 서셨던.
◆ 김영란> 그렇습니다.
◇ 정관용> 소수 의견에 서셨던 판결은 지금도 불만이세요? 이 판결에 대해서?
◆ 김영란> 꼭 그렇지는 않고요. 다수 의견이라고 불만이 없지도 않고 그것은 케이스마다 다 다른데요. 이렇게 제가 다수결을 집필한 것도 있고 소수의견을 집필한 것도 있고 제가 집필을 안 한 것도 있고 다양한데요. 아, 이런 논리를 조금 더 밀어붙였으면 좋았을 뻔 했다. 이 논리는 좀 그냥 쓰지 않았어도 좋았을 뻔했다든지. 굉장히 다양합니다. 케이스에 따라.
◇ 정관용> 여기 다루신 10개 사건 중에 아, 지금이라면 그때와 다른 판단을 했을 것 같다. 이런 사건이 있나요?
◆ 김영란> 그러니까 결론을 바꿨을 것 같다, 이렇게까지 생각한 건 없는 것 같아요. 10개 중에는요.
◇ 정관용>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 김영란> 네. 그때 당시에는 그런 선택이 또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고요. 또.
◇ 정관용> 그 시점이라면, 오늘날 이 시점에 이 사건이 비슷하게 터졌다면요?
◆ 김영란> 그래도 크게 그렇게 결론 자체를... 그런데 논리는 바뀔 수도 있었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있고요. 결론이 그 이후에 바뀔 정도로 그렇게 긴 세월은 아닌 것 같아요.
◇ 정관용> 하나만 소개해 주세요. 10년 지나 돌이켜 보니 아, 이건 진짜 제일 아쉽다. 논리가 좀 부족했다든지 판결이 내 생각과 좀 달랐다든지. 그런 게 어떤 사건이 있습니까?
◆ 김영란> 이 책에서 그런 소해를 가장 강하게 표현한 게 삼성 사건이었죠. 왜냐하면.
◇ 정관용> 이거 결론이 어떻게 났죠?
◆ 김영란> 결론은 삼성SDS하고 삼성에버랜드하고 다르게 났는데요. 삼성에버랜드는 주주 배정, 신주를 주주한테 배정했던 사건이고 삼성SDS는 제3자한테 배정을 했던 사건인데.
◇ 정관용> 제3자가 이재용 씨였나요?
◆ 김영란> 네. 에버랜드에서는 주주들이 다 배정을 받기를 포기해서 이재용 씨한테 간 것이고요.
◇ 정관용> 이재용 씨가 주주의 일원이었고.
◆ 김영란> 주주가 아니었던 거죠. 주주가 포기하니까 제3자한테 간 것이고요. 삼성SDS는 처음부터 제3자에게 배정하는 걸로 했던 건데요.
◇ 정관용> 그랬는데 판결은?
◆ 김영란> 판결은 주주 배정의 경우에는 꼭 시가나 적정가로 가격을 매겨서 배정하지 않아도 배임이 안 되지만 제3자 배정인 경우는 제3자니까 적정가로 해서 배정을 해야만 배임이 안 된다. 그런데 그러니까 제3자 배정을 처음부터 했던 SDS 사건은 유죄이고 처음부터 주주 배정으로 됐던 것은 주주들이 배정을 포기했기 때문에 제3자에게 간 것이니까 이것은 무죄다. 이게 다수 의견의 논리였거든요.
◇ 정관용> 그런데 뭐가 제일 아쉬우세요?
◆ 김영란> 그런데 저는 주주 배정, 제3자 배정 그렇게 갈 것이 아니라 왜 그 사건이 문제가 됐고 그 주주 배정과 제3자 배정을 다 설계하고 했던 것은 구조본에서 다 한 건데. 그런데 그 문제는 뭐냐면 주식회사라는 것은 원래 경영자가 경영을 하는데 그게 주주가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주주와 경영자가 서로 어떤 면에서는 견제하는, 주주가 경영자가 경영을 하는지도 감시하고 이런 관계에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기업 지배구조는 최근에 일어난 여러 재벌그룹 사건들도 보면 어떤 방식이든 공개기업이든 아니든 간에 사실 지배주주와 경영자하고 분리가 안 되는 구조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영란> 그러니까 견제하고 이 지배주주를 견제하는 세력이 없잖아요. 그래서 그 문제, 그 문제 때문에 배임죄가 문제가 되거든요. 외국의 경우는 이런 문제도 다 민사로 처리를 하는데요, 주로. 우리는 왜 형사로 처벌을 해 오냐. 그러니까 1인주주 회사에서 주주가 1인이면 경영자도 그 주주고 하니까 배임죄라는 것이 있기가 어려워지는데 처벌을 해 왔거든요. 그것은 그런 주식회사의 1인주주가 즉 경영자이고 한 것을 조금 더 주식회사도 사회적인 제도 속에서 그 경영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 온 것인데.
