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억 불법모집'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임원 구속기소

인가도 없이 다단계식 불법 부실 투자… 투자자 구제 쉽지 않을 듯

(사진=자료사진)
금융당국 인가도 없이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불법 모집해 부실 투자해온 업체가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 남부지검 금융조사 1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자본시장법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이하 밸류) 대표이사 이모(50)씨와 경영지원 부사장 범모(45)씨를 구속 기소하고, 영업부문 부사장 박모(48)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2011년 9월부터 최근까지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은 채 투자자 3만여 명으로부터 약 700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혐의를 받고 있다.

◇ 영업사원 3천명 모아 다단계식 확장… '크라우드 펀딩 전도사' 자임도

보험업계에서 일했던 이씨는 회사를 설립한 뒤 투자금 모집 실적에 맞춰 높은 수당을 지급하기로 위촉 계약을 맺고 3000여명의 보험설계사를 영업사원으로 모았다.

밸류 측은 이들을 직급 별로 나눠 팀을 나눈 다음 매주 각각의 영업조직이 모집한 투자금에서 10%를 떼 수당으로 지급했다.

특히 수석팀장 이상에게는 수하 조직의 모집금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가 하면, 영업사원을 추가로 영입하기만 해도 수당을 지급하는 등 전형적인 다단계식 영업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이후 밸류 측은 '크라우드 펀딩' 등 첨단 금융기법을 보유했다며 홍보하는가 하면, 비상장 벤처회사 주식이나 부동산, 문화 콘텐츠 사업 등에 투자해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 불법으로 모은 투자금 7천억, 전문가 없이 주먹구구식 투자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밸류는 단순 주식회사일 뿐, 별다른 인가조차 받지 않은 채 불법 영업을 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 법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체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수탁받아 거액을 운용하는 만큼 각종 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하고, 펀드 등 집합투자기구를 운용할 때에도 당국에 등록해 관리·감독받아야 한다.

검찰은 밸류가 자본, 전문인력 등 관련 요건을 갖추지 못하자 당국의 감독을 피하려 고의로 인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밸류는 사내 투자자문기구를 운영했지만, 대부분 관련 자격증도 없는 직원들로 기구를 구성해 사실상 이씨 등 일부 임원이 임의로 투자 여부를 결정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밸류는 2012년 말부터는 '확정 수익 추구형'이라는 투자종목을 별도로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원금 및 확정 수익 지급을 보장하는 수법으로 약 1580억원을 끌어모았다.

관련 법에 따르면 당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지 않은 금융투자업체는, 원금 전액을 지급하겠다고 약정하는 방식으로 투자받을 수 없다.

밸류 측은 법망을 피하고자 영업사원들에게 공식적으로는 '확정수익', '원금보장' 등의 표현을 쓰지 않고 '확정 수익 추구'로 표현하도록 교육했다.

심지어 이씨 등 임원들은 일부 임직원이 불법 사실을 지적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불법 영업을 강행한 정황도 검찰에 포착됐다.

이와 함께 밸류는 중소기업청에 등록한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해 합법적으로 투자한다고 홍보했지만, 정작 이들이 운용한 60여개 조합 중 정식 등록한 개인투자조합은 6개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조합원 수가 49인 이하여야 한다'는 조합 설립 조건을 맞추기 위해 회사 임직원만을 조합원으로 등록하고, 실제 투자자는 조합원에게 간접 투자하도록 했다.

◇ 투자금 20%25씩 먼저 떼 임직원 '수당 파티'… 2천억대 '돌려막기'로

게다가 밸류는 이처럼 끌어모은 돈을 정상적으로 투자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관리보수 비용 명목으로 투자금의 20%를 우선 공제해 임직원 수당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80%의 자금만 투자해 사실상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을 지급할 수 없는 형태로 영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투자자들에게 미리 설명하거나 사후 고지하지 않은 채, 애초 약속한 투자처가 아닌 다른 곳에 몰래 투자한 사례들도 적발됐다.

이러한 부실 투자로 인해 초기에 투자한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할 수 없자 밸류 측은 새로운 투자자로부터 받은 2000억여 원을 대신 지급하는, 소위 '돌려막기'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속여왔다.

◇ 투자자 구제 어려울 듯…검찰 "밸류 스스로 돈 갚도록 유도"

중소기업청의 한 관계자는 "밸류가 운용한 조합 투자금의 근거는 조합원인 임직원의 통장이기 때문에 투자금의 원출처가 일반투자자라는 사실을 추적할 방법이 거의 없다"며 "조합원이 아닌 투자자는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밸류 측이 투자금을 종목별로 별도 관리하지 않고 전체 투자금을 하나의 계좌에 모아 관리한 바람에 각 투자자의 손실 규모조차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에도 이씨는 해마다 10억여원의 연봉을 받아 챙기며 고급 외제차를 몰고 강남 고급 호텔에서 지내는 등 호화생활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에서 이씨 등은 "관련 법이 미비해 법의 사각지대에서 투자했을 뿐, 돈을 가로채려던 의도는 없었다"며 "일부 투자 종목이라도 이익을 거두면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지난해 말 서울 강남경찰서가 수사해 기소 의견으로 서울 중앙지검에 송치했고, 지난 2월 금융조사부가 남부지검에 마련되면서 이첩됐다.

또 이 회사 전직 직원과 투자자 등으로 구성된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6월 남부지검에 이 회사를 고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투자금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곧바로 영업을 중단시키면 사회적 혼란이 우려된다"며 "신규 투자자 모집을 막고 보유한 자산을 현금화해 밸류 스스로 투자금을 돌려주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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