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점점 강해지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5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정부의 개혁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각종 법안 처리를 늦추고 있는 국회를 향해 강한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의 발언 내용과 수위는 매우 우려할만하다.

박 대통령은 다자외교를 마치고 지난 23일 귀국한 이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민주노총의 불법 폭력시위를 강력하게 성토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시위대를 역사상 최악의 테러집단으로 불리는 IS에 비유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민주노총 등이 주도한 최근 시위에 대해 “대한민국의 법치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며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테러단체들이 불법시위에 섞여 들어와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특히 복면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한다. IS도 그렇게 지금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얼굴을 감추고서"라고 과격시위를 테러와 연계시켰다.

불법 폭력시위 문화를 없애는 것은 강력한 대응이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과거 5공화국에서 강력한 시위에 대응한 것이 시위를 폭력화를 막지 못했지만 문민정부 이후 폭력시위가 줄어든 것은 정부와 시민사회의 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5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의 강경 대응 방침에 따라 다음달 5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시위에서 폭력사대가 발생할 경우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법치질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이지만 법치질서도 지키고 헌법적 가치인 시위의 자유도 제한받지 않는 평화로운 방법도 있을 것이다.

반대 의견을 설득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해법보다 반대 입장을 낼수 없게 만들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결과로 나오는 것이 우려되기도 한다.

박 대통령은 국회를 향해서도 위선, 립서비스 라는 말을 동원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과 FTA비준동의안이 시급한 처리를 요구하며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경제 걱정만 하고, 민생이 어렵다고 하고, 자기 할 일은 안 하고 있다”고 국회를 향한 독설을 쏟아냈다.

심지어 “이것은 말이 안 된다. 위선이에요. 위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국무회의는 당초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하기로 돼 있었지만 어제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것으로 갑자기 바뀌었다.

박 대통령이 최근 문제가 된 과격 시위와 정치권에 대해 하고싶은 말을 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위대와 정치권을 향한 대통령의 거센 비판은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위사태와 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비난은 최근 국정운영이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조급함 때문일 수 있다.

내년 총선까지 정국을 가파른 대치로 이끌어 내년 총선에서 대통령이 보기에 '진실한 사람'을 선택받게 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한 정파나 진영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지도자이고 국가의 대표자이다.

대통령이 반대하는 세력을 적대시하고 정치권과 소통하지 않는한 국정이 원활히 운영되고 국민이 통합되고 국민이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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