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경찰은 조계종 화쟁위가 2차 민중총궐기의 평화적 진행을 위해 경찰과 정부, 집회 주최 측의 대화를 중재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혀 중재를 위한 면담은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25일 조계종에 따르면 화쟁위는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12월 5일로 예고된 2차 민중총궐기대회가 폭력시위와 과잉진압의 악순환을 끊는 전환점이 되도록 집회 주최 측과 경찰이 모두 노력하기 위해 대화를 하자는 내용의 면담 요청 공문을 보냈다.
조계종 관계자는 "집회 주최 측에도 평화적 시위를 하도록 설득할 테니 경찰도 동참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이날 오후 연합뉴스 통화에서 "화쟁위 중재 요청 서면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면서 "법 집행 기관으로서 (집회·시위) 준법의 문제는 화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게 경찰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집회 주최 측과 '대화의 문'을 아예 닫지는 않았다.
이 고위 관계자는 "자진 출석 등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준법 집회를 다짐한다면 (대화를) 검토해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날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제9차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서 12월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대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스님들이 현장에서 평화의 울타리 역할에 나서줄 것을 제안했다.
도법 스님은 화쟁위원회가 민주노총과 정부를 설득해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12월5일 현장에서 스님들이 경찰과 집회 측 사이 중간지대에서 울타리 역할을 해준다면 평화시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대중공사는 조계종 스님과 재가자들이 모여 종단 현안을 논의하는 회의로 이날 대중공사의 주제는 '사찰과 지역공동체'였지만,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과 관련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긴급 제안에 따라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평화울타리를 만들자는 의견을 비롯해 불교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들도 제시됐지만 행진이 시작되면 투쟁으로 불거질 수 있다며 민중의 목소리가 정부에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도법 스님은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차원에서 '평화의 울타리' 역할을 촉구하는 결의문 채택을 제안했으나 일부 위원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으며, 이번 논의 결과를 토대로 평화로운 시위문화 정착을 촉구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