◇ 정관용> 주주가 경영자를 감시 못 하니까 사법체계로라도 감시해보자. 그런 거죠.
◆ 김영란> 그렇죠. 그런데 이 사건에서 그 점을 놓치고 있지 않았냐. 대법원의 다수의견이든 반대의견이든. 이런 생각을 하게 됐죠.
◇ 정관용> 김영란 전 대법관은 에버랜드건이건 SDS건이건 다 유죄였어요?
◆ 김영란> 아니요. 저는 제 의견은 그랬지만. 제가 꼭 유죄가 옳다, 무죄가 옳다 그런 얘기가 아니고요. 그런 얘기가 아니고 논리구성을 조금 더 근본적인 구성으로 갔었어야 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의문을 제기하게 된 거죠.
◇ 정관용> 에버랜드든 SDS든 그런 행동을 한 목표는 이재용 씨한테 주식을 몰아주기 위한 것이었어요.
◆ 김영란> 그래서 문제가 된 거였거든요.
◇ 정관용> 결론적으로는. 그런데 대법원은 그걸 애써 구분해서 방식이 다르니 하나는 유죄 하나는 무죄 이랬다는 것 아닙니까?
◆ 김영란> 네, 그 논리 자체가 상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논리는 아닌데요. 그런데 결론이 어떠하든 그래도 그 논리를 유지하더라도 그 근원을 좀 봤었어야 한다. 이런 얘기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책에서.
◇ 정관용> 이래서 제가 책을 여쭤보지 않는 거예요. 왜냐하면 삼성사건 그러면 대충은 아는데요. 판결 내용 설명을 들으려면 복잡하고 길고 그래요. 그럴 수밖에 없는 건데. 그 복잡하고 긴 사연을 우리 좀 같이 알아봅시다. 그 말씀이군요?
◆ 김영란>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방금 삼성사건에도 드러나듯이 우리 국민의 일반적인 정서는, 실제의 현실이 움직여간 작동기제는 이재용 씨한테 왕창 주식을 싼값에 주기 위한 것, 이건 명약관화한 겁니다. 맞죠?
◆ 김영란> 네.
◇ 정관용> 그런데 법의 상법구조가 됐건 무슨 법 구조가 됐건 법의 논리는 국민정서와 현실의 작동기제와 조금 달라요.
◆ 김영란> 그럴 수도 있습니다.
◇ 정관용> 이 사이에서 어떤 고뇌 같은 것 안 느끼셨어요?
◆ 김영란> 왜 그렇게 됐는지를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있고요.
◇ 정관용> 변호군요. 대법원 변호.
◆ 김영란> 그런 측면도 있고 여러 가지 측면이 있지만 제 스스로 반성을 해 보는 측면도 있고 한데 이렇게 생각을 해 봤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수학을 간단한 수식으로 풀잖아요. 그런데 그 수식이 나오기 전에는 그 수식이 나오게 된 이론적 배경, 현실에서 어떤 문제 때문에 이런 수식화된 배경이 있잖아요. 미분도 그렇고 적분도 그렇고. 여러 가지, 하다못해 루트도 그렇고 그런데.
◇ 정관용> 논리학으로 치면 책 몇 권이 다 쌓여서 그게 하나의 수식이 나온 거 아니에요.
◆ 김영란> 그러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수식에 익숙해지다 보면 수식만 기억하잖아요. 수식만 대입해서 문제만 풀어버리다 보면 미분이란 이론이 왜 나왔고 루트가 왜 나왔고 이런 걸 다 잊어버린단 말입니다. 그래갖고 기계적으로 대입을 하게 되거든요. 그러면 수식이 원래 담겨 있는 뜻을 놓칠 수 있어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영란> 그래서 판사들은 법정 논리에 굉장히 수식처럼 대입을 하는 게 원래 업무이긴 하지만.
◇ 정관용> 그래서 안 된다는 거죠?
