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26일 국회에서 엄수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불참하는 대신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운구행렬을 떠나보내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을 다시 한 번 위로했다.
청와대는 이를 "국가장 영결식의 일부 절차에 참석했다"고 밝혀 영결식 불참에 따른 따가운 비판을 의식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 주치의가 고열 등 감기 증상이 있는 상황에서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야외에 있으면 곧 있을 해외 순방 등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서 장기간 외부 공기에 노출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건의를 했다"며 영결식 불참이 참모들의 건의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에게 최대한 예우를 표하기 위해 운구가 출발하기 직전에 빈소를 방문해 애도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국장과 국민장이 통합된 국가장으로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장례식이 치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건강을 영결식 불참의 이유로 들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대를 이은 악연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후 조문은 독특한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부친상에는 조화조차 보내지 않았다. 또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으로 활약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지난해 11월 모친상 때도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또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몰린 남아공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으면서 싱가포르 리콴유 전 총리의 장례식에는 참석해 대조를 보였다.
한편, 김희경 새정치연합 부대변인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 단 한마디의 공식 메시지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문득 대통령이 숙청했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부친상에 조화조차 보내지 않았던 '정치적 앙금'이 느껴진다"며 "대통령이 개인적 악연 때문에 전직 대통령의 공과를 논하지 않는 것은 협량한 처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