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산(巨山)'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6일 국회 본청 앞마당에서 국가장으로 엄수됐다.
황교안 국무총리(장례위원장)와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 국가 주요 인사와 각계 대표 등 1만여명의 조문객이 참석해 고인의 가는 길을 기렸다.
이날 오후 1시 50분쯤 국회 본청 앞으로 김 전 대통령의 관을 실은 운구차가 들어섰다. 눈발이 흩날리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각계 인사들과 조문객들이 몰려들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황교안 국무총리는 추도사에서 "대도무문의 정치 철학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우리 국민과 더불어 민주화의 길을 걸으셨다"며 김 전 대통령이 우리 정치에 미친 영향을 회고했다.
황 총리는 특히 금융실명제 도입과 군내 사조직 개혁, 공직자 재산공개, 일제잔재 청산 등 고인의 업적을 나열하며 그의 삶을 기렸다.
이어 "대통령님이 염원하셨던 평화롭고 자유롭고 번영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오늘의 우리들이 해야 할 몫"이라면서 "이념과 종교, 지역과 계층의 모든 차이를 뛰어넘어 통합의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김 전 의장은 "초산테러, 가택연금, 국회의원 제명 등 혹독한 탄압이 자행됐지만, 잠시 살기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기보다 잠시 죽지만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는 대통령님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군부독재에 맞선 23일간의 단식투쟁은 민주화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말미에는 "존경하고 사랑하는 김영삼 대통령님, 참으로 수고많으셨습니다. 하나님의 품 안에서 부디 안식하소서"라며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고인의 업적을 되새기고 서거를 추모하는 추도사가 끝난 뒤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의 종교의식이 행해졌다.
차남 현철씨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연신 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날 영결식에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고 김영삼 대통령의 장남 은철씨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착용한채 어머니 손명순 여사의 손을잡고 영결식장에 입장한 은철씨는 영결식 내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영상이 상영되는 동안 영결식에 참석한 이들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거나 눈을 지긋이 감는 등 차오르는 감정을 수습하는 모습이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익살스럽게 "학실히(확실히)"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고 옅은 미소를 띄기도 했다.
추모공연으로는 고인이 평소 가족모임 등에서 즐겨부르던 '청산에 살리라'를 고성현 한양대 교수가 합창단과 함께 불렀다.
'선구자'와 '청산에 살리라' 중 어떤 것을 추모곡으로 할지 고민 끝에 '세상의 모든 것을 벗어버리라'는 바람을 담아 '청산에 살리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헌화는 직계 가족을 시작으로 황 국무총리,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등 5부 요인과 주요 내빈들까지 이어졌다.
현철씨는 헌화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 허리를 숙인 채 한 참 동안 흐느꼈다. 감정을 추스르고는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를 살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고인의 관은 이후 상도동 사저와 김영삼대통령 기념도서관 등을 경유한 뒤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김 전 대통령이 쉴 곳은 영원한 정적이자 동지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불과 300m 떨어진 옆 자리에 마련됐다.
한편 이날 영결식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참석했고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