◆ 김영란> 그래야 될 부분은 그렇게 처리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건들에서는 그 수식이 만들어진 원래 배경을 생각을 해야 한다라는 얘기를 좀 하고 싶었던 것도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오늘날 법관들은, 오늘날 대법원은 그렇게 법전에 나와 있는, 수식에 나와 있는 법조문대로가 아니라 그것의 근본, 현실의 변화, 현실의 작동기제 이런 걸 고려한 판결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 김영란> 그런 걸 보여드리는 게 전원합의판결이죠. 그래서 굳이 소수의견을 쓰신 분들의 성함도 밝히고 논리도 다 밝히는 거죠. 그래서 수식만의 적용으로 되지 않는 사건이 결국 전원합의에 오는 거죠. 그래서 나는 이러이러한 논리로 이걸 선택하고 그걸 다 밝히고 그랬더니 단순다수결로 이 의견이 지금 다수결이 됐다.
◇ 정관용> 채택이 됐다?
◆ 김영란> 그런 과정을 거쳐서 나온 판결을 가지고 오늘날 그런 게 잘 작동되고 있느냐 안 되고 있느냐 이렇게 제가 참 평하기는 어렵고요.
◇ 정관용> 그럼 이렇게 여쭤볼게요. 대법관으로 몸담고 계시던 시절에 비해서 지금의 대법원이 일반적 기준으로 볼 때 더 보수적 판결을 많이 내리고 있다라는 진술에는 동의하세요, 안 동의하세요?
◆ 김영란> 글쎄, 그런 말씀들은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여기서 다른 것은 정말 우리 사회가 격동에 들어갔을 때 그 격동에 흐름 속에서 문제된 사건들이 많거든요. 그러니까 지금의 대법원이 그런 상태이냐.
◇ 정관용> 그런 격동적 사건이 있느냐.
◆ 김영란> 얼마나 있느냐. 그래서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하기는 좀 주저되고요.
◇ 정관용> 본인의 성향은 진보, 보수 중에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세요?
◆ 김영란> 저는 굉장히 소수자의 대법관이라든지 이런 식의 평이 많이 붙게 됐습니다.
◇ 정관용> 법관들 중에서는 진보적 법관으로 알려져 있죠.
◆ 김영란> 그중에서는. 그런데 제가 어느 분이 그렇게 평하셨더라고요. 진보와 보수의 다리를 연결해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잘 모르겠어요. 평이 다 세 가지로 나오고 있어요.
◇ 정관용> 그래도 그걸 딱 인용하신 걸 보면 그 포지션을 제일 좋아하시는 것 같네요. 진보와 보수를 다리를 연결해 주는 존재.
◆ 김영란> 제가 역사적인 순서상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 됐을 때는 대법원의 다양성을 위해서 제가 거의 처음으로 다양성의 한 멤버로 임명이 됐었거든요. 그 뒤에 몇 분의 좀 진보적인 성향을 뚜렷이 표명하신 분들이 나오셨고요. 그래서 제가 싫든 좋든 다리 역할을 하게 되었고 사람들의 기대도 그랬던 것 같고요.
◇ 정관용> 그런 다리 역할을 하셔서 그 후로는 조금 더 진보적이고 소수자 권익 찾는 그런 판결도 좀 늘어났는데 요즘에는 확실히 줄어든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 김영란> 네.
◇ 정관용> 동의하세요?
◆ 김영란> 네, 수적으로는 확실히 줄었고요. 줄었고 그것에 대한 평가를 제가 지금 단순하게 딱 하기는 좀 망설여진다 이런 얘기입니다.
◇ 정관용> 요즘 법적 쟁점이 되는 것들. 여쭤 봐도 대답을 안 하실 것 같은데요?
◆ 김영란> (웃음)
◇ 정관용> 복면금지법 찬성이세요. 반대세요?
◆ 김영란> 새누리당이든 어디든 국민적인 의견을 좀 대토론을 해달라, 그래서 사람들이 그게 왜 문제이고 왜 문제가 아닌지를 알고 나서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대표로 뽑아주신 분들이잖아요. 국민들의 대표적 의견을 대의하는 거니까.
◇ 정관용> 교과서적인 답이시네요. 김영란 법도 한두 가지 여쭤보지 않을 수 없는데 대부분 다 말씀하셨더라고요, 보니까.
◆ 김영란>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원래 만드신 초안에 비해서 아쉬운 것은 그러니까 자기랑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일에는 관여 못하게 하는 것. 이게 빠져 있다면서요?
