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가리가 죽기 전 들려준 고백 <내 삶의 의미>

사진 제공 = 교보문고
1980년 66세 겨울, 권총자살로 파란만장했던 삶을 마감했던 로망가리. 그가 자살하기 몇 달 전, 라디오방송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본 구술 회고록 <내 삶의 의미>가 문학과 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글은 어쩌면 로맹 가리가 죽음을 결심하고서, "자전적 작품을 또 쓸 만큼 내 앞에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세상을 뜨기 몇 달 전에 남긴 마지막 고백이다. 이 글에서 그는 삶의 궤적을 찬찬히 좇으며 자신의 모든 작품을 되짚어보고, 자신이 삶에서 추구해온 것들과 소설가로서 작품 속에 담으려 했던 의미를 정리한다.

그는 미디어와 대중이 만든 이미지와 오해에 대해 경고한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대중 속에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사실 실제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나에 관해 말하는 모든 것에서 나는 결코 나를 알아보지 못합니다"고 말했다. 이제 평론가들의 목소리가 아닌, 언론에 비춰지는 편집된 그의 모습이 아닌, 대중이 만들어낸 환상이 아닌, 스스로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로 그의 삶을 들여다볼 차례다.

1980년 12월 2일 오후가 저물 무렵, 로맹 가리는 자신의 침대에 누워 권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긴다. 이로써 파리 문단은 전설적인 작가 로맹 가리와 함께 혜성처럼 떠오른 천재 작가 에밀 아자르도 동시에 잃게 되었다. 그의 유서 마지막 줄엔 "나는 마침내 나를 완전히 표현했다"고 쓰여 있었다.

그가 죽은 후에야 밝혀졌지만, 러시아 이민자에서 전쟁영웅, 외교관, 소설가로 성공한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도 활동하며 평단을 뒤흔들었던 것이다. 에밀 아자르가 작품을 발표할 당시 로맹 가리에 대한 문학적 평가는 예전과 달리 좋지 못했다. 프랑스 문학계는 에밀 아자르라는 신인 작가에게 극찬을 보냈으며 로맹 가리는 자기 자신인 에밀 아자르와 비교되어 더욱더 퇴물로 평가받았다. 이것은 에밀 아자르라는 가면 뒤에 숨은 그의 의도가 실현된 것으로, 로맹 가리는 완벽한 연기로 편견에 젖은 평론가와 세상의 차별을 조롱하며 자신의 삶을 마쳤다.

소설가 로제 그르니에는<내 삶의 의미>에 대해 "이 책은 로가리 자서전의 최종판으로, 그의 삶을 이룬 야심, 희망, 성공, 그리고 수모 들을 직접 폭포하는 마지막 보고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로맹 가리 지음/백선희 옮김 /문학과지성사/136쪽/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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