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국민분열·사회혼란 부추겨"…도 넘은 '혐오증'

성찰 없이 혐오 대상 바꾸는 한국 사회의 맨얼굴

방송인 김제동(사진=자료사진)
방송인 김제동을 향한 일부 누리꾼·단체의 혐오증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들은 최근 김제동이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를 들며 "김제동의 방송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김제동은 이름이 널리 알려진 까닭에 혐오의 표적이 된 셈이다.

온라인 캠페인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www.change.org)에는 '유명세를 이용하여 국가 혼란 부추기는 김제동을 퇴출시켜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와 있다. (사실 유명세는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탓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이나 불편을 세금에 비유한 말'이다. 따라서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닌 이 단어를 제목에 가져다 쓴 것은 문맥과 어긋난다.)


자신을 '김제동 출연 금지 국민운동'이라고 소개한 해당 누리꾼은 "유명세로 국민을 선동하고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김제동의 티비 출연 당장 금지하라"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헌법정신으로 하여 세워진 대한민국은 현재 좌편향 종북세력에 의해 사회갈등이 빈발하고 있고, 이러한 세력들의 선동으로 말미암아 고등학생까지도 '프롤레타리아 레볼루션'이라고 하면서 공산혁명을 선동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사회갈등과 국민분열의 현장에는 일부 편향적인 유명인들의 선동이 한몫하게 되었고, 그래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는 심히 흔들리고 있다"며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유명 개그맨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제동 씨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러한 국민분열과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데 앞장서 왔다"고 덧붙였다.

이 누리꾼은 "미디어에 출연하여 얻은 유명세를 이처럼 국가의 정책을 방해하고 국민갈등과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데 사용하는 연예인들은 더 이상 미디어에 출연하지 말고 정치권으로 가든지 전문적인 운동가로 나서든지 해야 한다"며 "따라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지하고 국민화합과 사회안정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은 김제동 씨의 연예계 활동을 반대하며 모든 방송사들은 김제동 씨를 퇴출시켜 주시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끝을 맺었다.

3주 전에 올라온 것으로 확인되는 이 청원 글의 목표 인원은 7500명으로, 25일 오후 현재 7300여 명이 서명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글에 찬성의 뜻을 밝힌 누리꾼들은 "종북이 사라지길 바라며" "유명 연예인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식으로 김제동에게 색깔론을 입히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엄마부대봉사단'이라는 보수단체는 서울 목동에 있는 SBS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제동을 '힐링캠프'에서 퇴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상복을 입고 기자회견에 참가한 단원들은 "김제동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에 퇴출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엄마부대봉사단은 지난해 7월 서울 광화문에 마련된 세월호 유족 단식농성장에서도 유족들에게 막말을 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김제동을 향한 일부 누리꾼·단체의 편향된 막말은 명확한 근거 없이 사회적 모순의 탓을 여성·이주노동자와 같은 약자에게 돌려 버리는,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혐오문화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아주대 사회학과 노명우 교수는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성숙한 사회는 혐오의 대상이 생겼을 때 '왜 혐오하게 됐을까'라는 비판적인 성찰이 앞선다"며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는 발빠르게 혐오의 대상을 바꿔가며 공격한다. 성찰 없는 사회는 욕망에만 충실한 반지성적인 방향으로 시스템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의 말대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안에 왜 그러한 분노와 혐오가 생겼을까'라고 묻는 성찰의 시간이다.

특정 사람 혹은 단체를 표적 삼아 "너만 사라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회에 해악을 불러올 뿐이다.

이참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나 던져 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왜 너를 혐오하게 됐을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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