◆ 김영란> 네. 빠져 있습니다.
◇ 정관용> 왜 빠졌어요? 그런데.
◆ 김영란> 저는 그렇게 국회의원들이 그 부분이 너무 좀 포괄적이고 넓고 복잡하다 이렇게 생각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 정관용> 그런데 그거 빠지면 핵심이 빠지는 것 아니에요, 사실?
◆ 김영란> 사실...
◇ 정관용> 돈을 100만원 받지 않았지만 자기랑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의 일에 결정권, 이게 주변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게 더 큰 것 아닙니까? 사실.
◆ 김영란> 그렇죠. 저는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요.
◇ 정관용> 못하게 해야 되는데.
◆ 김영란> 네, 그런데 사실은 법원의 예를 들면요. 법원은 판사가 자기 가족이 변호사다 그러면 그 사건을 안 맡거든요. 그 판사가 다른 재판부로 넘긴다거나 그렇게 하거든요.
◇ 정관용> 당연한 얘기죠, 그게.
◆ 김영란> 그런데 법원은 그게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지만 자기 가족의 변호사라고 해서 판사를 못하는 건 아니고 자기 가족이 판사라고 해서 변호사를 못하는 건 아니거든요. 구체적인 사건에서만. 그래서 제가 그 법을 그런 개념에 입각해서 만든 건데 국회에서의 반응은 그러면 국무총리는, 국무총리 가족들은 대한민국에서 살 수가 없냐.
◇ 정관용> 왜 못 살아요? 살죠.
◆ 김영란> 그러니까 국무총리는 대한민국의 모든 행정업무에 다 관여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포괄적으로 보시는 거예요, 개념을. 도지사나 지방자치단체장의 가족들은 그 도에서 살 수 없냐. 그게 아니라 구체적인 업무의 결재권자가 그 결재를 못하게 대리업무자를 지정하게 결재를 하게 하는 건데. 그거는 재판에서는 너무 당연한 것인데. 그래서 그런 문제에 대해서 이의제기를 많이 하셨거든요.
◇ 정관용> 국회의원들이 너무 포괄적이라고 했다?
◆ 김영란> 네.
◇ 정관용> 속상하시겠네요. 거기에 빠져서.
◆ 김영란> 아니, 그것도 아까처럼 얘기를 하자면 저는 이 법이 만들어져서 빨리 통과가 안 돼서 안타깝냐 이렇게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고 이 법이 국민들에게 낱낱이 알려져서 정말 이 법을 우리가 도입해야 되겠구나라는 지지를 얻고 나서 이 법이 통과돼야 이 법이 실효성이 있게 되는 것이지, 이 법이 밀실에서 뚝딱 작업되어서 만들어졌다면 그걸 어떻게 지키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모든 문제에 대해서 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 드러내놓고 토론을 하자. 이렇게 제가 얘기하는 거죠.
◇ 정관용> 소개하시면서 법원에서는 자기 친척인 사람이 변호사로 사건을 수임해 온 거는 자동적으로 그 사건에서 배척돼서 다른 데로 옮기거나 이렇게 한다고 하셨잖아요.
◆ 김영란> 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좀 더 그것도 강력하게 하려면 사법고시 동기인 사람 내지는 부장판사 지낼 때 밑에 판사였던 사람, 자기 선배가 옷 벗고 밖에 나가서 사건 가지고 오면 그 판사는 거기에서 못하게 하자. 심지어는 그렇게까지 해서 전관예우 없애자는 얘기도 있지 않습니까?
◆ 김영란> 지금 일부 법원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대요.
◇ 정관용> 거기까지 가고 있군요.
◆ 김영란> 네. 그런데 그거를 법적으로 제도화하기는 어렵겠지만.
◇ 정관용> 그런가요?
◆ 김영란> 네.
◇ 정관용> 알겠습니다. 판결을 다시 생각하는 책을 내셨습니다. 그리고 그 책은 제가 해석컨대 국민적 토론을 좀 합시다. 즉 토론을 통해서 국민들의 생각이 모이는 과정을 만들자, 민주주의의 과정으로서 공론의 장에 대해 생각해 보자.. 많이 좀 논의에 보자. 그런 취지로군요.
◆ 김영란> 네, 바로 그 목적입니다.
◇ 정관용> 민주주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라는 책으로 다시 여러분과 만나게 된 김영란 전 대법관 오늘 초대해서 말씀 들었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김영란>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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